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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드(Buried) - 그저 바라볼 수 밖에

2010. 12. 10. 08:59 Film Diary/Review



 
90분이란 시간을 사람 하나 겨우 누울 관 속에서 버텨내는 영화라니. 기대를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던 작품이다. 개봉일에 바로 극장으로 달려가 감상했다. 평일 오후의 동네 멀티플렉스는 참으로 한산하다. 그덕에 <베리드>를 텅빈 극장에서 홀로 감상할 수 있었다.  

들어오던데로 이 지독한 작품은 철저하게 자신이 세운 규칙을 지켜낸다. 오프닝 크레딧에서부터 서서히 하강하던 이미지는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암전으로 돌입한다. 거친 숨소리와 몇번의 기침과 함께 라이언 레이놀즈의 일인극은 시작된다. 불가능하리라 예상했던 코르테스 감독의 과감한 실험은 클리셰로 범벅된 나태한 스릴러들을 가뿐히 뛰어넘을 충분한 탄력을 가진 동시에 제 상상력에 발목이 걸려 거창한 오프닝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용두사미식 스릴러들의 비약한 상상력들 마저 비웃을 수 있는 연출력의 승리였다.


듣던데로 프레임 속에 등장하는 것이라곤 관속의 그것들이 전부다. 라이언 레이놀즈를 제외한 모든 배우들은 목소리로만 그에게 힘을 싣는다.관객의 몸을 간지럽히는 코르테스의 상상력은 라이언의 고통 위에서 빛을 발한다. 비영어권 연출자의 새로운 발견인 동시에 어느 평이한 배우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할것 같다. 8년전에 조엘 슈마허와 콜린 파렐에게 보냈던 그 박수를 말이다.


영화에 대한 구차한 설명대신 극장관람을 신신당부하는게 옳은것 같다. 상상력과 울부짖음만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전개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 하나 하나가  영화관람에 있어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분명히 오랬동안 회자될 작품이다. 일전에 히치콕의 <로프>를 보면서도 굉장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누군가의 표현처럼 히치콕을 관속에서 돌아눕게 만들 스릴러가 분명한것 같다. 제약으로 시작되는 극단적 스릴러의 새로운 지점  <베리드>는 강력히 추천할만한 영화다. 참고로 <닉 오브 타임>이나 <실제상황>과 같이 영화 속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점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감독이 택한 방식이니 그저 감사히 바라볼 수 밖에...


 
영화를 보며 그토록 몸을 움직여본 적이 없다. 좌우로  앞뒤로 유독 내 몸의 자유를 확인해보는 움직임이 잦은 관람이었다. 아마 극장을 나서며 자신의 손을 슥슥 비벼보며 탁트인 거리의 풍경을 몇초간 바라보게 될것이다. 그리고 차디찬 공기속 내 입김도 특별하게 바라보게 될것이다.

내가 그랬던것 처럼.


* 영화의 엔딩 크레딧과 함께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참으로 지독한 감독이다. 이미 헐리웃에선 지속해서 러브콜을 날린다고 하니 조만간 그의 상상력을 다시 만날 수 있을것이다. 시나리오 작가의 경우는 atm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쓰고 있다던데 참 무서운 사람들이다.

*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2초 가량의 영상이 나온다.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지만 ...


베리드(Buried) - 상상력이 만든 절대악몽

2010. 11. 10. 19:34 Film Diary/Preview


<초능력자> 예매권에 당첨돼 코엑스에 들렸다 한껏 들떠 돌아왔다. 물론 오늘 감상한 영화 때문은 아니다. 다양성과 가능성 모두를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후회는 없다만 하루를 행복하게 해줄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어딘가에 제목 정도만 적어뒀다가 먼 훗날 감독의 차기작이 나온다면 맥을 찾으며 언급할만한 데뷔작이지 호들갑떨며 남들에게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여하튼 G20 을 하루앞두고 무서울 정도로 삼엄해진 삼성동의 한 복판에서 형언하기 힘든 즐거움을 느끼게해준 녀석은, 바로 <Buried>의 팜플렛!

 몇달전 소식을 접하곤 '기회된다면 꼭 봐야지 (dvd나 어둠의 경로로...)'라며 기약없는 만남을 다짐했을뿐 이를 극장에서 감상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었다. 선댄스의 화제작이라 해도 꽤나 실험적으로 뵈는 설정과 낯선 연출자. 설마 개봉하겠나 싶었는데, 외국 싸이트를 돌며 줏어듣던 <Buried>에 대한 호평을 내가 너무  과소평가 했던것 같다. 2달 전쯤 영화의 존재를 잊지 않기위한 목적으로 블로그에 기록해둘만큼 개봉 같은건 기대도 안했던지라 우두커니 자리잡고 있는 팜플렛을 보고 급히 집으로 돌아와 검색해보니, 요 요 요놈의 영화가 생각보다 훨씬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45개국 완판이니 뭐니 하는걸 보니 꽤나 물건이긴 물건인가 보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이라크에서 근무중이던 트럭 운전사가 납치된 상태로 상자안에 갇히게 된다. 자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결국 여기에서 끝나게된다. 나역시 감상 전이지만, 작품을 감상한 모든 이들이 엄지를 치켜들고 히치콕의 이름까지 언급하는 이유는 원세트, 원액터의 놀라운 모험정신이다. 다른게 아니고 영화의 배경과 설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간 폐쇄적인 공간을 무대로 삼아 에너지를 한 점으로 끌어모은는 영화들은 수없이 많았다. 허나 이 작품은 그 폐쇄적 설정의 끝을 달리는 동시에 더이상의 상상은 불가할것만같은 과감함을 선보인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등장하는 무대라곤 사진에 보이는 나무 상자가 전부. 심지어 카메라는 상자 밖으로 단 한컷도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영화의 주요한 소재인 핸드폰 역시 외부인의 음성만 절단해줄뿐이지, 핸드폰으로 연결된 외부의 상황은 관객의 눈 밖으로 돌린단 거다. 이건 독특함을 넘어 영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화끈하게 저질러 놓고도 제 상상력을 수습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저런 함정에 빠지다 결국은 이상한 카드를 밀이밀며 상영시간이 소진되기 만을 바라는 이들도 있다. 그에 비하면 이 영화가 택한 방식은 곧 시나리오에 대한 자신감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자, 이정도면 궁금해서라도 영화가 보고싶어질 게다. 근데 가장 놀라운건 이런 모험을 해놓고도 끊임없는 찬사를 받아 챙겨먹는 그의 연출력이다. 감독은 도대체 무슨짓을 했놓은 걸까. 90분이라는 짧지않은 시간을 어떻게 버텨내려는지. 나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의무감을 갖고 극장을 찾게 될것 같다. 물론 모두가 명작이라 칭하는 작품은 아니다. IMDB 평점 7.7 (4,836 Vote), 로저 에버트 별점 ★★★☆ (★★★★ 만점). 역사를 다시쓸 기념비적 스릴러는 아니여도 이런 제약과 도전 속에서도 이와같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건 분명 놀라운 일인 동시에 한명의 관객으로서 행복한 비명을 지를만한 사건이다.  베리드(Buried), 개봉일은 12월 2일이다. 어두운 극장에 누워 경이로운 체험을 해보자. 싫다고? 아마도 자네 손해일게다. 



 이름부터 낯선 비영어권 연출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요즘이다. 좋은 일이다. 김지운 감독도 미국가서 잘하길.  이건 보다 친절하고 홍보성 짙은 트레일러이다. 확실히 위에 올린 저 영상이 작품의 전체적인 톤과 주인공의 운명을 잘 보여주는것 같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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