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작년도와 관계없이 2010년 한국 극장에서 정식으로 개봉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함 (영화제/특별상영 제외).
2..국외작품 상영에 대한 제한적 여건과 개봉지연 사유로 인해 미개봉 및 DVD 직행의 운명을 맞은 전세계의 모든
2010년 제작영화들까지 그 대상으로함.
3. 접근성이 떨어지는 남미/유럽/아시아 각국의 작품들은 1,2년 정도의 제작년차는 감안해 북미개봉 기준 2010년
상영작들을 그 대상으로 함. (이런 작품들은 북미개봉을 기준으로 소개될때 비로소 존재를 알리곤하니)
4. 月을 영어로 표기한 작품은 국내개봉이 아닌 외국기준의 개봉일입니다.
20위 - 이층의 악당 (10.11.24) D : 손재곤 A : 한석규, 김혜수
소포모어 징크스를 명백한 진화로서 뭉개버린 손재곤 감독의 신작 <이층의 악당>. 대사는 유효하고 이야기는 단단해졌습니다. 미스테리와 로맨틱 코메디의 기묘한 동거는 여전히 신선합니다. 감독의 여전함과 배우의 건재함을 상기시켜준 반가운 작품입니다. 2010년 한국 코미디 중에선 가장 뛰어난 영화가 아닐지. 특히 지하실 시퀀스는 말이죠.
19위 - 킥애스 (10.04.22) D : 매튜 본 A : 아론 존슨, 클로이 모레츠
관객의 기대치를 정확히 충족시킨 현명한 히어로물입니다. 조금 더 강하게 갔다면 지금과는 다른 평가가 났을 수도. 뒤틀린 상상력을 메인스트림에서 어떻게 다뤄야할지, 좋은 선례를 남긴것 같습니다. 아쉬울것 없이 똑부러지는 영화이지만 속편에서는 주인공 킥애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할것 같아요. 누가보면 제목이 힛걸인줄 알겠어요.
18위 - 시라노 연애조작단 (10.09.16) D : 김현석 A : 엄태웅, 최다니엘, 이민정
2010년의 복병, 시라노입니다. 무엇보다 김현석 감독님의 확고한 자리매김이 가장 큰 의미를 갖는것 같네요. 특유의 스타일을 구축하게한 기점, 김현석 월드 확장의 토대가 된 중요한 작품으로 남을 것입니다. 젊은 관객들이 생각하는 즐거운 영화의 현재가 바로 이곳에 있는 느낌입니다.
17위 - 공기인형 (10.04.08) D : 고레에다 히로카즈 A : 배두나, 아라타
오늘날의 서글픈 동화, <공기인형>은 고레에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을 다시한번 일러준 작품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배우 배두나의 뛰어난 표현력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올한해 등장한 그 어떤 영화보다 배우의 지분과 역할이 중대한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의 감정을 책임지고 관객을 올바르게 인도해준 인형같은 여인 배두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참 슬퍼요. 이 영화.
16위 - 언싱커블 (10.May.26) D : 그레고 조던 A : 찰리 쉰, 사무엘 젝슨
테러를 빌려 인권을 논해보는 시간입니다. 꽤나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편으론 굉장히 훌륭한 장르적 온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징한 캐릭터간의 긴장감 넘치는 갈등양상을 너무나도 현명하게 잘라 붙여놓은 숨겨진 수작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찰리 쉰은 정말 다양한 얼굴을 하고있는것 같네요.
15위 - 토일렛 (10.12.02) D : 오기가미 나오코 A : 모타이 마사코, 알렉스 하우스
산책과 사색을 반복하던 오기가미 월드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긴것 같아요. 두터워진 드라마가 꽤나 반갑긴 했지만, 어째 특유의 휴식감은 덜 느껴지는것 같아 아쉽긴했습니다. 일전에 <카모메 식당>과 <안경>을 영화보단 기능성 영상에 가까운 참 고마운 휴식의 시간이라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엔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볼만한 따스한 드라마 한편을 잘 본것같습니다. 좋은 영화, 기분좋게 잘 봤습니다. 역시나 한국 관객들은 그녀의 세상을 참 좋아하는것 같네요. 스폰지 하우스가 매진인건 참 오랬만에 보네요.
14위 - 베리드 (10.12.08) D : 로드리고 코르테스 A : 라이언 레이놀즈
전개상 극단과 형식상 극복을 몸소 보여준 실험적인 작품 <베리드>는 분명히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적 체험의 새로운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걸작이 될순없는 운명이지만 <베리드>는 자신의 자리에서 올라갈 수 있는 최대치의 작품성을 선보이는 작품입니다. 극장관람이 필수인 진짜 영화입니다.
13위 - 노라없는 5일 (10.10.21) D : 마리아나 체일로 A : 페르난도 루한
여운과 회상. 두가지 키워드에서 만큼은 가장 훌륭한 매개였습니다. 세상을 떠난 후, 남은 이들을 화해시키고 이해시키는 그녀의 마지막 만찬은 어째 슬프지가 않았습니다. 다만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라며 후회의 연속을 반복할 내 자신의 처지만 처량해져 슬퍼질뿐이죠. 정제된 드라마가 건내는 진짜 인생의 이야기. 그래서 왠지 슬프기도하네요.
12위 - 꼬마 니콜라 (10.01.28) D : 로랑 티라르 A : 막심 고다르, 발리에리 르메르시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고 마냥 행복하게 만들어준 녀석들입니다. 절대적인 비교를 해본다면 작품성 측면에선 태생적으로 불리한 측면들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지만, 극장에서 한없이 행복했던 제 추억에 솔직하고 싶어 12위에 <꼬마 니콜라>를 올립니다. 이렇게 해맑고 걱정없이 영화를 봤던 적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머리를 안쓰고 마냥 행복하게 바라본다는거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재주입니다. 생각만해도 행복해지는 작품이네요.
힘 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은 힘입니다. 사실 칸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을때만 해도 장르적 재미에 기대를 걸었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제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기대했던 장르의 토착화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곳에는 박력넘치는 진중한 드라마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객석에 관객의 사지를 묶어둔채 징하게 괴롭히는 과정속에는 다양한 의미의 영화적 힘을 떠올리게 하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첫번째 힘, 장철수란 이름의 투박한 박력이 건져올린 수긍입니다. 신인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소신있게 작품을 완성한 덕에 의미없는 칼부림에 지친 관객들도 그녀의 낫질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피와 살육이 영화에 있어 어느 순간에 등장해야할지 가장 올바른 예를 보여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힘은 단연 배우 서영희입니다. 배우가 일생에 한번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광기를 그녀는 올해 행한것 같습니다.
감독과 배우가 정체모를 힘으로 합심한 이 작품은 후반부에 가선 관객의 오금을 후려치며 오싹한 반성을 상기시킵니다. 잔인하리만큼 슬픈동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개인적으론 가해에 대한 복수보단, 방관에 대한 응징으로서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극적 완성도가 선사한 순간의 유희도 있었지만, 설득있는 어조로 우리네 삶의 어긋난 방식을 지적하는 부분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우조연상 - 모타이 마사코 <토일렛>
조연상은 작품에 대한 공헌도로 선정했습니다. 약간은 모자르고 어딘가모르게 삐걱대는 삼남매를 봉합한건 그녀의 존재였습니다. 작품을 통틀어 대사라곤 딸랑 2개 뿐이지만, 오기가미 월드의 뮤즈답게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책임져주고 있습니다. 한숨과 미소로 기억될 그녀의 온화한 표정이 어째 잊혀지질 않네요.
남우조연상 - 문성근 <옥희의 영화>
이번에도 역시 문성근같은 연기였습니다. <오! 수정>과 <질투는 나의 힘>에서 봐오던, 바로 그 문성근이였습니다. 불균질적인 4개의 단편의 중심에서 현실감을 부여한것도 바로 그 문성근의 힘이었습니다. <주문을 외울 날>과 <폭설 후>에서 보여줬던 서로다른 매력의 상반된 연기는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옥희의 영화>를 완성한건 이선균도 정유미도 아닌 문성근의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10위 - 부당거래 (10.10.28) D : 류승완 A :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멈추지 않는 원형의 먹이사슬을 그린 작품 <부당거래>는 인용이 아닌 창조에 초점을 맞춘 류감독님의 결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덕분에 그의 필모는 물론이고 2010년 한국 영화계에는 가장 날카롭고 굵직한 범죄 드라마 한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몸이 아닌 머리로 영화를 대하는 류승완 감독님의 새로운 결심이 반가우면서도 어째 벌서부터 예전의 향취가 그리워지네요.
9위 -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 (10.AUGUST.13) D : 에드가 라이트 A : 마이클 세라
에드가 라이트는 역시나 젊습니다. 만화적 관계에 대한 비디오 게임식 응답은 신선함, 그 자체였습니다. 신인류의 대중영화를 다루는 그의 행보는 확실히 보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젠 슬슬 오리지널리티를 선보일 차례인것 같습니다. 패러디와 인용이 아닌 그의 진짜 색을 다음엔 볼 수 있기를.
8위 - 옥희의 영화 (10.09.16) D : 홍상수 A : 이선균, 정유미, 문성근
<극장전> 부터였습니다. 제가 20살이 되던해에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극장전>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는 성인의 실소를, 찌질한 남자의 쪽팔린 낄낄거림을 능숙히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신작 <옥희의 영화>는 홍감독님의 작품들중 가장 공감하며 구경한 어른들의 이야기였습니다. 4,5명의 스텝이 몇천만원의 예산으로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현장과 순간에 의지한 가변적인 4개의 이야기들은 어째 멋지게 어울립니다.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나저나 김기덕 감독님은 뭐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7위 & 감독상 - 소셜 네트워크 (10.11.18) D : 데이빗 핀처 A :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연출력의 승리입니다. 올한해 가장 매끈하게 빠진 영화입니다. 무엇을 보다 어떻게에 주목하는 관람자로서 <소셜 네트워크>는 가장 훌륭한 상업영화중 한편이었습니다. 감독에게 놀아난 기분이 들었죠. 정말 기분좋은 농락입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구성지게 해낼 사람이네요. 점점 젊어지네요. 시간이 거꾸로 가는듯이. 올해 감독상은 분명 데이빗 핀처입니다.
6위 - 인셉션 (10.07.21) D : 크리스토퍼 놀란 A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셉 고든 레빗, 엘렌 페이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헐리웃이란 전쟁터에서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무력을 바탕으로 지나가는 곳마다 뜻깊은 기념비를 세우고 있습니다. 상업/대중 영화, 특히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한여름의 관객을 공략하는 오락물이 이토록 지적이고 탄탄할 수 있다는건, 아주 쉬운 인정으로 이어집니다. 그래 너 참 잘났다.
모두가 인정할만한 천재, 크리스토퍼 놀란의 상상은 시각이 아닌 내러티브 자체로서 차원을 건너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아바타>의 등장으로 모두가 한곳을 바라볼때 겉이 아닌 속으로, 눈속임이 아닌 재현에 힘을 쓰는 영리한 감독의 존재는 참으로 반갑고 고마울 뿐입니다. 올해 극장 관람을 2번한 작품은 <인셉션>이 유일한것 같습니다. 참 매력적인 이야기꾼입니다. 역시나 가장 무서운 사실은 상업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 놓은 그의 상상놀음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5위 - 송곳니 (10.JUNE.27) D :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A : 크리스토스 스테르기오글루, 미셸 발리
끔찍한 영화입니다.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한 이 그리스 영화에는 3남매를 평생 집안에서만 양육하는 부모가 나옵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가장 소박한 시점으로 인용한 이 작품은 낯선 광기로 가득합니다. 멍하니 바라보다 싸늘하게 끝마치는 작품입니다. 라스 폰 트리에가 연상될 정도로 아주 힘겨운 체험이었습니다.
4위 - 인디 에어 (10.03.11) D : 제이슨 라이트먼 A : 조지 클루니, 베라 파미가
섬처럼 표류하는 한 남자를 쫓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많은 골치거리들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불안과 고독. 경쾌하게 뒤쫓아본 해고전문가의 발걸음이 어째 씁쓸하기만 하네요. 가장 기대하는 신진 연출가 제이슨 라이트먼의 너무나도 훌륭한 오늘날의 일기 <인디 에어>는 끝까지 외로울 수 밖에 없었던 조지 클루니의 의연한 표정으로 기억될것 같네요. 괜찮은 건가요. 우리?
주목할만한 시선 - 남매의 집(사사건건 中) D : 조성희
지난 1월에 개봉한 영화 <사사건건>속에는 가장 주목받는 단편 4개가 섞여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남매의 집>이었다. 두려움이란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을 '낯섬'이라 믿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정체도 의미도 알기힘든 낯선 두려움으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감상한지 꽤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감독의 이름 정도는 기억해둘 필요가있다.
여우주연상 - 서영희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나인>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명배우라도 작품을 잘못 만나면 힘을 못쓰는 구나. 역시 한해의 으뜸을 뽑는 주연상의 경우는 영화와의 합도 중요한것 같다. 감독 장철수는 물론이고 주연을 맡은 서영희 역시 일생의 한번 피울 수 있는 기적같은 순간을 이곳에서 보여준다. 주변부를 맴도는 착한 여성이 드디어 독한 맘을 품고 섬찟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녀의 표정과 움직임에 형언하기 힘든 박력을 느낀 사람으로서 올해 여우 주연상을 그녀에게 바친다.
남우주연상 - 라이언 레이놀즈 (베리드)
솔직히 말해서 2010년은 배우보단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명백한 수상자가 느껴지지 않은 한해였다. 서서히 뜨기 시작하는 태양, 라이언 레이놀즈가 <베리드>에서 선보인 연기는 그런 공백을 메꾸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실험에 동참한 그의 비장한 각오는 진심이 되어 관객에게 전달됐다. 죽어라 고생한만큼 뜨거운 박수를 보내본다.
3위 - 경계도시 2 (10.03.18) D : 홍형숙 A : 한국사람들
대한민국이란 리트머스 시험지 위에 떨어진 송두율이라는 시약, 다큐멘터리 <경계도시 2>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반드시 감상해야할 작품 중 하나다. 정치적 이념 논쟁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으로서 우리가 얼마나 비겁한 우인인지를 자문해볼 뜻깊은 시간이 될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흘러간 시간속에 별다른 반성도 개선도 없다면 ... 그건 참 비극적인 일이다.
2위 - 예언자 (10.03.11) D : 자크 오디아르 A : 타하 라힘, 닐스 아르스트럽
<대부>와 비교하려는 성급한 판단을 보류하더라도, 근 10년간 등장했던 갱스터 느와르 영화들 중에선 최상의 영화적 감흥을 지닌 작품이다. 1년동안 진지하게 고민해봤는데 <좋은 친구들>보다 <예언자>가 훨씬 괜찮은 영화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극장에서 다시 볼 기회는 없겠지만, 몇년의 한번씩은 찾아보며 흥분과 감탄을 반복할 준비 정도는 돼있다.
1위 & 작품상 - 시 (10.05.13) D:이창동 A:윤정희,안내상,김희라
요즘 류승완 감독님의 인터뷰를 접해보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게됩니다. 솔직히 영화라는건 인간의 삶에 있어서 없어도 되는, 필수적 요소가 아니라는 이야기말이죠. 물론 류감독님의 주장은 거대자본을 다루는 연출자의 직업윤리에 관한 되새김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엉뚱하게 영화의 효용적 가치에 대한 존재의미를 연상하곤 합니다.
활자의 가치와 필사의 지적탐구가 희미해져가는 우리 세대에게 영화는 많은 것들을 충고해주리라 믿는 사람으로서, 잘 만들어진 한편의 영화는 책장을 가득메운 빼곡한 글자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와 우리의 삶의 태도를 긍정적 방향으로 돌려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적 의식흐름의 끝에는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0년, 365일을 살아오며 제게 가장 의미있는 경험은 영화 <시>를 감상한 것이라고, 어디서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는데 있어 '어떻게'에 주목할뿐 '무엇을'에는 무관심한 편입니다. 우리 시대의 죽어가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속에선 많은 것들이 시들어 갑니다. 영화 <시>속의 '무엇'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역행하며 추락합니다. 욕망은 도덕을 끌어내리고 이기심은 인간의 존재를 스스로 지워냅니다. 시들어가는 인간사의 매서운 역행을 죽어가는 시로 치유하고자 하는 이 작품은 '어떻게'에서 조차 종이와 펜을 꺼내 스스로가 희미해져가는 시가되어 응답합니다.
그간 소설의 형식으로서 현대사와 오늘의 고민을 이야기 해왔다면 이번 작품은 확실히 스스로가 시가되어 곪아가는 나와 우리에게 경고아닌 조언을 건냅니다. 그 조언의 결론은 이겁니다. 이감독은 우리에게 인간답길, 미자는 우리에게 아름답길. 설명보단 뭉텅이의 넓은 표면으로 몸을 맡겨 뛰어보는게 옳은 작품입니다. 본다는 시각적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각성을 주는지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영화입니다.
이상 제 2회 나름 진지한 시상식 (2010) 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올 한해 감상한 영화들중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지만 2010년에 제작된 것이 아니기에 소개하지 못한 영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기인형>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1998년작 <원더풀 라이프>입니다. 이 작품은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일주일간 머무는 어느 공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혼이 지상의 육신을 떠나 영원한 시간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모든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주일을 머물게 됩니다.
그들은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의 일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 기억이 결정되면 이곳의 직원들은 각자의 추억을 영상화하여 영원한 시간의 세계로 떠날때 나머지 모든 기억을 잊고 아름다웠던 순간만을 머리에 남긴 채 떠나도록 도와줍니다.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기억한채 세상을 떠난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자기 생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너무나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후세계를 그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 마지막으로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준비하던 시나리오와 컨셉이 참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제가 12년이나 뒤쳐진 것이지만, 저역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논리에 맞게 이야기를 진행하려 하였는데, 이런 공간에선 굳이 논리나 정확성을 따질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