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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손택 - 잭 스미스의 <황홀한 피조물들>

2011. 5. 14. 17:54 Film Diary/Column

본문의 글은 수잔 손택의 저서 <해석에 반대한다 Against Interpretation (1964)>에 실린 에세이, 잭 스미스의 <황홀한 피조물들 Flaming Creatures (1963)> (국내 번역판의 명칭은 불타는 족속들이었지만 국내영화제 상영당시 사용된 황홀한 피조물들로 수정하였다.)에 관한 지지와 분석이다. 본문의 택스트와 하위에 첨가된 영상들은 어쩌면 누군가에겐 다소 선정적이고 불쾌한 경험이 될 수도 있음을 고지하는 바이다. * 배경음악은 상위 검은바를 이용 (미미시스터즈 - 우주여행) 


잭 스미스의 <황홀한 피조물들> 이 근접 촬영한 흐물흐물한 성기, 거대한 젖가슴, 자위행위, 그리고 구강성교 장면에 내가 유일하게 유감스러운 점은, 이런 장면들 때문에 이 걸출한 영화를 그냥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힘들게 됐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변호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입에 올린다거나 변호까지 한다고 해서, 내가 이 영화를 실제보다 덜 괴이하다거나 덜 충격적인 영화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건 아니다. 공식적으로 <황홀한 피조물들>은 여자 두명과 그보다 훨씬 많은 남자들이 중고품 할인점에서나 팔만한 현란한 색상의 여성복을 입은 채 시종일관 시시덕거리고 어울려 춤추면서, 온갖 방탕한 장면과 성적광분, 로맨스, 흡혈귀 짓을 보여주는 영화다. - 여기에 몇 곡의 라틴가요 (시보니, 아마폴라) 로큰롤, 긁히는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 연주, 투우음악, 몇명의 남자들이 여장을 한 채 등장했던 '하트모양 립스틱' 이라는 기이한 신제품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중국노래, 떨리는 고성으로 이뤄진 합창곡, 가슴 큰 어느 여자를 집단 강간하는 장면이 유쾌하게 집단 성교로 바뀌는 장면에서 나온 비명소리등이 반주로 곁들여 진다. 

간단히 말해서 <황홀한 피조물들>은 괴이하며, 또 그럴 작정으로 만든 영화다. 제목에서부터 바로 그런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공교롭게도 <황홀한 피조물들>은 포르노가 아니다. 성적흥분을 일으키려는 명백한 의도와 내용을 지닌 장르를 포르노라고 정의한다면, 이 영화의 나체 장면이나 (직접적인 성교가 두드러지게 생략된) 온갖 성적장면의 묘사는 너무나 비애감에 차있으며, 너무나 천진난만해 음란하다고 보기 힘들다. 스미스의 성교 이미지는 감상적이거나 음탕하다기 보다는 어린아이 같고 재기발랄하다. 


<황홀한 피조물들>에 대해서 경찰 당국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않다. 스미스의 영화가 법정에서 목숨을걸고 싸워야만 하리라는 것도, 슬프긴 하지만 불가피한 현실일 것이다. 실망스러운 점은 성숙한 지식인과 예술가의 공동체가 이 영화에 대해 무관심이거나 신경질적 반응, 혹은 노골적인 적의를 보였다는 점이다. 거의 유일한 지지자는 충직한 영화감독 동아리와 시인들, 그리고 젊은 '빌리지 사람들' 뿐이었다. <황홀한 피조물들> 은 아직 일종의 컬트, <영화문화>라는 잡지를 근간으로 하는 뉴 아메리카 시네마 그룹의 입상작 수준을 졸업하지 못했다. 

우리는 스미스의 영화를 비롯해 여타 수많은 새로운 작품들을 우리에게 소개하기 위해 거의 혼자 힘으로 꿋꿋이 영웅적으로 작업해온 조나스 메카스에게 감사해야하리라. 그렇지만, 메카스와 그의 동료들의 선언이 과장되고 때로는 실질적으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황홀한 피조물들>을 포함한 이 새로운 유파의 영화가 영화사상 전례없는 발전이 될 것이라는 메카스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그런 호전적인 태도는 <황홀한 피조물들>의 미덕을 이해하는데 불필요한 장애로 작용해 오히려 스미스에게 해가된다. <황홀한 피조물들>은 어느 특정한 전통, 즉 충격적인 시적 영화의 작지만 소중한 결실인 것이다. 이 전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브뉘엘의 <안달루시안의 개> 와 <황금시대>, 에이젠슈타인의 <파업> 일부, 토드 브라우닝의 <별종들> , 장루쉬의 <미친 지도자들> 프랑주의 <짐승의 피> 레니카의 <미로> 케니스 앵거의 작품들 <불꽃> <살아난 전갈> 노엘 뷔르쉬의 <사제수업> 등이 있다. 

미국의 초기 아방가르드 감독들 (마야 데렌, 제임스 브러튼, 캐니스 앵거)은 상당히 치밀한 기법을 연구한 단편영화로 돌아섰다. 아주 저예산으로 작업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이 만든 영화의 색체와 카메라 촬영술, 연기, 이미지와 음향 합성은 전문적 기량을 최대한으로 살린 것이었다. 미국 영화계에 등장한 두가지의 새로운 아방가르드 스타일 가운데 하나 (그레고리 마코폴로스나 스텐 브래키지 보다는 잭 스미스나 론 라이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는 고의적으로 조잡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새로운 조류들 - 수작과 졸작, 태작 모두 - 은 부아가 치밀 정도로 영화기법의 모든 요소를 무시하고, 철저하게 계산된 투박함을 보여준다. 이는 매우 현대적인, 매우 미국적인 태도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미국만큼 구태의연한 유럽적 낭만주의가 긴 수명을 유지하는 곳도 없다. 깔끔하고 꼼꼼한 기법이 즉흥성과 진실성, 직접성을 방해한다는 믿음은 다른 어느 곳보다 미국에서 강력하게 살아있다. 아방가르드 예술의 일반적인 기법이 대부분 이 신념을 표명하고 있다. (기법에 반대하는 것조차 기법이 필요하다) 

음악의 경우, 이제는 우연성을 활용한 작곡뿐만 아니라 연주도 행해지고 있으며, 새로운 음의 재료를 찾고 기존의 악기들을 절단하는 식의 새로운 방법까지 등장했다. 회화와 조각의 경우에는 일회용품이나 기존의 잡동사니들을 재료로 이용하는 방법, 일부러 부서지기 쉬운 작품 (한번 쓰고 버리기) 을 만드는 방법, '해프닝' 같은 방법이 있다. 나름대로 <황홀한 피조물들>도 일관성과 기술적 완성도라는 예술작품을 둘러싼 속물적 태도를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캠프적인 미학을 응축하고 있는 이 전무후무한 이단적인 작품은 도착적이며 비순응적인 정의불가능한 성의 주체들의 사육제를 극화하며, 저속하면서도 또한 극한적으로 숭고한 그러나 표면만이 존재하는 실낙원의 인물들을 재연한다. 아마 모든 캠프적 영화들은, 요컨대 <핑크 플라멩고>에서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까지, <황홀한 피조물들>에 진 빚을 갚지 못할 것이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황홀한 피조물들>의 (내가 세어본 바에 의하면) 일곱 시퀀스는 서로 확연히 구분될 분만 아니라 이야기도, 줄거리도, 마땅한 순서도 없다. 일련의 대목에서는 정말로 과도한 노출을 의도한 것이 아닌가 의심도 하게 된다. 그 어떤 장면도 그보다 더 길거나 짧지 않은 바로 그 길이로 만들어야 했다는 이유를 납득시켜주지 못한다. 쇼트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맞춰지지 않았다. 머리 부분이 잘려 나온다거나 아무 연관 없는 인물들이 장면 끝머리에 불쑥 등장하는 식이다. 카메라는 대부분 손으로 들고 찍었고, 영상이 자주 떨린다. (이런 방법이 완전히 효과를 거둔, 그리고 의심의 여지없이 의도된 부분은 집단 성교를 찍은 장면이다)

그러나 <황홀한 피조물들>이 보여주는 아마추어적인 기법은, 최근의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보는 이를 짜증스럽게 만들지 않는다. 스미스가 시각적으로 감칠맛 나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영화는 매순간 볼거리로 가득하다. 게다가 그 영상에는 흔히 보기 어려운 즐거운 전율과 아름다움이 있다. 강력한 영상이 쓸모있는 영상 때문에 그 효과가 떨어지는 순간에 조차, 혹은 좀더 다듬어 졌더라면 더 좋았을 장면에서 조차 그렇다. 

오늘날에는 기교에 대한 무관심이 휑뎅그렁함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신중한 계획에 반감을 드러내는 현대예술은 흔히 미학적 금욕주의의 형태를 띄는 것이다. (추상표현 주의 회화들이 대부분 이런 금욕적 특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황홀한 피조물들>의 금욕주의는 이와는 다르다. 다시말해, 이 작품에는 시각적 소재가 흘러넘친다는 뜻이다. <황홀한 피조물들>에는 생각이나 상징도, 무언가에 대한 논평이나 비판도 없다. 스미스의 영화는 순전히 감각에 바치는 향응이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프랑스의 수많은 아방가르드 영화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문학적' 영화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황홀한 피조물들>을 보는 즐거움은 우리가 보고 있는것을 이해한다거나 해석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영상 그 자체의 직접성과 강력함, 양적인 풍성함에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진지한 현대예술과 달리, 이 작품은 좌절된 의식, 막다른 궁지에 몰린 자아를 다루지 않는다. 이렇듯 스미스의 조잡한 기교는 <황홀한 피조물들>에 구현된 감성 - 생각을 부인하는 감성, 부정 너머에 자리잡은 감성- 에 멋지게 이바지 한다. 

<황홀한 피조물들>은 현대에 보기드문 예술작품이다. 이 영화는 기쁨과 천진난만함을 다룬다. 분명히, 이 기쁨, 이 천진 난만함은 (보통 기준으로 볼때) 뒤틀리고 퇴폐적이며, 아무리 못해도 대단히 연극적이고 인위적인 주제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정확히 이 때문에 이 영화가 아름다움과 현대성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황홀한 피조물들>은 오늘날의 한 장르, 즉 '팝아트'라는 경박한 이름으로 통하는 장르의 훌륭한 견본이 되는 작품이다. 스미스의 영화는 팝아트의 쾌활함과 꾸밈없는 천진함, 교훈주의에서 벗어난 활력 넘치는 자유도 있다. 팝아트 운동이 지닌 한가지 위대한 미덕은 뭔가 주제에 대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낡은 규범을 후려갈기는 방식에 있다. (말할것도 없이 세상에는 입장을 취해야만하는 일련의 사안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건 아니다. 그런 사안을 다룬 예술작품의 극단적인 사례가 <대리인>일 것이다. 내말은, 인생에는 입장을 취할 필요가 없는 요소들, 특히 성적 쾌락같은 요소들도 있다는 뜻이다)

팝아트라고 불리는 작품들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작품들은 예술에서 묘사된 것 - 그리고 넓은 의미에서, 인생에서 경험한 것- 에 반드시 찬성이나 반대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낡은 사명을 내던지겠다는 의도를 실천한다. (바로 이것이 새로운 체제순응주의의 또다른 징후, 대중문화의 가공물에 환호하는 일종의 열병 현상이라며 팝아트를 도외시하는 자들의 생각이 어리석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팝아트는 이전 같으면 모순으로 여겨졌을 멋지고도 새로운 요소가 뒤섞인 행동양식을 받아들인다. 이렇듯 <황홀한 피조물들>은 성교를 재기 발랄하게 조종할 뿐만 아니라 성적 충동을 과장되게 그리고 있다. 시각적인 면만 보더라도 이 영화는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즉석에서 만들어낸 것이 분명한 장면들, 가령 늘씬하고 여자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앙상하고 털투성이의 사람들이 뒹굴고 춤추고 성교하는 무질서한 장면들 중간 중간에 매우 치밀하게 계산된 시각효과 (레이스 달린 옷가지, 흩날리며 떨어지는 꽃잎, 활인화)가 삽입되는 식이다. 

스미스의 영화는 복장도착증의 시학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라고 도 볼 수 있다. <황홀한 피조물들>에 제 5회 독립영화상을 수여한 <영화문화>는 스미스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는 변태들에 대한 값싼 동정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복장 도착증 환자들의 영광과 화려함, 요정나라의 마술로 우리를 강타했다. 그는 우리 삶의 한구석에 불을 밝혀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멸시하는 구석이긴 하지만" 

 
<황홀한 피조물들>은 알고보면 동성애보다는 이성애를 다룬 영화다. 스미스의 통찰은 자신이 그린 천국과 지옥의 그림에서 몸부림치는 인물, 파렴치한 인물 등을 독창적으로 묘사해낸 보슈의 통찰과 비슷하다. 동성애적 사랑의 아름다움과 공포를 그린 앵거의 진지하고 감동적인 영화 <불꽃> 이나 주네의 <사랑의 찬가>와는 달리, 스미스의 등장에서 중요한 사실은 누가 여자고 누가 남자인지 쉽사리 알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성애의 다종다양한 쾌락 속에서 불타오르는 '피조물'들이다. 이 영화는 모호함과 다의성의 복잡한 거미줄로 엮어낸 작품이며, 그 으뜸 이미지는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이 분간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장면이다. 흔들리는 젖가슴과 흔들리는 성기를 바꾼다한들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보슈는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보여주는 남녀양성 소유자와 나체를 배경 삼아, 자신만의 기이하고 불완전한 관념적 형상을 구축해냈다. 스미스에게는 엄밀한 의미의 배경 대신에 (인물이 실내에 있는지 야외에 있는지도 구분하기 힘들다) 의상과 몸짓, 음악 같이 철저하게 인공적인 경관이 있다. 그의 영화에서는 양성성의 신화가 진부한 음악, 광고, 의상, 춤 그리고 무엇보다도 촌스러운 영화들에서 끌어온 한 다발의 환상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스미스는 '캠프'에 관한 지식을 풍부히 콜라주해 <황홀한 피조물들>을 촘촘히 짜놓았다. 흰색옷을 입은 채 머리에 백합을 한송이 꼿고 고개를 수그린 여인 (여장남자)이 있고, 관에서 나온 말라빠진 여인이 있다. 이 여인은 나중에 흡혈귀임이, 그리고 끝에 가서는 남자임이 밝혀진다. 그리고 검은 레이스가 달린 만털라를 두른 채 부채를 들고 스페인 풍의 춤을 추는 커다란 검은 눈의 무희(이 사람도 복장도착증 환자다) 


<아라비아의 족장>이라는 그림에서 따온 두건 달린 외투를 입은 채 비스듬히 기대누운 남자들과 무신경하게 한쪽 젖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아리비아의 여부, 슈테른베르크가 1939년대 초반에 디트리히와 함게 찍었던 영화들의 밀도 높고 복잡한 구성을 연상시키는 꽃과 엉마에 기대 누운 두 여인의 장면등이 있다. 스미스는 라파엘 전파의 나름함, 아르누보, 1920 대의 이국적 스타일, 스페인과 아랍의 분위기, 대중문화를 즐기는 현대의 '캠프'기법에서 끌어온 표현 형식을 통해, 영화의 이미지와 구성을 만들어낸다. 

<황홀한 피조물들>은 세계를 심미적으로 바라보는 통찰력을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그런 통찰력은 십중 팔구 양성성을 근저로 삼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예술은 아직껏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황홀한 피조물들>이 움직이는 영역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비평가들이 예술의 자리로 지정해 왔던 도덕관념의 영역이 아니다.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에게는 도덕의 영역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잣대로 보자면 <황홀한 피조물들>은 정말로 형편없는 영화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심미적 영역, 쾌락적 영역도 있다. 여기가 바로 스미스의 영화가 움직이며 그 생명을 누리는 곳이다.

 - the end 수잔 손택 <해석에 반대한다> 中 -

잭 스미스

캠프 영화의 고전이자 금지된 걸작으로 영화 애호가들의 소문 속에 회자되던 <황홀한 피조물들>의 감독, 잭 스미스는 그의 작품 하나 만으로도 미국 아방가르드 특히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감독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유럽의 감독들(예를 들어 페데리코 펠리니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장-뤽 고다르, 아그네스 바르다 등)은 벨기에와 뉴욕을 방문하였고 그의 팬이었던 앤디 워홀이 자신의 팩토리를 통해 영화 작업에 뛰어들었던 것 역시 유명한 일화이다. 분명 잭 스미스의 영화들은 부박하고 화려한 캠프적인 취미에 흠뻑 빠진 채 어떤 윤리적 명령의 강요도 영향을 미치는 순진무구한 관능과 열정 사이로 유영하는 현대 영화의 괴물들이다. 잭 스미스는 그 스스로 공공연한 게이였으며 자신의 영화에서 당시의 하위문화로부터 비롯된 게이 정체성, 특히 드랙 퀸과 이성복장착용자들, 성전환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인용하였다. 그런 점에서 그가 자신의 영화를 통해 재현한 인물들에 대한 그 스스로의 정의였으며 그의 작품 제목에 빈번히 등장하기도 하는 '피조물(creatures)'은 매우 시사적이다. 느와르 영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디즘적인 범죄자나 팜므 파탈이 동성애 정체성의 은유로 전유되었거나 아니면 공포 영화에서 괴물의 이미지를 통해 배제된 자, 비천한 존재로서 자신을 재현했던 동성애자들과 유사하게 잭 스미스 역시 자신의 불법적인 섹슈얼리티를 기괴한 모습의 인물들을 통해 표상한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에서의 비극적이면서도 모호한 존재인 범죄자, 요부, 괴물들과 달리 잭 스미스는 매우 유쾌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이들의 삶을 일종의 문화적 인공물로 가정한다. 즉 잭 스미스는 우리 모두의 삶을 장식과 수사, 색채와 양식화된 몸짓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간주한다. 잭 스미스는 영화 감독일 뿐 아니라 다른 아방가르드 영화 감독들의 배우로서, 사진작가, 연극 연출자, 디제이, 열정적인 의류 수집가, 비평가이기도 하였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현재 잔존하고 있는 그의 작품 중 복원이 완료된 <황홀한 피조물>을 비롯한 5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 2003년 쾌락의 셀룰로이드 궁전 프로그램 당시 감독 설명 -





영화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수 많은 책들을 넘겨본다. 그곳에는 걸작의 가치에 대한 찬사가 있을 수 있으며, 때때론 시대사적 해프닝들의 단편적 제시와 빛바랜 논란의 역동들이 담겨있기도 하다. 허나 드넓은 스펙트럼의 그물망에도 잡히지 않는 비사들도 존재한다. 특히 세계영화사를 한글로만 읽어내려 간다면 만나보기 힘든 이름들도 존재하고있다. <아라이아 로렌스>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던 해, 고다르는 <경멸>을 구로자와 아키라는 <천국과 지옥>을 펠리니는 <8 1/2>을 김기영은 <고려장>을 세상에 내놓은 해. 영화의 타이틀이 사서에 오르는 순간에는 항상 탄생년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흐름을 읽어 내려가며 영향과 가치를 분석할때 가장 명확하고 편의적인 방법은 시대사적인, 년도분류에 따른 구분일 것이다. 1963. 이들을 묶는 하나의 공통어, 네자리 숫자의 그림자속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과거의 용암, 실험영화의 어느 지점인 동시 수 많은 논란을 낳은 문제작. 잭 스미스 감독의 <황홀한 피조물들>에 대한 에세이를 위에 소개해봤다. 세가지 연유에서 옮겨봤다. 첫째론 수잔 손택에 대한 탄복이지만, 이는 본 포스팅에 있어 발단이나 동기 정도의 단서이니 다음 기회에 더욱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기 위해 남겨두도록 하고, 두번째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이토록 소중한 영감의 원천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혹은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에 대한 역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어쩌면 반세기전의 특수한 영화운동의 흐름과 시효만료의 논란만이 <황홀한 피조물들>의 유일한 존재가치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는 지나치게 틀에 얽매인 심심한 사조놀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2011년에 와 이 작품을 지지하고 언급하는 일이 비상식적이고 퇴폐적인 컨셉에대한 치기어리고 무조건적인 지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것이다. 물론 시초에 대한 예우도 아니다. 
일반의 시야에서 극단적 예술의 영역으로 치부되며 장외로 밀려나버린 본 형태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반세기를 건너서도 유효한 특수해석의 가치를 유지하게 됐다는대에서 <황홀한 피조물들>에 대한 수잔 손택의 지지와 미인지자들에 대한 경각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현재는 물론이고 50여년 전 <황홀한 피조물들>이 등장했을 당시에도 본 작품의 가치는 평상의 해석적 시각으로 재단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익스페리멘탈 / 언더그라운드 무비로 분류되는 본 작품의 해석은 심미적이고 직관적인 탐색을 통해 이뤄져야 할것이며,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온 이런류들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세계관은 흡사 미술관에서 경험해온 현대미술의 수용방식과 비슷한 형태로라도 받아들이며 그 가치와 존재이유를 논의하고 공유해야 할것이다.      

컬트무비에 대한 매혹과 열광도 끌어와본다. 특이취향의 과도유입과 특수팬덤을 노린 기획적 허술함들로 설명되는 현대영화의 돌연변이들, 그들이 치장한 마이너한 분위기에선 찾아보기 힘든 유영하는 자유로움들을 이전의 중단편 실험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본 작품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는 크리스 마르케의 1962년작 <활주로>역시 영감과 상상력으로 가득한 과거의 신품이라 생각한다. 그야말로 소수에게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컬트무비의 조건은 어쩌면 이들에게 더 유리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내러티브의 파괴가 작품의 입장을 더디게 하지만, 장르와 매체를 초월한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들을 대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창의적인 영감의 긍정적 원천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 연유는 통제와 닳아가는 것들에 대한 단상이었다. 멀리갈것 없이 <황홀한 피조물들>의 감상 전후로 경험한 <악마를 보았다>의 검열과 <블랙 스완>의 충격요법에 대한 개인적 의문이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1963년 영화가 공개되었을 당시 작품의 표현수위는 충격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로인한 사회적 파장도 엄청나 본 작품을 지지한 어느 누군가는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반세기전의 빛바랜 해프닝을 듣다가 문득 두가지 갈래로 의문이 생겼다. 폭력과 성에 관한 표현수위. 이전에 7인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실험영화 <제한해제>를 다루며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적이있다. 나체의 전시와 상식에 어긋난 성교로 점철된 필름이라고 해서 포르노취급을 당해야 하는가? 김지운과 이병헌의 메인스트림의 폭을 넓힌 과감한 시도가 어째서 1,2 초 차이로 제한상영과 청소년관람불가 사이를 오가야 하는가? 이 시점에서 페이드 아웃과 함께 과거장면 하나를 인서트 하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박찬욱 감독이 2002년 <죽어도 좋아> 제한상영가 판정당시 올렸던 격문이다. 

그뒤로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그 영화 얘기를 해댔습니다. 기자들을 만나면 빨리 감독 인터뷰 잡으라고 충고했고 감독들을 만나면 우리 반성하자고 촉구했으며, 민간인을 만나면 “기다려라, 죽이는 영화가 너희 곁을 찾아갈 것이니. 한국영화, 이제 장난 아니니라”며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이번 판정으로 저, 완전히 바보됐습니다.

구강 아니라 비강으로 한들 뭐가 대숩니까, 아래로 들어가면 정상이고 위로 들어가면 변태입니까? 국가가 체위도 정해주나요? 남성기가 크게 잡혀서 안 된다고요? 중요한 건 어느 신체기관이 찍혀 있느냐가 아니잖습니까. 영화가 무슨 축군가요? ‘핸들링’처럼 ‘페니슬링’하면 반칙인가 보죠? 그럼 성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해놓은 미술사의 숱한 걸작들은 다 뭡니까. 그리고, 성교를 가짜로 했든 진짜로 했든 그런 게 왜 문제죠? 가짜로 하는 영화들일수록 진짜처럼 보이려고 애쓰지 않나요? 예를 들어 너무 실감나게 연기해서 꼭 진짜 같아 보이는 어떤 에로틱한 영화가 있다고 칩시다. 그럴 때 여러분은 배우들을 불러 실제 삽입 여부를 조사 확인한 다음, “삽입이면 제한이요, 불입이면 십팔이라…”, 이러실 건가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자기들 좋아서 진짜로 성교하는 장면과 아무 애정도 없는 배우들이 억지로 성교하는 척만 하는 장면 중에 어느 쪽이 보기에 아름다운가요? 그 장면에서 심의위원 여러분은 정말 성적 수치심을 느끼셨나요, 아니면 ‘나는 아니지만 우리 국민은 그럴 거야’라고 생각하셨나요. 전자면 과민이요, 후자면 오만이라….

제 생각에는 여러분이 뭔가를 심판하려는 자세로 영화를 봐서 그런 착각이 생겼지 않았나 싶군요. 그냥 편한 마음이었다면 여러분도 아마 저희 부부처럼 입으로는 웃고 눈으로는 우는 희한한 경험을 하셨을 텐데, 참 안 됐네요. 


<황홀한 피조물들>과 <악마를 보았다>의 연계를 상상하며 내가 언급하고자하는 바는 논리적인 반박이나 시스템에 대한 모순지적이 아니다. 음악부터 영화까지 도통 이해가 불가능한 현 체계에 대해 놀라움을 표할뿐이다. 수잔 손택의 글을 옮기게 된 몇몇가지 연상중 하나이기에 언급하며 문제제기할뿐 도저히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 <숏버스>와 <악마를 보았다>를 향한 몰상식하고 박한 대우들. 과연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것이 맞을까. <블랙스완>에 대한 고민은 충격과 표현이 점점 닳아져갈 몇몇 장르영화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었다. 훌륭하고 아름다운 심리스릴러 한편을 본 후 <황홀한 피조물들>의 해프닝을 듣고나니, 대런의 강박적 걸작이 몇십년 후에 받을 평가에 있어 연출장치에 대한 둔화가 걱정되어 살짝 고민했던건데, 얼마전 시네마테크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시스터즈>을 보면서, 예상가능하고 고립타분한 순간을 영화적 고민을 통해 놀랍고도 지속가능한 충돌로 변환시키는 모습을 보며 한시름 걱정을 덜어놓긴 했다. 케익살해씬은 관객을 엄습하는 독특한 힘이 존재한다. 정말 사랑스러운 영화다. 

말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이거다. 잭 스미스의 <황홀한 피조물들>은 보다 더 많이 언급되어야 하며, 수잔 손택의 글들은 보다 더 많이 읽혀야 한다는 것. 어쩌면 괴상한 40여분의 영상물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영화적 고민을 파생시켜준 독특한 경험이었기에 애정과 존경을 아끼고 싶지 않다.  

영상자료원의 5월

2011. 4. 26. 02:42 Film Diary/Column



알 사람은 이미 다 알고있기에, 라는 단서뿐이겠는가. 알고 있더라도 물리적 방문이 힘겹기에 영상자료원이나 인디상영관에서의 개봉 소식은 별도로 고지하지 않았었다. 허나 우연한 계기를 통해 잠시 딴맘을 먹게되었다. 이상하게 들리지 모르겠지만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준 친구는, 필요에 따라 문자를 보낸다는 마셰티 양반이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마셰티>를 극장에서 보기 몇달전나는 이 작품을 집에서 먼저 감상했었다. 최소한 개봉작만은 극장에서 만나보자는 이기적 순결주의자였지만 솔직한말로 장난으로 시작해 장난으로 끝나는, 심지어 아무런 맥락없이 잔인하기까지한 이 작품이 대한민국 극장에 걸리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아마 현 캐스트에서 몇몇 배우들의 이름을 지워버린다면 DVD 직행의 운명을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실망스러운 작품이라 속단했었다. 하지만 극장에서 이 작품을 다시 본 후 <마셰티>를 완성시키는 요소는 다름아닌 극장이란 공간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작품성이나 완성도에 대한 부담은 버리고 시작한 농담이었다. 엉성한 비율의 화면과 스크린에 애써 박어넣은 촌티들. 영화적 헛점을 극대화시키는 극장이란 공간이야 말로 요 쌈마이스런 로드리게즈의 농에 가장 적합한 장소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룡정점은 나와 비슷한 각도에서 의도된 순간에 적절한 낄낄거림으로서 그들의 발악에 예를 갖추는 관객 친구들이었다 (생판 남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친구같은 존재들이었다). 

이래저래 <마셰티>에 대한 미안함과 로드리게즈에 대한 오해를 정리하고 영상자료원에서 준비한 5월의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읽어봐도 주제와 근거가 전혀 이어지지 않고있지만 이번 <마셰티> 해프닝을 통해 깨우친 간단한 교훈은 첫째, 극장에서 멀쩡히 영화가 상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구석에서 소박하게나마 감상한 후 영화에 대해 제멋대로 실망하는 짓거리는 어쩌면 바로 옆동네에 사는 처자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멋진 시간을 보내볼 수 있음에도, 화상채팅을 통해 그녀와 한두시간 떠든 후 '이번 소개팅에서 만나본 여자는 영 별로였어...' 라고 중얼거리는 것 만큼 안쓰럽고 희안한 짓이나 광경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이런 진실되고 황홀한 스크린의 경험을 단 한번의 언질과도 마주하지 못해 갈등의 기회조차 맛보지 못할 극소수의 불우이웃을 돕기 위함이다.
 
고전은 개뿔, 어쩌면 10년 후면 제목조차 기억하지 못할 작품들도 섞여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이유는끝내주는 몇몇 걸작들도 섞여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단 누군가에게는 그 어떤 걸작보다 소중하게 맘에 담아둘만한 이쁜 영화들이 꽤 많기에, 그리고 그런 인연과 어긋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걸어놓고 누군가는 인지하길 바라기 떄문이다. 5월 1일,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전이 끝나면 <블루레이 특별전>과 <앵콜극장전>이 이어진다. 

블루레이 특별전의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5월 3일부터 7일까지 비교적 짧게 진행되며 각 영화당 상영횟수는 2회 정도다. 상영일자와 시간은 이곳 상영스케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판의 미로  2006 / 15세관람가  기예르모 델 토로
 그라인드 하우스  2007 / 18세관람가  쿠엔틴 타란티노 - 로버트 로드리게즈
 허트 로커  2008 / 15세관람가  캐서린 비글로우
 렛 미 인  2008 / 15세관람가  토마스 알프레드슨
 싱글맨  2009 / 15세관람가  톰 포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2010 / 12세관람가  이시아라 타츠야 - 타케모토 야스히로

일단 5년전 일반 상영관에서 기립박수를 칠뻔한 <판의 미로>를 감상할 수 있다. 스크린으로 다시볼 생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번 라인업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그라인드 하우스>다. 북미흥행 실패로 타국에선 매정하게도 쌍둥이를 각기 다른 곳으로 입양시키는 꼴이 되버렸던 웨인스타인의 횡포로 (그도 그럴것이 <그라인드 하우스>는 지난 10년간 최악의 흥행성적을 거둔 작품 순위에서 9위를 차지했다) 인해 흥겨운 이벤트의 쾌감의 반의 반도 느끼지 못했던 지난날의 원통함을 씻어내릴 기회다. 상영시간 191분이 이리도 반가울 수 있을까. 여기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두 감독의 작품을 합치고 중간에 일라이 로스, 에드가 라이트, 롭 좀비가 별 지랄을 다해놨어도 <카페 느와르> 보다 러닝타임이 짧다. <플래닛 테러>와 <데스 프루프>를 동시에, 그것도 스크린으로 접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주 씬나죽겠다. DVD 로 몇번이고 돌려본 작품이지만 기껏해야 안방 티비로 감상한게 전부이기에 이번 기회야말로 <그라인드 하우스>와의 진정한 첫만남이 이뤄질 수 있을것 같다. 


블루레이 특별전에 이어 우릴 맞이하는 건 <앵콜극장전>이다. 누가 한건진 몰라도 참 이쁜 짓이다. 본 프로그램의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로큰롤 인생  2007 / 35mm / 전체관람가  스티븐 워커
 우리 의사 선생님  2007 / 35mm / 12세관람가  니시카와 미와
 몽골  2007 / DV     / 15세관람가  세르게이 보드로브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  2008 / 디지털/ 전체관람가  파울 슈마츠니 - 마리아 슈토트마여
 오슬로의 이상한 밤  2008 / 35mm / 15세관람가  밴트 해머
 산타렐라 패밀리  2008 / 35mm / 15세관람가  나초 G. 베일라
 파리 36의 기적  2008 / 35mm / 15세관람가  크리스토퍼 빠라띠에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  2009 / 디지털 / 12세관람가  요코하마 사토코
 아이 엠 러브  2009 / 35mm / 18세관람가  루카 구아다그니노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  2010 / 디지털 / 12세관람가  피나 바우쉬
 환상의 그대  2010 / 35mm / 18세관람가  우디 앨런
 사랑하고 싶은 시간  2010 / 디지털 / 18세관람가  실비오 솔디니
 세상의 모든 계절  2010 / 35mm / 12세관람가  마이크 리

솔직히 이 13편의 작품을 다 감상한건 아니지만, 일단 음악과 춤이 인생과 만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해내는 <로큰롤 인생>과 <엘 시스테마> <댄싱 드림즈>가 안보이나. 이따금씩 극장 관람을 상상해본 작품들이기에 심히 반갑다. 그뿐인가 때려죽여도 결코 변하지 않을 2011년 최고의 걸작 두편이 라인업에 끼여있다. 나는 사랑일세 라며 황홀한 자아회복귀를 펼쳐보인 평범한듯 비범한 <아이 엠 러브>와 인생의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배열해 사람 맘을 제멋대로 들쑤셔놓은 마이크 리 할배의 <세상의 모든 계절>을 다시볼 수 있다. <미드나잇 인 패리스>를 만나기 전에 잠시 보류했던 우디 앨런의 최근작도 만나볼 수 있고, 설원의 풍경만큼이나 시린 농으로 점철된 <오슬로의 이상한 밤>의 분위기에 빠져볼 수 도 있는 기회다. 5일 부터 19일까지 상영되며 자세한 상영일정은 이곳 상영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편중 10편 가량은 고대하고 있다. 물론 다 볼수는 없을게다. 애석하게도 잠실에서 바라본 영상자료원의 위치는 서울같지 않은 서울이다. 얼마전 비행기를 타고 갔던 제주도가 더 금방 도착했던것 같다. 여하튼 루카 구아다그니노, 마이크 리 평생을 기억하게 될 내생의 걸작을 선물해준 두 감독의 작품은 기필코 다시찾을 생각이다. 그리고 <그라인드 하우스>는 사적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 누가 때려죽인다고 해도 가볼 생각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기회가 된다면야 최대한 노력해서 스크린을 통해 만나보고 싶다. 그러고보니 영상자료원에 대해 이야기를 안했다. 위치는 여기고, 가격은 공짜야. 시설은 준수하다네. 인사는 못하겠지만 함께 즐거이 영화를 감상해보자고. 마셰티 땡큐.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 Great Musical Moment 13

2011. 4. 17. 14:01 Film Diary/Column




사랑스런 필모그래피의 소유자,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독특한 감성과 캐릭터 만큼이나 적재적소에 인상깊게 파고드는 선곡으로도 유명하다. Paste 매거진에서 그의 영화속 위대한 뮤지컬 모멘트 13을 선정했다. 잡지사의 초이스란게 실상 소수의 취향이긴 하지만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꽤 흥미롭게 추억해볼만한 리스트가 아닐지. 
 
 
13. Jarvis Cocker, “Petey’s Song” (The Fantastic Mr. Fox)




12. The Ramones, “Judy Is A Punk” (The Royal Tenenbaums)



11. The Rolling Stones, “I Am Waiting” (Rushmore)




10. Sigur Ros, “Staralfur” (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



9. The Kinks, “This Time Tomorrow” (The Darjeeling Limited)





8. Peter Sarstedt, “Where Do You Go to My Lovely” (Hotel Chevalier)




7. The Rolling Stones, “Ruby Tuesday” (The Royal Tenenbaums)





6. Iggy & The Stooges, “Search and Destroy” (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





5. Seu Jorge, “Life On Mars” (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





4. The Who, “A Quick One While He’s Away” (Rushmore)





3. Elliott Smith, “Needle in the Hay” (The Royal Tenenbaums)






2. Nico, “These Days” (The Royal Tenenbaums)




1. The Kinks, “Strangers” (The Darjeeling Limited)

2011 기억을 위한 기록

2011. 4. 17. 13:13 Film Diary/Column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는 질문. 몇편의 영화를 보았는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가. 제 1 의 취미로 삼고있음에도 영화에 대한 회상은 그저 흐릿하게나마 그려질뿐 명확한 답이 나오질 않는다. 몇번의 시도는 해봤으나 대부분 거창하고 부담스런 형식으로 인해 꾸준한 기록이 힘들었다. 앞으로는 단 한장의 사진이라도 망각전에 전시하려 한다. 가능하다면 짧게나마 기록을 위한 감상을 끄적이고 싶다. 아직은 독창적이고 존재가치가 있는 객으로서의 분석은 힘들것 같다. 독서와 경험의 폭을 넓힌 후 작품과 감독에게 상응할 수 있는 수용자가 되는 날, 나름대로 날카롭고 누군가에겐 의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전까지는 애정을 위한 기억 유지, 그야말로 그 기억을 위한 기록을 해야겠다. 사실 몇편의 영화에 대해서는 짧게나마 존재가치와 우수함을 적어놓긴 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다시 들춰보니 여전히 창피하고 무디다. 많이 읽고 열심히 생각해서 몇년 후 이 카테고리엔 꽤 쓸만한 텍스트들이 들어찼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간간이 작품에 대한 최소감상을 끄적이고자 한다. 비평이나 리뷰가 아니라, 최소한 문뜩 제목이 귓가를 스칠때 감상 순간에 대한 복기가 가능할 정도의 되뇌임을 기록해야겠다.  (배경음악은 애니메이션 illusionist ost 중에서 Chanson illusionist)
















































































































































































































































































































































































































































































































































































제 2회 나름 진지한 시상식 (2010)

2010. 12. 13. 15:23 Film Diary/Column


   

 
 1. 제작년도와 관계없이 2010년 한국 극장에서 정식으로 개봉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함 (영화제/특별상영 제외).

 2..국외작품 상영에 대한 제한적 여건과 개봉지연 사유로 인해 미개봉 및 DVD 직행의 운명을 맞은 전세계의 모든 
    2010년 제작영화들까지 그 대상으로함.

 3. 접근성이 떨어지는 남미/유럽/아시아 각국의 작품들은 1,2년 정도의 제작년차는 감안해 북미개봉 기준 2010년 
    상영작들을 그 대상으로 함. (이런 작품들은 북미개봉을 기준으로 소개될때 비로소 존재를 알리곤하니) 

 4. 月을 영어로 표기한 작품은 국내개봉이 아닌 외국기준의 개봉일입니다.



20위 - 이층의 악당 (10.11.24) D : 손재곤 A : 한석규, 김혜수

 소포모어 징크스를 명백한 진화로서 뭉개버린 손재곤 감독의 신작 <이층의 악당>.  대사는 유효하고 이야기는 단단해졌습니다. 미스테리와 로맨틱 코메디의 기묘한 동거는 여전히 신선합니다. 감독의 여전함과 배우의 건재함을 상기시켜준 반가운 작품입니다. 2010년 한국 코미디 중에선 가장 뛰어난 영화가 아닐지. 특히 지하실 시퀀스는 말이죠.





19위 - 킥애스 (10.04.22) D : 매튜 본 A : 아론 존슨, 클로이 모레츠

  관객의 기대치를 정확히 충족시킨 현명한 히어로물입니다. 조금 더 강하게 갔다면 지금과는 다른 평가가 났을 수도. 뒤틀린 상상력을 메인스트림에서 어떻게 다뤄야할지, 좋은 선례를 남긴것 같습니다. 아쉬울것 없이 똑부러지는 영화이지만 속편에서는 주인공 킥애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할것 같아요. 누가보면 제목이 힛걸인줄 알겠어요.





18위 - 시라노 연애조작단 (10.09.16) D : 김현석 A : 엄태웅, 최다니엘, 이민정


 2010년의 복병, 시라노입니다. 무엇보다 김현석 감독님의 확고한 자리매김이 가장 큰 의미를 갖는것 같네요. 특유의 스타일을 구축하게한 기점, 김현석 월드 확장의 토대가 된 중요한 작품으로 남을 것입니다. 젊은 관객들이 생각하는 즐거운 영화의 현재가 바로 이곳에 있는 느낌입니다. 






17위 - 공기인형 (10.04.08) D : 고레에다 히로카즈 A : 배두나, 아라타

 오늘날의 서글픈 동화, <공기인형>은 고레에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을 다시한번 일러준 작품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배우 배두나의 뛰어난 표현력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올한해 등장한 그 어떤 영화보다 배우의 지분과 역할이 중대한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의 감정을 책임지고 관객을 올바르게 인도해준 인형같은 여인 배두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참 슬퍼요. 이 영화. 





16위 - 언싱커블 (10.May.26) D : 그레고 조던 A : 찰리 쉰, 사무엘 젝슨

 테러를 빌려 인권을 논해보는 시간입니다. 꽤나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편으론 굉장히 훌륭한 장르적 온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징한 캐릭터간의 긴장감 넘치는 갈등양상을 너무나도 현명하게 잘라 붙여놓은 숨겨진 수작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찰리 쉰은 정말 다양한 얼굴을 하고있는것 같네요. 





15위 - 토일렛 (10.12.02) D : 오기가미 나오코 A : 모타이 마사코, 알렉스 하우스
  
 산책과 사색을 반복하던 오기가미 월드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긴것 같아요. 두터워진 드라마가 꽤나 반갑긴 했지만, 어째 특유의 휴식감은 덜 느껴지는것 같아 아쉽긴했습니다. 일전에 <카모메 식당>과 <안경>을 영화보단 기능성 영상에 가까운 참 고마운 휴식의 시간이라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엔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볼만한 따스한 드라마 한편을 잘 본것같습니다. 좋은 영화, 기분좋게 잘 봤습니다. 역시나 한국 관객들은 그녀의 세상을 참 좋아하는것 같네요. 스폰지 하우스가 매진인건 참 오랬만에 보네요. 





14위 -  베리드 (10.12.08) D : 로드리고 코르테스 A : 라이언 레이놀즈

  전개상 극단과 형식상 극복을 몸소 보여준 실험적인 작품 <베리드>는 분명히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적 체험의 새로운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걸작이 될순없는 운명이지만 <베리드>는 자신의 자리에서 올라갈 수 있는 최대치의 작품성을 선보이는 작품입니다. 극장관람이 필수인 진짜 영화입니다.





13위 - 노라없는 5일 (10.10.21) D : 마리아나 체일로 A : 페르난도 루한

 여운과 회상. 두가지 키워드에서 만큼은 가장 훌륭한 매개였습니다. 세상을 떠난 후, 남은 이들을 화해시키고 이해시키는 그녀의 마지막 만찬은 어째 슬프지가 않았습니다. 다만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라며 후회의 연속을 반복할 내 자신의 처지만 처량해져 슬퍼질뿐이죠. 정제된 드라마가 건내는 진짜 인생의 이야기. 그래서 왠지 슬프기도하네요.
 




12위 - 꼬마 니콜라 (10.01.28) D : 로랑 티라르 A : 막심 고다르, 발리에리 르메르시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고 마냥 행복하게 만들어준 녀석들입니다. 절대적인 비교를 해본다면 작품성 측면에선 태생적으로 불리한 측면들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지만, 극장에서 한없이 행복했던 제 추억에 솔직하고 싶어 12위에 <꼬마 니콜라>를 올립니다. 이렇게 해맑고 걱정없이 영화를 봤던 적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머리를 안쓰고 마냥 행복하게 바라본다는거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재주입니다. 생각만해도 행복해지는 작품이네요.





11위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10.09.02) D: 장철수 A: 서영희, 지성원, 박정학 

  힘 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은 힘입니다. 사실 칸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을때만 해도 장르적 재미에 기대를 걸었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제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기대했던 장르의 토착화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곳에는 박력넘치는 진중한 드라마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객석에 관객의 사지를 묶어둔채 징하게 괴롭히는 과정속에는 다양한 의미의 영화적 힘을 떠올리게 하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첫번째 힘, 장철수란 이름의 투박한 박력이 건져올린 수긍입니다. 신인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소신있게 작품을 완성한 덕에 의미없는 칼부림에 지친 관객들도 그녀의 낫질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피와 살육이 영화에 있어 어느 순간에 등장해야할지 가장 올바른 예를 보여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힘은 단연 배우 서영희입니다. 배우가 일생에 한번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광기를 그녀는 올해 행한것 같습니다.

 감독과 배우가 정체모를 힘으로 합심한 이 작품은 후반부에 가선 관객의 오금을 후려치며 오싹한 반성을 상기시킵니다. 잔인하리만큼 슬픈동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개인적으론 가해에 대한 복수보단, 방관에 대한 응징으로서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극적 완성도가 선사한 순간의 유희도 있었지만, 설득있는 어조로 우리네 삶의 어긋난 방식을 지적하는 부분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우조연상 - 모타이 마사코 <토일렛>

 조연상은 작품에 대한 공헌도로 선정했습니다. 약간은 모자르고 어딘가모르게 삐걱대는 삼남매를 봉합한건 그녀의 존재였습니다. 작품을 통틀어 대사라곤 딸랑 2개 뿐이지만, 오기가미 월드의 뮤즈답게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책임져주고 있습니다. 한숨과 미소로 기억될 그녀의 온화한 표정이 어째 잊혀지질 않네요.
 




남우조연상 - 문성근 <옥희의 영화>

 이번에도 역시 문성근같은 연기였습니다. <오! 수정>과 <질투는 나의 힘>에서 봐오던, 바로 그 문성근이였습니다. 불균질적인 4개의 단편의 중심에서 현실감을 부여한것도 바로 그 문성근의 힘이었습니다. <주문을 외울 날>과 <폭설 후>에서 보여줬던 서로다른 매력의 상반된 연기는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옥희의 영화>를 완성한건 이선균도 정유미도 아닌 문성근의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10위 - 부당거래 (10.10.28) D : 류승완 A :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멈추지 않는 원형의 먹이사슬을 그린 작품 <부당거래>는 인용이 아닌 창조에 초점을 맞춘 류감독님의 결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덕분에 그의 필모는 물론이고 2010년 한국 영화계에는 가장 날카롭고 굵직한 범죄 드라마 한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몸이 아닌 머리로 영화를 대하는 류승완 감독님의 새로운 결심이 반가우면서도 어째 벌서부터 예전의 향취가 그리워지네요.




9위 -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 (10.AUGUST.13) D : 에드가 라이트 A : 마이클 세라

 에드가 라이트는 역시나 젊습니다. 만화적 관계에 대한 비디오 게임식 응답은 신선함, 그 자체였습니다. 신인류의 대중영화를 다루는 그의 행보는 확실히 보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젠 슬슬 오리지널리티를 선보일 차례인것 같습니다. 패러디와 인용이 아닌 그의 진짜 색을 다음엔 볼 수 있기를.  





8위 - 옥희의 영화 (10.09.16) D : 홍상수 A : 이선균, 정유미, 문성근


<극장전> 부터였습니다. 제가 20살이 되던해에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극장전>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는 성인의 실소를, 찌질한 남자의 쪽팔린 낄낄거림을 능숙히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신작 <옥희의 영화>는 홍감독님의 작품들중 가장 공감하며 구경한 어른들의 이야기였습니다. 4,5명의 스텝이 몇천만원의 예산으로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현장과 순간에 의지한 가변적인 4개의 이야기들은 어째 멋지게 어울립니다.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나저나 김기덕 감독님은 뭐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7위 & 감독상 - 소셜 네트워크 (10.11.18) D : 데이빗 핀처 A :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연출력의 승리입니다. 올한해 가장 매끈하게 빠진 영화입니다. 무엇을 보다 어떻게에 주목하는 관람자로서 <소셜 네트워크>는 가장 훌륭한 상업영화중 한편이었습니다. 감독에게 놀아난 기분이 들었죠. 정말 기분좋은 농락입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구성지게 해낼 사람이네요. 점점 젊어지네요. 시간이 거꾸로 가는듯이. 올해 감독상은 분명 데이빗 핀처입니다.







6위 - 인셉션 (10.07.21) D : 크리스토퍼 놀란 A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셉 고든 레빗, 엘렌 페이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헐리웃이란 전쟁터에서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무력을 바탕으로 지나가는 곳마다 뜻깊은 기념비를 세우고 있습니다. 상업/대중 영화, 특히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한여름의 관객을 공략하는 오락물이 이토록 지적이고 탄탄할 수 있다는건, 아주 쉬운 인정으로 이어집니다. 그래 너 참 잘났다. 

 모두가 인정할만한 천재, 크리스토퍼 놀란의 상상은 시각이 아닌 내러티브 자체로서 차원을 건너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아바타>의 등장으로 모두가 한곳을 바라볼때 겉이 아닌 속으로, 눈속임이 아닌 재현에 힘을 쓰는 영리한 감독의 존재는 참으로 반갑고 고마울 뿐입니다. 올해 극장 관람을 2번한 작품은 <인셉션>이 유일한것 같습니다. 참 매력적인 이야기꾼입니다. 역시나 가장 무서운 사실은 상업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 놓은 그의 상상놀음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5위 - 송곳니 (10.JUNE.27) D :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A : 크리스토스 스테르기오글루, 미셸 발리

 끔찍한 영화입니다.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한 이 그리스 영화에는 3남매를 평생 집안에서만 양육하는 부모가 나옵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가장 소박한 시점으로 인용한 이 작품은 낯선 광기로 가득합니다. 멍하니 바라보다 싸늘하게 끝마치는 작품입니다. 라스 폰 트리에가 연상될 정도로 아주 힘겨운 체험이었습니다.  





4위 -  인디 에어 (10.03.11) D : 제이슨 라이트먼 A : 조지 클루니, 베라 파미가

  섬처럼 표류하는 한 남자를 쫓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많은 골치거리들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불안과 고독. 경쾌하게 뒤쫓아본 해고전문가의 발걸음이 어째 씁쓸하기만 하네요. 가장 기대하는 신진 연출가 제이슨 라이트먼의 너무나도 훌륭한 오늘날의 일기 <인디 에어>는 끝까지 외로울 수 밖에 없었던 조지 클루니의 의연한 표정으로 기억될것 같네요. 괜찮은 건가요. 우리?





주목할만한 시선 - 남매의 집(사사건건 中) D : 조성희

 지난 1월에 개봉한 영화 <사사건건>속에는 가장 주목받는 단편 4개가 섞여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남매의 집>이었다. 두려움이란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을 '낯섬'이라 믿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정체도 의미도 알기힘든 낯선 두려움으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감상한지 꽤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감독의 이름 정도는 기억해둘 필요가있다.



여우주연상 - 서영희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나인>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명배우라도 작품을 잘못 만나면 힘을 못쓰는 구나. 역시 한해의 으뜸을 뽑는 주연상의 경우는 영화와의 합도 중요한것 같다. 감독 장철수는 물론이고 주연을 맡은 서영희 역시 일생의 한번 피울 수 있는 기적같은 순간을 이곳에서 보여준다. 주변부를 맴도는 착한 여성이 드디어 독한 맘을 품고 섬찟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녀의 표정과 움직임에 형언하기 힘든 박력을 느낀 사람으로서 올해 여우 주연상을 그녀에게 바친다.
 




남우주연상 - 라이언 레이놀즈 (베리드)

 솔직히 말해서 2010년은 배우보단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명백한 수상자가 느껴지지 않은 한해였다. 서서히 뜨기 시작하는 태양, 라이언 레이놀즈가 <베리드>에서 선보인 연기는 그런 공백을 메꾸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실험에 동참한 그의 비장한 각오는 진심이 되어 관객에게 전달됐다. 죽어라 고생한만큼 뜨거운 박수를 보내본다.






3위 - 경계도시 2 (10.03.18) D : 홍형숙 A : 한국사람들

 대한민국이란 리트머스 시험지 위에 떨어진 송두율이라는 시약, 다큐멘터리 <경계도시 2>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반드시 감상해야할 작품 중 하나다. 정치적 이념 논쟁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으로서 우리가 얼마나 비겁한 우인인지를 자문해볼 뜻깊은 시간이 될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흘러간 시간속에 별다른 반성도 개선도 없다면 ... 그건 참 비극적인 일이다.






2위 - 예언자 (10.03.11) D : 자크 오디아르 A : 타하 라힘, 닐스 아르스트럽

<대부>와 비교하려는 성급한 판단을 보류하더라도, 근 10년간 등장했던 갱스터 느와르 영화들 중에선 최상의 영화적 감흥을 지닌 작품이다. 1년동안 진지하게 고민해봤는데 <좋은 친구들>보다 <예언자>가 훨씬 괜찮은 영화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극장에서 다시 볼 기회는 없겠지만, 몇년의 한번씩은 찾아보며 흥분과 감탄을 반복할 준비 정도는 돼있다.   






1위 & 작품상 - 시  (10.05.13)  D:이창동 A:윤정희,안내상,김희라

 요즘 류승완 감독님의 인터뷰를 접해보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게됩니다. 솔직히 영화라는건 인간의 삶에 있어서 없어도 되는, 필수적 요소가 아니라는 이야기말이죠. 물론 류감독님의 주장은 거대자본을 다루는 연출자의 직업윤리에 관한 되새김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엉뚱하게 영화의 효용적 가치에 대한 존재의미를 연상하곤 합니다. 

 활자의 가치와 필사의 지적탐구가 희미해져가는 우리 세대에게 영화는 많은 것들을 충고해주리라 믿는 사람으로서, 잘 만들어진 한편의 영화는 책장을 가득메운 빼곡한 글자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와 우리의 삶의 태도를 긍정적 방향으로 돌려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적 의식흐름의 끝에는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0년, 365일을 살아오며 제게 가장 의미있는 경험은 영화 <시>를 감상한 것이라고, 어디서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는데 있어 '어떻게'에 주목할뿐 '무엇을'에는 무관심한 편입니다. 우리 시대의 죽어가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속에선 많은 것들이 시들어 갑니다. 영화 <시>속의 '무엇'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역행하며 추락합니다. 욕망은 도덕을 끌어내리고 이기심은 인간의 존재를 스스로 지워냅니다. 시들어가는 인간사의 매서운 역행을 죽어가는 시로 치유하고자 하는 이 작품은 '어떻게'에서 조차 종이와 펜을 꺼내 스스로가 희미해져가는 시가되어 응답합니다.

 그간 소설의 형식으로서 현대사와 오늘의 고민을 이야기 해왔다면 이번 작품은 확실히 스스로가 시가되어 곪아가는 나와 우리에게 경고아닌 조언을 건냅니다. 그 조언의 결론은 이겁니다. 이감독은 우리에게 인간답길, 미자는 우리에게 아름답길. 설명보단 뭉텅이의 넓은 표면으로 몸을 맡겨 뛰어보는게 옳은 작품입니다. 본다는 시각적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각성을 주는지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영화입니다.    
  

        
이상 제 2회 나름 진지한 시상식 (2010) 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올 한해 감상한 영화들중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지만 2010년에 제작된 것이 아니기에 소개하지 못한 영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기인형>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1998년작 <원더풀 라이프>입니다. 이 작품은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일주일간 머무는 어느 공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혼이 지상의 육신을 떠나 영원한 시간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모든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주일을 머물게 됩니다. 

 그들은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의 일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 기억이 결정되면 이곳의 직원들은 각자의 추억을 영상화하여 영원한 시간의 세계로 떠날때 나머지 모든 기억을 잊고 아름다웠던 순간만을 머리에 남긴 채 떠나도록 도와줍니다.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기억한채 세상을 떠난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자기 생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너무나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후세계를 그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 마지막으로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준비하던 시나리오와 컨셉이 참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제가 12년이나 뒤쳐진 것이지만, 저역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논리에 맞게 이야기를 진행하려 하였는데, 이런 공간에선 굳이 논리나 정확성을 따질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잭 갈리피아나키스 Zach Galifianakis - 공존의 매력

2010. 12. 11. 23:48 Film Diary/Column



 이상할정도로 배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편이다. 작품이나 연출자에 비하자면 연기자에 대한 관심은 확실히 적은편이다. 근데 요즘 묘하게 눈을 끄는 배우가 있어 짧게나마 기록해보고자 한다. 그의 이름은 Zach Galifianakis. 국내에선 개봉하진 못했지만 미국내에선 R등급 코미디물의 흥행역사를 새롭게 쓴 히트작이자 골든글러브에서 코미디부문 작품상까지 거머줘버린 골때리는 물건, <행오버>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존재를 알린 이다.

 <듀데이트>를 통해 재회한 연출자 토드 필립스와 잭 갈리피아나키스의 조합. 스타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합세와 전작의 메가히트 덕분에 (한발 늦긴 했지만) 국내에서도 스크린을 통해 이들의 정신나간 코미디를 마음껏 즐길 수가 있었다. 극장에 앉아 있을때는 정신없이 낄낄데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몇일이 지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배우에겐 전에없던 캐릭터성이 숨겨진듯 했다. 



 전에없다는 느낌은 완전한 창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같은 시대에선 사샤 바론 코헨같은 작정한 엔터테이너가 아닌 이상 온전한 의미의 새것이란 존재하기 힘들 것이다. 내가 바라본 잭 갈리피아니키스의 연기속에는 독창적인 새로움보단 기존 캐릭터의 현명한 공존이 느껴진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일 수도 있지만 거칠고 유별난 그의 외모 속에는 드라마같은 연민이 흐르고 있다. 가장 쉽고 정확한 예시라면 잭블랙과 스티브 카렐의 동거 정도가 되겠다. 잭블랙과 스티브 카렐은 어찌보면 너무나 거리가 먼 희극인일 수 있다. 잭블랙이 환상같은 존재로서 일상을 해체하고 스스로가 이야기를 발산해내는 스타일이라면, 스티브 카렐은 지극히 평밤한 일상속에 파묻혀 현실에 벽에 자꾸만 부디치고 넘어지며 연민의 이야기를 홀로 씹어 삼키는 이다. 현실을 깨부시는 부적응자와 현실에 자꾸만 미끄러지는 부적응자.

 잭 갈리피아나키스의 많은 연기를 본건 아니다. 4,5 작품을 통해 전달받은 그의 연기 속에는 분명히 저 둘의 기묘한 동거가 느껴진다. 세상에서 가장 당당한 기세로 발을 들여 놓곤 연민의 씨앗을 이리 저리 흘리며 주변과 소통하려는 그의 몸부림은 극단의 최고치는 아니지만 어느 가운데점 쯤에선 평균 이상의 즐거움으로서 관객에게 익숙한 새로움을 선물한다. 
 


 공존의 매력이 가득한 이 배우는 극단의 장점을 취함과 동시에 각자의 단점도 최소화하는 노력을 지속하리라 믿어본다. 환상처럼 톡톡 튀지만 지나치게 극의 분위기를 뜨게 만드는 어느 이의 결함과 세상과 사람을 읽을줄 아는 현명한 캐릭터임에도 대본과 연출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 어느 누군가의 약점을 특유의 연민어린 괴상함으로 뛰어 넘길 바래본다.

 물론 <스쿨 오브 락>의 주인공을 잭 블랙보다 통쾌하게 해낼 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피스>의 마이클은 스티브 카렐 그 자체다. 배우를 거쳐 캐릭터가 완성된 케이스다. 잭 갈리피아나키스의 적절함은 이들의 극단적 매력을 뛰어넘진 못한다. 적어도 아직까진 말이다. 비록 40대에 접어들며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꾸준하고 현명한 선택을 이어가며 익숙한 새로움의 진정한 매력을 전세계인들에게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응원해본다.

 한가지 불안한 점은 토드 필립스 감독의 3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는 그의 최근 행보다. 블루칩으로 떠오른 만큼 다양한 작품들을 하고 있으니 스스로 경계하며 자신의 매력을 다양한 방향으로 발산하는 희극인이 되었으면 한다. 이점에선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고있는 송새벽씨의 행보가 떠오른다. 너무 짧은 시간안에 한가지 모습만 반복해서 보여주게되면, 아무리 좋은 배우라도 함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한미 양국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 두사람이 현명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 <듀 데이트>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남자, 은근히 드라마에 탁월하다. 아닌가? 코끝이 찡했던건 나뿐인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코미디에 안착했고, 잭 갈리피아나키스는 드라마에 안착했다. <듀 데이트>는 오랬동안 기억할 괜찮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될것같다. 물론 재미는 두말하면 잔소리.

제 2회 나름 진지한 시상식 - 후보작

2010. 12. 8. 02:59 Film Diary/Column


 
 예전 블로그를 살펴보니 4,5년의 시간이 흘러도 유일하게 뿌듯한 포스팅은 당해년의 감상작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선별한 후 분야별로 의미없는 수상을 해본것 뿐이었다. (영화 블로그에 있어) 새출발을 결심한 첫해인만큼,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선정한 2010년의 중요한 순간, 즉 10편의 작품들을 뽑아보고자 한다. 시간만 허용된다면 BEST 10의 선정뿐 아니라 분야별로 뛰어난 재주를 선보인 이들의 재능에 감사를 표하는 자리도 마련해보고 싶다. 기준과 후보작들은 다음과 같다. 아래의 46편의 영화들 중 선정하고자 한다.   

1. 제작년도와 관계없이 2010년 한국 극장에서 정식으로 개봉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함 (영화제/특별상영 제외).
   
2..국외작품 상영에 대한 제한적 여건과 개봉지연 사유로 인해 미개봉 및 DVD 직행의 운명을 맞은 전세계의 모든 2010년 제작영화들까지 그 대상으로함.

3. 접근성이 떨어지는 남미/유럽/아시아 각국의 작품들은 1,2년 정도의 제작년차는 감안해 북미개봉 기준 2010년 상영작들을 그 대상으로 함. (이런 작품들은 북미개봉을 기준으로 소개될때 비로소 존재를 알리곤하니) 


위 1,2,3 기준에 따라 선정된 후보작들 (전체 감상작들 중 최소한 실망은 안한 작품들을 선정)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The Secret in Their Eyes / El secreto de sus ojos) - 2009년 스페인/아르헨티나 
엉클 분미 (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 2010년 태국
옥희의 영화 (Oki’s Movie) - 2010년 한국
울지마 톤즈 - 2010년 한국
하하하 (夏夏夏) - 2010년 한국
유령작가 (The Ghost Writer) - 2010년 독일 / 영국 / 프랑스
하얀 리본 (The White Ribbon / Das weiße Band) - 2009년 독일 / 오스트리아 / 프랑스
경계도시 2 (The Border City 2) - 2010년 한국
시 (Poetry) - 2010년 한국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Bedevilled) - 2010년 한국
인셉션 (Inception) - 2010년 미국 / 영국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 2010년 미국
시라노 연애 조작단 - 2010년 한국
사사건건 (Nice Shorts) - 2009년 한국
꼬마 니콜라 (Le Petit Nicolas) - 2009년 프랑스
시네도키, 뉴욕 (Synecdoche, New York) - 2008년 미국
의형제 - 2010년 한국
맨 온 와이어 (Man on Wire) - 2008년 미국 / 영국
그린 존 (Green Zone) - 2010년 미국 / 영국
시리어스맨 (A Serious Man) - 2009년 미국
언 애듀케이션 (An Education) - 2009년 영국
예언자 (A Prophet / Un prophete) - 2009년 이탈리아 / 프랑스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 2009년 미국
킥 애스 : 영웅의 탄생 (Kick Ass) - 2010년 미국
공기인형 (Air Doll / 空氣人形) - 2009년 일본
클래스 (The Class / Entre les murs) - 2008년 프랑스
악마를 보았다 - 2010년 한국
애프터 라이프 (After.Life / After Life) - 2009년 미국
부당거래 - 2010년 한국
노라 없는 5일 (Nora's Will / Five Days Without Nora) - 2008년 멕시코
듀 데이트 (Due Date) - 2010년 미국
이층의 악당 - 2010년 한국
송곳니 - 2009년 그리스
애프터 라이프 - 2009년 미국
러브드 원스 - 2009년 호주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 - 201년 미국
스플라이스 - 2010년 미국
인빅터스 - 2009년 미국
언싱커블 - 2010년 미국

12월내 개봉(감상)예정 작품

베리드 (Buried) - 2010년 스페인
브라보! 재즈 라이프 - 2010년 한국
아메리칸 (The American) - 2010년 미국
아웃레이지 (The Outrage / アウトレイジ) - 2010년 일본
토일렛 (Toilet / トイレット) - 2010년 일본
투어리스트 (The Tourist) - 2010년 미국 / 프랑스
황해 (Hwanghae / The Yellow Sea) - 2010년 한국 


 예전 블로그를 다시 확인해 보니 21살때 끄적여본 첫번째 시상식의 타이틀은 <제 1회 나름 진지한 시상식>이였다. 그렇다면 본 예고 포스팅의 후속 글은 <제 2회 나름 진지한 시상식>이 되야만 할것같다. 4년의 공백을, 이번 만큼은 제발 매꿔보자는 의미와 의지에서 4년전 1회 수상작들을 긁어와봤다.
 
제 1회 나름 진지한 시상식 - 원문 Link


2006년, 한해의 영화들을 돌아보며...
 
 예전부터 제 나름대로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은하고 다녔지만, 고3 주제에, 재수생 주제에 영화를 봤으면 한해에 몇편이나 봤겠는가. 그나마 2006년 올 한해는 개인적으로도 극장에 찾아갈 시간적 여유가 많았을뿐 아니라, 90년대 후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다양하고, 개성있는 작품들이 많이 선보여진 한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제3국의 영화들은 언제나 '선별적'으로 인정받은 웰메이드 작품들이 많이 선보여지지만 유난히 올해의 외국영화들은 내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참으로 많았다.
 
2006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왕의남자>와 <브로크백 마운틴> 그리고 <메종드 히미코> 이 세편의 영화가 동시대에 3국의 박스오피스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9.11 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시작을 영화계에서 다룬 첫해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계만 살펴보아도 '스크린쿼터' 문제로 붉어진 한국영화 시장의 위기전조와  '괴물' 과 '왕의 남자'라는 두편의 천만영화의 등장으로 인해 한국영화에 대한 상반된 관심과 우려가 쏟아진 한해였다.
 
 김기덕과 홍상수등의 작가주의 감독들의 사랑이야기도 있었고, 봉준호 최동훈등과 같이 한국 상업영화의 진일보를 이끌게 해준 감독들의 오락영화들도 있었다. 그리고 유난히도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던 작지만 소중한 영화들도 많이 등장했다. 청룡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관객들의 외면을 위로받은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 그나마 웃을 수 있었다면, 아직까지도 양분된 반응 속에서 저주받은 걸작, 혹은 벌을받은 졸작의 사이에 있는 '구타유발자들'도 있었다. '삼거리 극장'과 '후회하지 않아'역시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또한 '다세포소녀'와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이 두작품은 대한민국 대표감독들의 실험작들로서 엄청난 욕과 소중한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06년은 이전과 다르게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는 영화들이 참 많이 등장했다. 매니저와 퇴물가수의 관계속에서, 위험하지만 솔직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소년의 몸부림속에서, 그리고 별볼일 없는 깡패와 우리네 어머니의 대화속에서, 개인적으로는 외국영화 보다는 한국영화속에서 2006년의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나간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극장들과 소통했던 첫해로 기억될것 같다. 비록 아직까지는 상업영화에 가까운 작품들에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지만, 조금씩 작은 영화들의 매력에 젖어 가는것 같다. 스폰지를 오가며,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아다니며, 하이퍼텍나다와 씨네큐브의 상영표를 찾아보며 영화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며, 조금이나마 영화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좋은 영화들도 많았고, 영화를 볼 시간도 많았던 2006년.  극장에서 본 영화는 75편, 그리고 비디오와 DVD, 어둠의 경로를 통한 관람은 정확한 숫자가 나오지는 않지만 극장에서 본것 이상인것은 분명할것이다. 올해의 마지막이 다되서야 이렇게 한해동안 보았던 영화들을 정리하며 생각을 해보니 역시 영화는 프린트의 예술이며, 스크린에서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든다. Best 20 중에서 무려 18편이 극장관람작품인것을 보면 말이다.
 
 
 
2006년, 내가 사랑한 영화들
 
 사실, 이 Best movie를 선정하는 기획은 누군가의 블로그에 있던 것을 보고 결심한 것이다. 그렇게 신나는 일만은 아니라해도, 나중에 뒤돌아보면 좋은 추억이고, 좋은 정보가 될것같다는 생각에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영화들의 작품성과 오락성을 가늠해 정확히 줄세울만한 재주도 없을 뿐더러 그럴 자격도 없는것 같다. 그냥, 별다른 기준을 두지 않고 내가 좋은데로 조심스레 정성스러운 순위의 탑을 쌓아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영화의 순위를 매긴 기준은 무엇이냐.  기본적으로는 '나'와 잘맞아야한다. 영화를 사랑하는데 있어서 내가 재미있고,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논리가 언제나 기본에 깔려있었다. 마냥 재미있을 필요도 없다. 재미가 없어도 좋다. 내가 보고 그냥 좋으면 되는것이다. 업무가 아닌이상 나에게 뭐라할 사람은 없을테니, 내 가슴이 반응하고 감정이 뒤흔들린 영화들 중에서 나름대로 순위를 정해보았다.
 
 평소에 영화를 보고 별표를 달곤 하지만, 그건 그다지 신빙성없는 그때 마다의 감정적인 즉흥 점수이므로 여기의 순위와는 별개로 보겠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라는 이유만으로도 그것에 무한한 애정을 심을 수 있는 이 별난 특성떄문인걸 생각해 보면 올해 내가 본 영화들은 단 두편을 제외하고는 다들 괜찮은 친구들이었다. 그렇다면 그 괜찮은 녀석들 중에서 가장 신나고 멋진 녀석들을 소개하겠다. 그전에 우선 후보에 올랐다가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녀석들이 여기 있다.




20위 프레리 홈 컴패니언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유작으로서 앞으로 더욱 유명해질 영화 <프레리 홈 컴패니언>. 기억이 날진 모르겠지만, 최근에 한국에서 개봉했던 영화이다. 상영규모도 작았을뿐 아니라, 흥행성적 역시 좋지 않아 이 영화를 극장에서 접한 이들은 얼마없을 것이다. 참으로 슬프다. 이 따듯하고 낭만적인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니... 
 
 유명 라디오 프로의 마지막 밤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오프닝 부터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송신탑하나가 외롭게 서있다. 친근한 라디오의 지직거림과 함께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차례로 배우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이름만 봐도 설레게 하는 그런 배우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영화는 시종일관 출연진들의 사사로운 잡담과 낭만적이고 힘찬 노래들이 배열된다. 그안에는 죽음도 있고, 사람들 사이의 말못할 사연도 담겨있다. 거장, 혹은 고령의 감독의 작품인 만큼 우리나라의 일반 관객들이 느끼기에는 다소 적응이 되지 않는 답답함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편히 갖고 여유롭게 이 작품을 즐긴다면, 추운 겨울 경치좋은 별장에서 따스한 차 한잔을 손에 쥔체   LP판을 틀어놓고 안락의자에 누워 세월의 흔적들을 되집어 볼만한 따듯하고 인간미 가득한 영화이다. 날카롭기만 하던 그의 눈빛이 많이 부드러워 졌음을 느낄것이다.OST는 두말할것없이 정말 최고이다.


19위 구타유발자들

 연말이 되면, 각종 잡지와 매체들은 그해의 최고 영화들을 언급하기 바쁘다. 그외의 많은 영화들은 조용히 관객들의 추억속에만 잠기게 된다. 그나마, 연말 연시가 되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다른종류의 영화들이있는데, 아마도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타이틀 아래 언급될 작품들이 그것일 것이다. <가족의 탄생>이야, 이제 누가봐도 '저주받은' 걸작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을것이다. 허나, 이 불쌍한 영화 <구타유발자들>은 아직까지도 매질과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걸작' 논쟁이 한창이다. 잔혹 마당극 정도로 이름붙일 수 있는 이 작품은 분명히 2006이라는 숫자와 함께 우리의 기억속에 남을 작품들중 한편임에는 틀림없다. 몇십년이 지난 후 시네마떼끄에서 재상영될 영화중에 한편임은 분명하다. 한석규와 이문식 그리고 오달수라는 배우들의 가장 훌륭한 모습들이 담겨있음이 틀림없는 작품이다. 


18위 박치기

1968년, 일본 학생과 재일교포 여학생의 사랑의 감정을 다뤄나가면서, 그들을 둘러싼 주변의 환경과 청춘들의 패기넘치는 에너지를 통해 일본 사회와 조총련간의 관계를 그려나가고 있는 작품이다. <69> 못지않은 젊음을 품고있는 이 영화는 <Go> 이상으로 진솔한 시선을 가진 체 때로는 우스꽝 스럽고 때로는 애절하게 그들의 관계를 이야기 한다. '임진강' 을 부르는 일본학생의 그 모습은 아직까지도 눈앞에 선하다. 1/2 일과 5일 양일간 하이퍼텍나다에서 상영이 잡혀있으니,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꼭 한번 봤으면 한다. '자유'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오다기리죠의 모습또한 꽤나 볼만하다.


17위 디파티드



 하긴, 갱스터 무비를 이 사람만큼 날것으로 잡아내는 감독이 또 어디있겠는가. 명감독과 환상적인 배우들의 조합으로 많은 관심을 이끈 <디파티드>는 정말 잘만든 영화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회자될 만한 훌륭한 갱스터무비이다. 오리지날 시나리오로 탄생한 영화라면 아마도 Best 5안에는 들어갈 만한 작품이지만, 잘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17위에 랭크하는 이유는 <무간도>에 세뇌된 나의 가슴을 움직일만한 영화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원작의 주인공들이 보여준 고상한 모습들은 되려 비웃음거리가 되고, 디카프리오와 스콜세지가 보여준 이 시원한 모습들이야 말로 정답일지 모른다. 그래도 어찌겠는가, 너무 빨리 리메이크를 해버린 바람에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음을. 그래도 역시, 스콜세지는 명감독이고  디카프리오는 괴물같은 배우라는것 만은 분명하다. 연출과 연기, ost까지 훌륭하다. 근데 너무 차갑긴 하다.


16위 음란서생

 너무나도 세련된 즐거움을 안겨준 영화였다. 사극에 세련되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영상미'에 능숙한 작가의 여유가 느껴지는 '농'까지, 근래 한국에서 만들어진 사극중에서 가장 신선하고 훌륭한 작품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장르의 혼합이라는 비판도 많지만, 내 눈에는 장르의 훌륭한 교류 였다고 생각된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연출자로 나아간 '김대우'의 데뷔작. 전혀 음란하지 않았음이 아쉬울 뿐 충분히 훌륭한 코미디와 눈까지 즐거웠던 참으로 깔끔한 작품이었다. 한석규씨는 내년에도 '다작'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의 얼굴은 도데체 몇개인가.


15위 미션 임파서블 3

 올 한해에도 많은 후속편들이 등장했다.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던 슈퍼맨도 돌아왔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잭 스패로우도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의 슈퍼맨은 향수에 젖어있었다. 그나마 잭 스패로우가 훌륭할 정도로 멍청한 모습을 선사하며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지만, 영화 자체가 지루한 감이 있었다.  올 여름 등장했던 블럭버스터 무비 중에서도 미션임파서블의 3번째 스리즈인 이 작품은 단연, 가장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첩보영화임을 포기 한것인지 스리즈가 늘어갈 수록 1편에서 점점 멀어지는 감은 없지 않지만(물론 2편 보다야 첩보영화 스러웠다) 여름철 헐리웃 블럭버스터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치의 즐거움을 보여준 이 영화는 적절하게 '때려 부수고' '날라 다니고' '나름 머리도 쓰면서'  헐리웃 원산지 공산품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본다. 앞으로 등장할 이단 헌트는 '탐 크루즈'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러면... 이거 재미없어질텐데

OST 부문
삼거리 극장 - 프레리 홈 컴패니언



 2006년 OST 부문에 있어서 만큼은 '이병우'의 한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장화,홍련>과 <연애의 목적> 그의 작품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한해도 <왕의 남자>와 <호로비츠를 위하여> <괴물> 무려 세편의 영화에 참여하며, 시상식 마다 2편씩을 후보에 올리며 전 시상식의 OST 부문을 휩쓸었다. 나역시 이병우의 음악들을 참으로 사랑한다. 하지만, 그의 음악들은 참 듣기는 좋지만, 영화와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것이 사실이다. 비록 영화 자체는 그렇게 좋게보지는 않았지만, 국내 판타지 뮤지컬 영화 1호인 <삼거리 극장>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지금도 OST를 듣고있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뮤지컬 영화를 표방하고 있기에 음악에 많은 부분 신경을 쓴것도 있겠지만, 정말 이 OST의 완성도는 놀라운 것이다. 음악을 들을때마다 절로 몸이 움직인다. <자봐라 춤을>과 <똥싸는 소리>는 너무나도 나를 즐겁게 해준다.

<프레리 홈 컴패니언> 방송의 마지막날, 그곳의 가수들의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흘러나온다. 재치넘치고 신나는 우디 해럴슨의 컨츄리송부터 메릴 스트립의 분위기있고 잔잔한 속삭임을 거쳐 린제이 로한의 재기발랄한 외침까지.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라디오 방송의 마지막 밤을 담고있는 영화인지라, 끊임없이 음악이 흘른다.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유작이된 이 작품속에 담긴 음악들은 영화 만큼이나 따듯하고, 나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질 만큼 진득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 


14위 비열한 거리 

 나는 유하감독의 영화를 참으로 좋아한다. 이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다. 우리네 현실속에 두 발 담그고 '폭력'과 사회와의 관계를 그려나가는 그의 이야기가 너무나 좋다. 억압된 70년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아름다운 젊은과 '폭력성'의 분출이 좋았고, 새로운 시대의 흐름속에 그들이 '기성'이된 위치에서 다시금 '폭력성'을 만들어내고 그것에 희생당하는 또다른 젊음의 연장적인 이야기가 좋았다. 비열한 거리는 <말죽거리 잔혹사>의 미래의 모습이며, 앞으로 유하감독이 만들어낼 새로운 영화의 과거이고, 우리의 현재이다. 우리들의 불안정한 '한국사회'를 말하는 도구로 사용된 조폭들의 존재는 그 '폭력성'의 연속성을 가장 비참하게 표현해내는 도구로서, 느와르 영화로서도 큰 의미를 지니게 해준다. <게임의 법칙>과 <초록 물고기> 그리고 <달콤한 인생> 의 뒤를 잇거나 그들보다 더 큰 의미를 품은 꽤나 소중한 영화임이 분명하다. 단순한 조폭영화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들의 더러운 삶이 너무나도 많이 뭍어난다. 역시, 유하감독의 작품인 만큼 많이 낡았지만 그만큼 영리 하기도 하다. 말그대로 old and wise 
 

13위 수면의 과학

 이 세상의 그 어떤 이야기가 자신의 '꿈'자리 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을까? 이따금씩 우리들은 어젯밤 꿈속의 환상적인 이야기와 짜릿함을 잊지 못하고, 그 기억들을 더듬어 보려한다. 희미한 기억속의 언뜻 생각나는 그 달콤한 이야기들은 엉성한 모양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비록 말은 안되지만,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신비하게 우리의 마음을 뒤흔든다. 영화 <수면의 과학>은 꿈의 세계와 현실의 중간지점 속에서 한 청년의 사랑과 상처를 그려나간다. '역시 미쉘 공드리'라는 말이 터져나올 정도로 스크린을 가득메운 그의 상상력과 표현력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간지럽힌다. 너무나도 달콤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너무나도 귀여운 영화. 난 정말로 더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이 작품을 즐겨주었으면 한다. 추운 겨울날, 당신의 가슴을 따듯하게 녹여줄 작품임이 틀림없다. 


12위 타짜

 신명나는 템포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은 장르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선보인 꽤나 주목할만한 영화였다. 그리고 두번째 연출작 <타짜>, 도박꾼들의 거대한 세계를 최감독 특유의 각색 작업을 통해 영화로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으로 끌어올린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는 스크린 위에서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나아갈 방향들을 알고있는 듯하다. 관객들을 이끄는 그의 글솜씨와 거침없는 이야기의 진행은 충무로의  '상업' 혹은 '장르'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감독들 중에서도 단연 선두에 위치한듯 하다. 다만 <타짜>의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빠른 템포 때문인지 전작에서 느꼇던 캐릭터들의 생동감을 느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2006년 가장 훌륭한 상업, 장르 영화중의 한편이다. 앞으로도 그의 '재구성'이 계속 되길 바란다.


11위 열혈남아



 꽤나 우울한 엔딩을 맞았음에도, 설경구의 재기 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 영화였다. 별볼일도 없을 뿐더러 언제나 강해보이려 애쓰지만, 한없이 비겁한 삼류 건달과 우리네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모정의 따듯함과 인간미를 한껏 느낄 수 있었던, 그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증명 느와르'라 부를 수 있는 영화 <열혈남아>. 2006년은조폭과 건달이 등장하는 영화들의 색다른 변화가 시도된 한해였다. 이 작품 역시 건달의 생활을 통해 그들 역시 인간임을,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한동안 우리가 잊고 지낸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나역시 남자임을, 그리고 한번쯤은 우리의 어머니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다시 한번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 좋은 영화였다. 설경구씨는 이 영화의 시사회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영화 보시고, 어머니한테 전화한통 넣어드리세요'라고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10위 디어평양

이 목록들 중에서 유일한 다큐멘터리다. 그렇다, <디어평양>은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말이 필요없다. 그냥 이런건 직접 보고 느끼는게 최고이지만, 벌써 우리들은 이 작품을 잊었다는것이 아쉬울 뿐이다.


9위 스쿠프

 <스쿠프>는 70의 노인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영화이다. 다만 우디 앨런의 작품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라고 말이다. 77년작 애니홀 이후 쉬지않고 작품을 찍고있어서 일까, 그의 영화는 늙지도않을뿐더러 자신만의 색체를 유지하며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전작 <매치포인트>에서도 유감없이 노장의 실력을 보여줬던 그는, 이번 영화 <스쿠프>에서 젊은 배우들과 함게 깔끔하고 재치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성공적인 코미디영화를 이끌어냈다.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노인과 소녀, 그들은 조금은 엉뚱하고 다소 귀엽게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 속에서 시종일관 중얼거리는 우디 앨런의 입담앞에 자지러 질 수 밖에 없다. 우디 앨런의 놀라운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 <스쿠프>, 코미디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극장에서 박수가 터져나온것은 처음이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기발한 유머를 선보이는 노장에게는 경의를...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스칼렛 요한슨에게는 박수를

8위 라디오 스타

 이준익감독의 연출에는 조금은 옛날 냄새가 뭍어난다. 그리고 사람사는 냄새도 느껴진다. 아마도 그렇기에 라디오 스타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것 같다. 퇴물가수와 평생동안 그를 챙겨주는 매니져, 그들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영화 <라디오 스타>는 올 한해동안 선보여진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따듯한 작품이었다. 그전까지 의심하고 있었던 이준익 감독의 역량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인생에 있어서의 '벗'과 '동료'에 관한 의미도 돌이켜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나는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그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참으로 좋다. 착하고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너와 나'의 관한 영화가 좋다. 극장을 나서면서도 따듯한 가슴을 품고 인생을 돌이켜볼 수 있는 영화였다. 이따금씩 이 사회와 인생에 회의가 느껴질때 이런 영화를 만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은 아름답고, 살만한 것이구나'. 난 이 영화가 참 좋다.


7위 굿나잇 앤 굿럭



"굿나잇 앤 굿럭" 이 간결하고 강직한 인사말과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아마도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사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매카시 광풍에 유일하게 맞선 언론인 머로의 이야기를 담고있는 담담한 영화 굿나잇 앤 굿럭은 언론인들의 안일한 현실을 뒤돌아보게 만든 역사의 가르침이었다. 흑백으로 표현된 세계와 간결한 연출을 통해 '미니멀'함의 효과를 절실히 느끼게 해준 이 영화는 2006년에 등장한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묵직하게 우리들을 향해 돌진하다. 전작 컨페션과 굿나잇 앤 굿럭을 통해 미국사회의 냉전과 진실을 다뤄나가는 '조지 클루니'의 연출가로서의 행보도 기대해볼만 할것 같다. 흑백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6위 플라이트 93

 애도하기 위해서, 또한 기억하고자 우리는 앞으로도 9.11에 관한 많은 영화들을 접하게 될것이다. 이 영화 <플라이트 93>은 올한해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애절한 작품이었다. 그떄 그사람들의 모습을 마치 옆좌석에서, 혹은 관제탑 속에서 바라보고, 경험한 듯한 강한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플라이트 93>을 극장에서 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영화가 끝난 순간 자신의 머리에 총알 한방이 박혀버렸다는 사실을... 이 영화의 엔딩은 절대 잊을 수 없을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접한 모든 사람들이 말이다.

각본상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은 올한해 가장 찐한 사랑을 받은 영화이다. 평론가와 관객들 모두 이 새로운 가족의 모습앞에서 따듯한 낯설음을 느꼇다. 비록 Best 20에는 올리지는 않았지만 올 한해 가장 뛰어난 영화중 한편인 <가족의 탄생>은 낯설은 매력을 지니고있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속 가족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이 새로운 가족을 보고있자면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든다. 새로운 대안으로 다가온 이 훌륭한 작품은 3개의 단편적 이야기들이 한곳으로 묶여나가는 과정속에서 그 참된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각본'부문에서 가장 큰 점수를 주고싶은 작품이다. 물론 <달콤, 살벌한 연인>과 <음란서생>, <천하장사 마돈나>와 <괴물>등 훌륭한 각본들이 많았지만, 가족의 탄생의 시나리오는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5위 천하장사 마돈나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가 있다. 사랑스러운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코미디 영화 임에도 연달아 두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강한 개성과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영화이다. 올 한해동안 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코미디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나에게 강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희극과 비극의 균형과 새로운 희극적 요소들, 그리고 극을 지탱해주는 뛰어난 연기자들까지, 너무나도 부럽고 존경스러운 작품이다. 코미디 영화를 이정도로만 만들어준다면 앞으로 '코미디 장르는 괜한 괄시를 받는다는 아쉬운 소리'는 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이렇게 훌륭하게만 만들어 준다면...  아쉬운 흥행성적은 연말의 각종 시상식에서 트로피로 대신하였으니 모든것이 만족스러운 영화.

4위 괴물



 2006년, 가장 말도 많고 상복도 많은 영화. <괴물>은 지나칠 정도로 훌륭한 영화였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작품이 벌써 한국에서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만 3번을 봤다. 물론, 모든것이 만족 스러운것은 아니었다. 봉준호 감독은 단순한 이야기만을 전달하기에는 너무나 현명하고 욕심도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다소 어수선해진 경향은 없지않아 있지만, 나는 <괴물>을 현재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오락영화의 최고치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오락, 상업영화로서 이 영화를 즐긴 나로서는 여러가지 '사회적' 의미들은 단순한 영화적 장치로만 생각할뿐 '의도가 뻔했다느니' 등의 이유로 작품성을 깍아 내리고 싶지는 않다. '주제'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기엔 너무나 단순한 오락영화 이기 떄문이다. 한국 최고의 스릴러를 만들어낸 감독이 다시 한번 다른 장르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오늘날 까지도 사랑받고 인구에 회자되는 위대한 감독들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봉준호의 영화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요즘도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날때면 가끔씩 오싹한 기분이 든다. 괴물의 첫등장은 아마 평생 지우지 못할 기억이 될것이다.

3위 판의 미로



극장에서 영화가 끝나는 순간 탄성을 자아냈던 <판의 미로>, 스페인 내전의 어두운 과거와 소녀의 판타지적 동화가 교차하는 과정에서 풀어나가는 이 비극의 장은 정말이지 근래에 보기 드문 걸작이었다. 잔혹한 현실을 잊어달라는 자장가소리가 기괴한 판타지의 문을 연것일까. 슬펐다. 놀라웠다. 그리고 환상적이었다. 이것이 바로 판의 미로다. 이 영화를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무리 취향을 내세운다해도, 기본적으로 훌륭한 영화는 분명히 존재 한다는 것을.


2위 리틀 미스 선샤인



 영화팬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작품들중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가 바로 <리틀 미스 선샤인>이다. 각양 각색 루저 가족의 여행을 통해 가족愛와 그 소중함을 전해주는 이 영화는 인디의 질척한 시선을 통해 한층 더 따듯하게 우리에게 다가선다. '가족'은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이 있음에도 서로를 가장 잘 모르는 사람들의 집단일 수 있다. 어쩌면 한집에 모여 사는 우리들은 한없이 어색해질 수도, 혹은 서로를 미워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모습을 가진 그 어떤 사회적 동물들도 '가족'이라는 범위 안에서는 새로운 존재로서 서로 소통하는 것 같다. 그 속에서는 이유없이 서로를 사랑으로 감싸줄 이유가 생겨나느것 같다. 그것이 바로 가족이다. 요즘 너나 할것 없이 가족과 사회의 해체를 말하는 상황에서 속속 등장하는 이런 가족의 관한 이야기들은 우리들에게 참으로 많은 생각의 여지를 남겨준다. 그럼에도...우리는 가족이기에.   

1위 브로크백 마운틴



 내가 선정한 올 한해 최고의 영화는 홍상수 감독 해변의 여인도 아니고, 미카엘 하네케의 날선 영화 히든도 아니다. 바로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위의 리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멜로 영화에는 전혀 관심도 없을 뿐더러, 재미있게 본 작품조차 없었다. 사랑을 이야기한 작품들은 언제나 내가 사랑할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작품 만큼은 나의 가슴을 한없이 슬프게 만들었고, '그'들의 사랑에 고개가 끄덕여지게 만들었다. 이안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히스 레저의 기막힌 연기말고도, 이 영화에는 참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그리움 가득한 세월의 흔적들을 잡아낸 그 여백까지. 그 모든것들은 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후세에 길이남을 걸작으로 남겨지게끔 큰 공헌을 했다. 올 한해 최고의 영화를 넘어서, 10년 20년 후에도 이보다 훌륭한 영화는 등장할 수 있겠지만, 이보다 위대한 러브스토리는 등장하지 못할것 같다. 적어도 나의 눈에는 말이다. 극장의 불이 모두 꺼진체로 자막과 함께 흘러나온 이 음악 또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여기서부턴 다시 2010년의 현재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의 반복이라 실속은 없는게 사실이지만 21살의 영화적 경험이 굉장히 유복했었구나싶은 선명한 기록이 되는것같아 마음에 든다. 2006년에 그렇게 극장을 드나들던게 괜한 시간소모는아니였나보다, 스무작품을 뽑아도 차고 넘칠 정도로 좋은 작품이 많은 해였다. 이제보니 정말 그렇다. 극장 관람에 얽힌 추억들이 있다. 거창하진 않아도 분명한 추억거리들이 있다. 좋은 작품을 보고 나설때 느꼈던 감정과 온도들의 지속적인 기억들. 기분좋은 느낌의 지속. 그런 영화적 체험의 8할은 이곳에 다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놓고보니 귀찮더라도 매년 매년 이런 식의 기록을 해야할것 같다. 10년이 흘러도 홀로 들춰볼만한 포스팅은 이런 류의 글들이 유일할것 같으니. 정말이지 아마 생각없이 쓰기 시작한 글이지만 예전 목록을 보니 올해에는 꼭 해야겠다싶네.


 * 개인적인 감상뿐 아니라 2006년의 영화들은 2010년과 포개봐도 꽤나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다. <음란서생>의 김대우 <열혈남아>의 이정범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이들 모두 2010년에 <아저씨> <방자전> <이층의 악당> <페스티발>이란 건강한 둘째를 낳았다. <페스티벌>은 아쉽게도 이른 이별을 맞았지만 4명의 감독들 모두 제 자리에서 튼실한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것 같아 참 기분이 좋다. 그리고 <사생결단>의 모난 부분을 완벽히 세공해낸 류승범,황정민의 재회 <부당거래>도 연상된다. 마지막으로 <배트맨> 스리즈를 발판 삼아 자신의 욕망을 순차적으로 표현해내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프레스티지> 역시 두번째 욕망인 <인셉션>과 정확히 겹친다.


 또 글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조만간 2010년 영화를 대상으로 제 2회 나름 진지한 시상식을 해보겠다는, 뭐 그런 이야기.


박찬욱 감독님 할리우드 입성하나요? <Stoker>

2010. 11. 18. 10:28 Film Diary/Column


* UPDATE 본 게시물은 2010년 11월에 작성된 것으로서, 4개월 사이 <Stoker>의 출연진이 교체 되었음을 공지합니다. 주인공역은 캐리 멀리건에서 미아 와시코우스카로, 조디 포스터 역은 니콜 키드먼으로, 마지막으로 정체 불명의 괴상한 삼촌 역은 <킹스 스피치>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콜린 퍼스로 확정되었습니다. 개봉예정은 2012년 입니다. 캐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은 전과 일치하기에, 배우 변동사항에 대해 언급해봤습니다. 제작을 맡으신 <설국열차>도 2012년 쯤 공개될것 같은데, <박쥐>를 통해 필요이상의 당혹감을 느끼셨을 박감독님에게 2012년은 좋은 일만 가득한 해가 되었음 합니다. 


 박찬욱 감독님이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 웬트워스 밀러의 시나리오 데뷔작으로 헐리우드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입니다. 제목은 <Stoker>로 아직 자세한 내용까진 밝혀지진 않았지만 소녀와 정체불명의 삼촌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네요. 소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족들에게 돌아온 괴상한 삼촌에 관한 이야기라고만 소개되어 있네요. 주연으로는 <언 애듀케이션>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여배우 캐리 멀리건이 함께하고요, 믿음이가는 배우 조디 포스터의 이름도 함께 올라와 있네요. 아직 정체불명의 괴상한 삼촌역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폭스 서치라이트는 현재 캐리 멀리건과 조디 포스터와 비슷한 네임벨류의 남자배우를 섭외중이라고하니 아마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우가 출연하게 될것 같네요. 

 그간 한국 감독님들의 헐리우드 입성 소식이 종종 들려왔었지만 거진 수포로 돌아간 경우가 많아 아쉬웠었는데, 이번엔 굉장히 구체적인 느낌이라 기대가 되네요. 얼마전엔 <올드보이> 미국 리메이크 버전에 관한 재추진 소식이 들려와서 반가웠었는데, 이렇게 영어권 입성 뉴스까지 듣게되니 더욱 기쁘네요. 봉준호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 김지운 감독님은 <살인의 추억><괴물><마더><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박쥐><장화 홍련><달콤한 인생> 등의 작품을 통해 해외에서도 유능한 감독으로 인정받아 헐리우드로 부터 러브콜을 몇차례 받아오긴 했었지만, 대부분이 그저 그런 일회성 호러물이나 자신의 연출색을 담긴 힘든 기획영화였기에 연출을 고사해왔다는데요. 그말은 곧 김지운 감독님의 <Last standing>이나 박찬욱 감독님의 <Stoker>의 경우는 자신들의 장점과 색체를 확실히 담을 수 있는 작품이기에 연출을 결심하신거라 믿어봐야 겠네요. 김감독님의 스타일리쉬한 액션과 박감독님의 음산한 기운이라 충분히 기대되네요. 연출하는 모든 영화마다 해외에서 열렬한 호평을 얻고 있는 봉준호 감독님의 경우는 박찬욱 감독님이 제작에 참여하신 특급 프로젝트 <설국열차>를 통해 해외 영화팬들과 만나볼 가능성이 높으니, 이 역시 기대해봐야 겠네요. 

 한국 대중들에겐 <올드보이> 이후로 아리송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게 사실이고, 평단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있지만, 박찬욱 감독님이 영감으로 가득한 영화다운 영화를 창조해내는 명장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최종 수용과정에서 취향의 호 불호만 있을 뿐이지 그의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매혹적이며 창조적이에요. 그렇기에 영화에 많은 관심을 지닌 해외 영화싸이트의 네티즌들은 이번 영어권 연출 소식에 놀라움과 반가움을 표하고 있네요. 복수 트롤로지로 묶인 그 세편의 작품들은 우리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올해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4편을 다시 감상해봤었네요. 복수 3부작과 <박쥐>. 역시나 <복수는 나의 것>이 으뜸이더군요. 다음으론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가, 역시나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님의 느낌이 덜난달까나. 개인적인 생각으론 높은 입지와 대중적 인지도면에선 반가운 작품이지만, 역시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는 냉담하거나 뒤틀린 느낌이 잘 어울려요. 조만간 시간을 내서 <컷><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심판> 을 봐야겠어요. 짧고 굵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단편들이에요. 기성 감독들이 데뷔이후 만든 단편들 중에선 이 세작품들이 유독 맘에 들어요. <컷>의 경우는 가장 재밌다고 생각하는 단편이고, <찬드라의 경우>는 가장 울적한 단편, <심판>의 경우는 가장 강렬한 단편이에요. 결론적으로 박찬욱 감독님이 참 좋답니다.  

 아직은 ' In talk (소문에 의하면)' 'May (아마도)' 라는 불확실성이 붙어있긴 하지만 이번엔 꼭 연출하셨으면 좋겠네요.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장동건씨의 <워리워스 웨이>나  김지운/박찬욱/봉준호 감독님의 신작들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둬서 한국영화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네요. 나쁠건 전혀 없는 일이니까요. 박감독님의 신작을 자막을 통해 봐야한다는건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뭐 그정도 쯤이야. 


박감독님 관련 포스팅이기에 생각난 사진입니다. 4년전에 시네마테크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님은 참 자상한 사람이었어요. 아마도


조니뎁, 잭 스패로우 복장으로 학교를 방문하다.

2010. 10. 8. 15:02 Film Diary/Column




 원래 소소한 영화 관련기사들은 블로그에 옮겨적진 않지만, 정말 재미난 기사가 있어서 올려봐. 나 역시 조니뎁의 팬이기도 하고. 영국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4>를 촬영중이던 조니뎁이 9살 소녀팬의 팬레터를 받은 후 잭스패로우 복장을 한체 학교를 방문 했다고 하네. 런던의 메리디안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9살 소녀 베아트리체는 자신들을 메리디안 초등학교의 젋은 해적으로 소개하며, 선생님을 상대로 준비중인 반란에 어려움이 있기에 캡틴 잭 스패로우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편지를 썻고. 그 팬레터를 본 조니뎁은 직접 캡틴 잭의 분장을 한체 학교를 찾았다하니 참으로 보기좋은 해프닝이구나. 베아트리체와 만난 조니뎁은 그녀를 안아주며 밖에서 나를 감시하는 경찰 때문에 오늘은 반란이 힘들것 같다고 했다네. 당사자도 보는이도, 모두가 기분좋아 지는 사건이네. 

 내년이면 <캐리비안의 해적 4>가 공개되는데 과연 고어 버빈스키의 손을 떠난 캐리비안은 어떤 모습일까. 3편에서 다소 실망감을 안겨주긴 했어도 이 시리즈는 고어 버빈스키에게 참 잘 어울리는데. 유일하게 dvd 를 구입한 블럭버스터 영화일 만큼 캐리비안 스리즈에 남다른 애착을 지닌 나로선 롭 마샬이란 이름이 참 불안하네. <나인>에 대한 철저한 배신감 때문일까. 롭 마샬의 캐리비안 이라... 그래도 2011년이 되면 캡틴 잭을 만나기 위해 어김없이 극장을 찾겠지. 


'Captain Jack Sparrow, At Meridian Primary School, we are a bunch of budding young
 pirates and we were having a bit of trouble mutiny-ing against the teachers, and we'd 
love if you could come and help.  




Beatrice marvelled: 'He gave me a hug and 
he said, "Maybe we shouldn't mutiny today 
'cos there are police outside monitoring me."

미타니 코키의 신작 <멋진 악몽>

2010. 10. 6. 15:42 Film Diary/Column



 2011년엔 천재적인 희극인 미타니 코키의 신작이 쏟아지네요. 내년이면 50세를 맞는 미타니 코키 감독은 그간 자신과 함께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자 50주년 <대감사제>란 타이틀로 한해동안 7편의 창작물은 내놓겠다고 하네요. 4편의 연극과 영화, 드라마, 소설을 각각 한편씩 선보이기로 했다네요. 정말 대단한 분이네요. 자신이 직접 글을 쓰고 연출까지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믿겨지지 않는 계획이네요.  그가 창조해낸 모든 것들에 관심이 가지만, 역시나 가장 기대되는건 그의 5번째 영화 <멋진 악몽>(IMDB를 보면 Sutekina kanashibari: Once in a Blue Moon 이라고 나와있는데 일본어는 전혀 모르는지라, 네이버에 올라온 제목이 멋진악몽으로 되어있기에 그걸로 명할게요) 입니다. 기본적으로 연극은 볼 방법이 없다보니, 이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되기를 기대해 봐야겠네요. 

 <멋진 악몽>은 후카츠 에리, 아사노 타다노부, 타케우치 유코, 아베 히로시, 후카다 쿄코 등 훌륭한 배우들이 캐스팅 되었으며 현재 촬영중이라고 하네요. 개봉일은 내년 가을 쯤으로 예상되고요. 미타니 코키의 말에 따르면 이번 작품 역시 기본적 장르는 코미디가 될거라고 하네요. 하지만 단순히 코미디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고 법정 스릴러, ghost fantasy(뭐라 해석해야할지), 드라마의 요소도 적절히 배합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간단한 줄거리를 보니 주인공인 후카츠 에리의 직업이 변호사인것 같더군요. 10년 전부터 구상하던 <멋진 악몽>의 연출을 항상 미루기만 하다가, <매직 아워>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연출을 결심하게 됐다하니, 대충 작품의 방향성 정도는 짐작이 되네요. <모두의 집>을 제하면 지금까지 연출한 3편의 작품들 모두 100% 순정 코메디에 가까운 것이었기에, 법정물과 환타지적 요소가 가미되면 어떤 느낌이 날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특히 아사노 타다노부와 미타니 코키는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조합이기에 더욱 궁금하네요. 그의 팬으로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뛰어넘는 훌륭한 작품이 됐으면 합니다. 
 

[Fantastic Fest] Awards announced - 복남이 누나 관객상

2010. 9. 28. 18:00 Film Diary/Column



 최고로 손꼽히는 미국 장르영화제 <Fantastic Fest 2010>의 수상 결과가 나왔는데, 장철수 감독님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Bedevilled)>이 관객상을 수상했네. 칸의 비평가 주간을 시작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계속 호평을 받고 있네. 간만에 참 강한
충격을 선사해준 작품이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으니깐 기분좋다. 소신있게 밀어붙힌 감독님이나 정말 고생많이한 배우들 모두
에게 큰 선물이 될것같네. 그리고 관심있게 지켜봤던 스페인 영화 <Kidnapped>와 스웨덴 영화 <Sound of Noise>가 각각
호러와 판타스틱 부문에서 작품상 받은것도 참 좋다. 딱 내 취향에 맞는 시놉시스와 분위기여서 기대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수상
까지 하니. 관객상에 정신이 팔려 뒤늦게 봤는데 지성원씨도 수상을 했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봤지만, 정말 좋은 배우의 얼굴
을 가지고있단 생각을 들게했던 배우. 도도함과 불안함이 섞인 해원의 표정이 너무나 어울리던 지성원씨. 서영희씨의 일생일대의
명연기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진 못했지만, 참 괜찮은 인상의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축하할 일이네. 

 <sound of noise>는 어제 trailer와 함께 작품 설명을 했었으니, 여기선 호러부문 작품상 <Kidnapped> 만 올려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야 국내개봉까지 한 시점이니 안 올려도 되겠지. 여하튼 장르영화제나 인디영화제의 수상결과를 기록해 두는
건 꽤나 의미있는 일인것 같아. 이런 장르의 영화들을 몇년 후에 다시 만나게 되면 이전의 짧은 만남을 망각한 체 간략한 시놉시스
한줄만으로 그저 그런 영화로 오인할 수도 있거든. 이렇게 수상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기록해두면 나중에 꽤 좋은 자료가 될
거라.... 믿어. 


HORROR FEATURES 수상작 - Kidnapped





AUDIENCE AWARD
Bedevilled (Jang Cheol-so)
Runners Up: Golden Slumber, Rubber, Ip Man 2

AMD & DELL “NEXT WAVE” SPOTLIGHT COMPETITION
Best Picture: We Are What We Are
Best Director: Thomas Cappelen Malling (Norwegian Ninja)
Best Screenplay: Jorge Michel Grau (We Are What We Are)
Best Actor: Mads Ousdal (Norwegian Ninja)
Best Actress: Ji Sung-won (Bedevilled)

HORROR FEATURES
Best Picture: Kidnapped
Best Director: Miguel Ángel Vivas (Kidnapped)
Best Screenplay: Simon Barrett (A Horrible Way to Die)
Best Actor: A J Bowen (A Horrible Way to Die)
Best Actress: Amy Seimetz (A Horrible Way to Die)

FANTASTIC FEATURES
Best Picture: Sound of Noise
Best Director: Pablo Trapero (Carancho)
Best Screenplay: Shion Sono and Yoshiki Takahashi (Cold Fish)
Best Actor: Stellan Skarsgård (Somewhat Gentle Man)
Best Actress: Martina Gusman (Carancho)

HORROR SHORTS
Best Horror Short: Legend of Beaver Dam (Jerome Sable)
Honorable Mention – Best Potential: Deus Irae (Pedro Cristiani)

FANTASTIC SHORTS
Best Fantastic Short: Sorry…I Love You (Leticia Dolera)

ANIMATED SHORTS
Best Animated Short: Teclópolis (Javier Mrad)

일상으로 여행 - 백만엔과 고충녀

2010. 7. 29. 09:27 Film Diary/Column





 아오이 유우 주연의 영화 <백만엔과 고충녀>는 희망도, 기댈 곳도 없는 스즈코가 100만엔이 모일때까지 한 곳에서 일하다가
이곳 저곳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해변가로 산으로 도심속으로... 스즈코는 낯선 장소의 일터로 스며들어 일상에 
천착하는 여행을 해. 쓸쓸한 정서가 바닥에 깔려있었지만 참 희망차고 맘에 드는 성장영화 였던것 같아 . 그리고 개인적으론
이 영화가 꽤나 색다른 로드무비로 다가왔던것 같아.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이제야 내가 희망하던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건에 다가가는구나 싶은 느낌이 드는데...
가장 강렬하던 여행에 대한 욕구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것같아. 어릴때는 막연하게 일상을 벗어나는 순간을 여행이라
칭했던것 같은데, 이제는 슬슬 그 형식과 내용이 더 중요할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란게
관광이란 틀에 갇힌 경우를 많이 보게 된것 같아. 특별한 장소로 향하는 몇몇 기회들은 아마도 그렇게 흘려보내 겠지만, 앞으로는
여유가 될때 여행지에서 짧게나마 몇달이라도 일상을 사는 특별한 여행을 해보고 싶네.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일전에 김창완씨가 새로운걸 원한다면 더욱 더 집요하게 일상을 충실히 살며,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했던것 같아. 맞아. 그런것 같아. 일상이란게 참 중요해. 뭐든지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되야지... 이거 참. 

이동진 - 언제나 영화처럼

2010. 7. 20. 03:12 Film Diary/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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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의 나같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은게 있어서 말야. 물론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알고 있겠지만 유희열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천국의 금요일 밤은 이동진씨가
코너지기로 나와서 2편의 신작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어.

꽤나 예전부터 말이지. 영화를 좋아하긴 하나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영화잡지를
뒤적이거나 이런 저런 매체들을 분석해가며 극장 나들이를 준비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이 두 남자의 농담 따먹기 속에 담긴 신작 가이드는 은근히 매력적인것 같아서...

 영화를 업으로 삼은 이답게 작지만 소중한 영화들의 가치를 이야기 해주며, 관객과의
만남의 장을 열어주기도 하고,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분인만큼 언뜻 뻔해
보이지만 저만의 가치를 지닌 대중영화의 변명을 대신 해주며 그 만의 재미를 조리있게
설명해 주고 있는것 같아.

 나 역시 라디오 천국을 격하게 사랑하지만, 심야 라디오를 언제나 생방송으로 듣기는
한계가 있기에 다시듣기로 몇몇 코너들은 듣곤 하는데 <언제나 영화처럼>은 항상 1순
위야. 비록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언젠가 이 작품들을 마주쳤을때 감상 여부의 확실한
기준이 될것 같거든.  

 그리고 책을 펴낼 만큼 여행을 사랑하는 그 답게 이따금씩 특집으로 해주는 영화 기행은
나름의 매력이 있더라. 유희열씨의 저급스런 농담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받아치는 이 사람,
가만 보면 참 재밌어.

라디오 천국  - 언제나 영화처럼 다시듣기

영화, 그림속을 걷고 싶다 - 형식으로 읽기

2010. 7. 20. 02:31 Film Diary/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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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의 삽화와 제목만으로도 어떤 의도의 저서인지 알 수 있을거야. 반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과
구로사와 아키라의 <꿈>을 나란히 놓고 영화의 상상력은 어떻게 미술을 훔쳤냐며 자문하고 있어.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야. 고작 한 세기를 겨우 넘긴, 제 7의 예술인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미술에게 영향 받고
그것을 인용해왔는지 분석한 책이야.

  로셀리니, 알모도바르, 에릭 로메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히치콕, 에밀 쿠스투리차, 로만 폴란스키, 샘 레이미
이재용, 김기덕 ... 수 많은 감독들의 명작속에 담긴 미술에 대한 오마주와 인용에 대해 장면, 장면마다 짚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해준것 같아. 씨네 21에서 <영화와 그림>으로 연재된 글을 모은 것이라는데 참 괜찮은 기획 이었던
것 같아.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한 저자가 지나치게 내러티브에만 치중된 우리네 영화 분석 태도에 대한 우려로
형식적 영화 읽기의 미술적 접근을 한 것인데, 결론적으로는 정말 좋은 시도였고 긍정적인 영향도 받은 것 같아.
 
 평소 미술이나 회화에 관심만 뒀을 뿐 깊은 조예는 없는 본인이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어 나간것 같아.
스탠리 큐브릭은 어떤 방식으로 톰 웨셀먼을 인용했고. 모딜리아니의 여인들은 비스콘티의 강박관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모도바르의 팝아트 사랑은 어떻게 표현됐는지. 영화에 대해 보통 이상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

 만약 이 책에서 다룬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색다른 영화 해석에 흥미를 느끼게 될 거야. 만약 외국에 나가서
이 작품들을 감상하고 온 이들이라면 더욱 특별한 느낌일것 같아.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가 여타의 다른 예술들을
인용하고, 그들에게 의지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든것들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영화만의 종합예술적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

 다다이즘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배트맨의 조커가 선보였던 고전에 대한 도발적인 행위를 언급했어.
아래의 클립에 그 장면을 담아놨는데, 르누아르, 드가, 렘브란트의 작품에 낙서를 해대고 난도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번 생각해보자고. 전통을 비웃었던 다다이스트들의 정신을 말야. 생각해보니 박찬욱 감독님도
배트맨 리뷰를 통해서 조커의 이 행위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언급했던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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