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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사이언스(Rocket Science) - 한병의 술에 관한 기억

2010. 10. 9. 17:55 Film Diary/It scene


 영화를 본 후에 알게 된 거지만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제프리 블리츠는 <오피스>와 <파크 앤 레크레이션>에 이름을 올린 이다. 페이크 다큐 속에서 연민의 웃음을 능숙히 이끌어 낸 그의 씨앗은 <로켓 사이언스>에서 블랙 코미디로 잘 표현된다. 허나 여기선 웃음보단 청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인생이란 이름의 희극을 누군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바로 그 누군가의 나레이션으로 문을 여닫는 이 작품은 답답하리만큼 평범한 전개 속에 그보다 더 막막한 청춘을 담은 영화다. 이 곳에선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그 중 만성적 말더듬 증상에 시달리는 소년 할은 이따위 세상의 주인공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할은 문제 투성이인 구성원들 사이에서 홀로 좌절하며 변화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결국 영화가 끝나버려도 할의 인생은 큰 변화를 맞지 않은것 같지만,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된 봄과 가을 처럼 할의 처음과 끝은 닮은듯 달라진다. 원래 청춘/성장 영화의 과정과 결과는 밋밋한 경우가 많다. 보편적인 고민의 시간과 시각들은 누구에게나 비슷하기에 성장 영화의 중추는 일상처럼 다소 밋밋하다. 특히나 <로켓 사이언스>는 극화를 위해 삶을 끌어들인것 보단 삶 위에 극화의 틀을 씌운듯 극적인 부분들을 피해간다. 그러기에 할의 청춘은 더욱 답답하고 막막하다. 그래도 그가 씹어 삼킨 세 조각의 피자 덩어리는 희망의 싹이니, 할은 변한게다.

 영화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잠시나마 구원이라 믿었던 어느 소녀에 대한 배신감이 분노로 표출되는 이 장면은 <로켓 사이언스>에서 유일하게 일탈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할의 하루 하루를 잘 따라갔다면, 그의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바라보며 당신도 아팠다면, 이 장면은 참 서글픈 시원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만약 공감하지 않았더라도 이 장면은 음악이 화면에 참 잘 달라붙은 경우이기에 만족스럽게 구경할 수 있을것이다. 할의 인생에서 한병의 술로 기억될 이 장면을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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