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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Cut) - 박찬욱과 이병헌

2010. 11. 24. 13:43 Film Diary/It scene


너 잘 들어둬라. 재능없는 예술가는 말야 그게 뭔줄알아? 뭐같애? 그건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nothing. 그건 있잖아... 구멍없는 반지나 무슨 네모난 공같은 거야. 알어?


<컷>을 무척 사랑한다. <달콤한 인생> 이후 김지운 감독님과 함께하는 일이 잦아졌지만, 개인적으로 이병헌이란 배우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악마를 보았다>를 멍하니 구경하다 문득 이병헌씨의 얼굴엔 생활이란게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지극히 영화적인 얼굴, 장르적 색체가 강한 영화를 위한 얼굴로 변해간다는 느낌이다. 확실히 10년전의 이병헌과는 다른 사람같았다. <해피 투게더>에서 보여줬던 생활적인 인간미보단 낯선 무정형의 이미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작품 선택에 의한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비현실적인 영화적 이미지가 강해진 느낌이다. 

 그의 낯선 얼굴과 차가운 표현력은 박감독님의 냉소적 세계와 잘 어울릴것 같다. 두번의 작업이 있었지만 모두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공동 경비구역 JSA>는 박감독님의 기술적인 측면은 맘껏 뽐낼순 있었어도 저만의 개성을 표현하기에는 조심스런 자리였다. <올드보이>에서의 조우가 아쉽게 어긋난 후 <컷>을 통해 재회한 두 사람의 조합은 50분 가량의 중편이었기에 미완의 아쉬움으로 끝맺었다. <쓰리 몬스터>의 마지막 이야기인 <컷>은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작품이긴하다.

 일단 단독장편에 비해 상업적 부담의 짐이 덜한 자리였기에 박감독님 특유의 고약한 우스개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무엇보다 박감독님의 뮤지컬 넘버를 어디에서 구경하겠는가. 영화 외적으로도 재미난 부분이 있다. 일단 영화속 영화로 등장하는 뱀파이어 물은 <박쥐>에 대한 예고이자 예행연습이었다. 그리고 극중 주인공인 영화감독 류지호의 이름은 류승완/김지운/봉준호/허진호 의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하니 이 역시 흥미롭다.

 다시 배우 이병헌과 박찬욱감독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족을 잘라내고 오직 극한의 무대만을 조명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이병헌의 극적인 얼굴을 잘 활용한 예라고 생각한다. 내게 이런 믿음을 심어준 장면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영화 중반부 쯤 등장하는 류지호의 시린 속내이다. 이병헌과 박찬욱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박찬욱의 영화속에선 이병헌의 얼굴은 배로 냉담해지고, 이병헌의 입을 빌린 박찬욱의 영화는 배로 장르적이다.    

 머리가 안좋아 영화 속 대사를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재능없는 예술가에 대한 냉소적 시각은 유일하게 떠올리곤 하는 대사다. 인용까진 아니여도 이런 저런 무재능을보며 자주 연상되는걸 보니 확실히 이 장면이 맘에 들었나보다. 결론은 하나다. 두분이 손잡고 어서 한 작품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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