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봤을때 영화속 특수효과는 두가지 용도로 갈린다. 현실성을 대하는 극명한 태도차이. 환상이나 상상을 시각화하여 그럴듯한 현실로 동화시키거나 세세한 디테일을 잡아 극의 흐름을 단단히 하는 방식들은 표현상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들은 분명 현실을 쫓는 특수효과의 영화적 모험이다. 대척점에 서있는 또하나의 방식은 지극히 영화적인 상상력을 표현하기 위해 오히려 현실을 내쫓는 특수효과의 방어적 실험이다. 작정하고 놀아보자는 감독의 단단하지만 우스꽝스러운 결단이랄까나. (조금 억지스런 거시적 시점을 대입해보면 이런 실험에는 비정상적 편집 수법까지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2010년 최고의 기대작이였건만 국내 개봉 불발이란 비극적인 처우로 인해 통한의 방구석 관람을 해야만했던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의 경우는 신인류의 대중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선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독특한 실험이었다. 영화란 매체에 만화적 상상력을 더해 결국엔 게임으로 만들어버리는 에드가 라이트의 기묘한 실험은 타고난 감각과 현명한 연출력을 통해 현실을 거세한 방어적 실험의 통쾌한 21세기적 모범답안을 남겼다. 이상하게 극장 안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너나 할것 없이 진지한 현실주의자가 되버리는 고리타분한 관객들에게 잘만든 환상놀음이 얼마나 현실적인 오락거리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좋은 예시가 됐단거다.
이런 표현방식에 흔히 따라붙는 과유불급의 꼬리표를 시원하게 떼어낸 일본영화가 떠올라 같이 이야기 해보고자한다.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77년작 <하우스>. 25년을 살면서 가장 기이했던 영화적 체험은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홀리 마운틴>과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하우스>, 이 두가지 였다. 이건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다해도 웬만해선 변하지 않을것같다. 허나 전자가 컬트와 영화사적 의미 사이에서 진동하는 괴작이라면 후자는 컬트와 상업를 관통하는 오락영화이기에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와 합이 잘 맞는것 같아 <하우스>를 택했다.
장난처럼 흔들리고 싱겁게 부유하는 이미지들이 음악과 상상력을 만나 얼마나 즐거운 순간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에드가 라이트와 오바야시 노부히코는 33년의 간극 사이에서 비슷한 답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을 한데 묶은 이유는 강력히 추천할만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뭔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자하는게 아니다. 과잉과 상상이 얼마나 좋은 유희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은거다. 괜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두 작품을 굳이 비교해보자면 몇몇 공통점과 극명한 차이점이 존재하긴 한다. 광고계의 유능한 디렉터가 영화계로 뛰어든 경우와 영국의 재능있는 신예가 헐리웃으로 건너온 경우는 비슷한 출밤점이라 볼 수 있겠지만 노부히코의 실험이 기괴함이 뭉쳐 기적같은 빛을 발한 괴짜의 기념비라면 에드가 라이트의 실험은 철저하게 재능으로 재단된 천재의 농담이랄까나.
아래에는 <하우스>의 클립 2개를 올려놨다. 첫째는 도입부에 등장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고 아래는 감상자의 혼을 쏙 끌어당기는 매혹적인 오프닝이다. 에드가 라이트의 기민함과 천재성에 감탄하느라 개념없이 <하우스>를 상대적으로 비하한 느낌이 살짝 나지만 이 작품 역시 너무나 사랑한다. 오리지널리티와 신선한 충격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33년전의 기술력이라 수명을 다한 몇몇 효과들도 존재하지만 불멸의 이미지들도 가득한 작품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봤으면 한다. 당신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우스>안에서 나카시마 테츠야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고백) 도 이명세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 솔직히 <Nick And Norah's Infinite Playlist> 에서부터 식상함이 언뜻 보이던 마이클 세라의 청춘 심볼은 <Youth in revolt>로 종말을 고할줄 알았다. 이번 작품을 보면서 다시 느꼇다. 역시 찌질한 청춘엔 너만한 남자가 없어 ! <Juno>의 흐느적거리는 동네 청년을 누가 또 소화하리.
새로운 해가 밝아올때마다 홀로 설레하며 반복하는 일이 있어. 올해는 어떤 흥미로운 작품이 개봉할 것인지...
원작이 없는 영화의 경우는 개봉이 반년가량 남은 시점에선 감독의 성향 말고는 작품에 대해 추측할 단서가 별로 없거든.
어떤 영화가 무슨 이유에서 기대되는지 정확히 이야기 할 수 없는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마음속에는 절대로 내게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을 몇몇 감독들이 자리잡고 있기에 홀로 설레하며 기대작들을 꼽아보곤해.
올해 초 내가 기대했던 외화는 5편이었어. 뒤틀린 아드레날린의 향이 풍겨나던 매튜 본의 <킥애스>, 사실 감독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지만 외국 싸이트를 헤매다 우연히 접한 트레일러는 한순간에 나의 시선을 뺏어갔었지. 힛걸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할만 했었고, 결론적으로 신명난 영화관람이 된것같아. 그렇게 큰 기대는 안했기에 제대로된 성인용 오락영화의 등장만으로도 흐믓했던것 같아. 다음으론 폴 그린 그래스 감독의 <그린존>. 입회의 현장감을 기대한 내게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액션물이었어. 이젠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익숙해진 이라크전의 불편한 진실은 그닥 관심이 가지 않았기에 박진감 넘치는 현장감에 확실히 몰입할 수 있었던것 같아. 극장에서 영화보는 재미를 다시한번 체감했지.
그리고 당연히 훌륭한 작품일것이라 예상했던 <인셉션>은 아쉬운 점들이 아주 없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역시 놀란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 놀란의 작품들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기에 <인셉션>에 대해서 미칠듯한 기대감을 가지진 않았지만, 분명히 훌륭한 작품일 거란 생각이 들었었어. 그는 메가폰을 잡은 후로 줄곧 기억과 꿈, 그리고 실체와 환상에 대해서 이야기 해왔잖아. 그러한 주요 관심사를 총괄한 <인셉션>이 <다크 나이트> 이후에 만들어 진다니... 이는 실패할리 없는 확실한 물건이 될것 같았어. 영화 자체도 무척 훌륭하고 재미있었지만, <인셉션>을 보고 가장 기분이 좋았던 건 말이야. 지금까지는 블럭버스터 영화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며, 이곳에서 작품성과 이야기를 찾지 말라는 어느 관객과 제작자의 변명에 자신있게 내밀 카드가 없었는데, <다크나이트>에 이어서 <인셉션>에서 까지 놀란이 보여준 경이로운 균형감각 덕분에 이젠 더이상 그런 핑계가 통용되지 않을것 같아서 참 기분이 좋더라.
마지막으로는 애정이 듬뿍담긴 선정. <해롤드 & 쿠마>의 3번째 스리즈야. 예전에 듣기로는 연말 개봉예정이라던데, 꼭 보고싶다. 극장에서 말이지.... 아마 안되겠지? 그래도 새로운 스리즈가 나와만 준다면 정말 감사할거야. 난 이 멍청이들이 너무 웃겨.
그리고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신작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 이게 아마도 기대작들 중에서 마지막 극장 나들이가 될것 같아. 패러디 영화에 대한 저급한 인식이 만연하던 이들에게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정말로 끝내주는 어퍼컷이었지. 다시 한번 사이먼 페그를 이끌고 뽑아낸 <뜨거운 녀석들>은 정말 환상적인 작품이었어. 전작에서 패러디 영화의 지혜로운 예를 보여줬다면 <뜨거운 녀석들>에서는 단순히 장면과 내용을 차용하고 비트는 수준을 넘어서 장르 자체를 패러디 하는 대담한 태도에다가 재미와 화근함까지 선사하니, 이 감독의 신작을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어. 신인류의 대중영화를 만든다는 에드가 라이트의 이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예고편만 봐도 그만의 몇몇 흔적이 보여서 기쁘긴 한데, 사실 처음 트레일러를 봤을때 원작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들긴했어. 시놉시스 부터 설정까지 ... 다소 유치해 보이는 원작의 틀이랄까나. 그리고 영국을 떠나서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들어온 그이기에 과거 몇몇 감독들의 불운한 징크스가 이어질까 걱정도 되기에 불안한 구석이 있긴하지만, 그래도 그가 누구야.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뜨거운 녀석들> 이 두편의 네임벨류 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해볼만 한것 같아. 트레일러를 보며 한 생각인데, 정말이지 마이클 세라의 얼굴은 찌질한 청춘의 상징이 된것 같아.
어떤 작품이 될것 같은지 트레일러를 보고 생각해 보자고.... 재미... 있겠지?
그리고 이건 개봉전에 공개된 remix 영상 중 하나인데, 제일 맘에 들어서 가져와봤어.
이쁘게 잘 만든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