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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2011. 8. 12. 17:07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 '요즘 괜찮은 영화 뭐있어?' 몇일전에도 이 질문을 받고선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아, 확실히 영화를 잘 안보는구나 요즘은. 이유없이 빠져든 영화였기에 시들해진 지금에도 그 원인을 알 수 없다. 대리만족이나 도피보단 미래에 대한 직접적인 스케치를 고민하는 시기이기 때문일까. 어쩌면 영화를 감상하는 일은 현실적인 상념의 과정속에 부자연스런 환상을 뿌리리라 근심하기 때문일까. 아예 안보진 않아도 확실히 이전보단 빈도가 준것이 사실이며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할 이야기거리도 부족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후 충동적으로 행한일이 있었다. 5년전 극장에서 나를 치유했준 영화를 다시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것이었다. 기분좋게 감상한 <카모메 식당>이란 존재는 영화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있어 전환의 기점이 아닌 유보의 독려로서 잠시 내려놓고 영화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라며 내 어깨를 토닥여줬다. 사실 영화를 공유하는 방식과 능력에 있어 많은 회의를 느끼는 요즘이다. 하늘에 맹세코 나는 영화를 너무나 사랑한다. 이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소개하는 방식과 알맹이를 보고있자면 수사를 위한 문장쌓기, 투명하고 직관적인 감상에 대한 뻔한 서술들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웹상에서 범람하고 있는 의미없는 소문장들의 전시만을 위한 전시를 눈살찌푸리며 바라보면서도 정작 가이드로서의 고민보단 형식만을 메우기 위해 핵심과 진심을 챙기지못한 내 자신의 이중적인 태도에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좋은 소개와 영양가있는 글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일상의 안정이 우선시 되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주변의 사람들에 대하여 나의 앞날에 펼쳐질 일상들에 대하여, 불안까진 아니여도 호기심어린 고양이 눈으로 생각들을 응시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문제들이 해결된 후에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취미로서의 봉사자,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영화전문 블로거가 될 수 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당장 이곳의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이전보다는 고른 호흡으로 허술한 생각보단 명확한 자료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슬슬 마무리다. <카모메 식당>을 감상한 후 여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블로그의 완결성을 위해 미처 신경쓰지 못한 나의 또다른 취미생활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영화 뿐 아니라 나는 많은 것들을 보고 듣는걸 좋아한다. 오히려 짧은 템포속에 기발한 사고들이 가득 들어찬 영상과 음악들에게서 영화 이상의 활력과 영감을 얻는 편이다. 그래서 내 맘 한켠 어딘가의 목 좋은 자리에 소박한 <카모메 식당>을 오픈했다. k a m o m e D i n e r 이곳은 영화전문 블로그를 핑계대며 그간 신경쓰지 못했던 나의 또다른 원천의 보금자리가 될것같다. 아무 이야기도 없는 곳이다. 단지 제목과 대상만 있을 뿐이다. 무더운 여름날 우연하게 발견한 어느 이쁜나무의 시원한 그늘처럼 종종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슬쩍 기대어 일상의 바쁜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도 이 모든 생각들을 한편의 영화를 통해 결론지을 수 있었으니 영화는 내게 있어 참으로 소중한 존재다. 이야기하는 방식의 절실함을 알려준 <그을린 사랑>. <차가운 열대어>를 통해 영혼강탈자의 영화적 매혹을 일러준 소노 시온 감독. 떠나가고 남은 것들의 소중한 눈물들 <굿바이 그레이스>와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실현가능한 범위내에서 가장 역동적인 살냄새를 풍겨주며 내 맘속에 들어온 돈 루스 감독의 <해피 엔딩>. 최근에 내 마음을 움직인 몇편의 영화들을 기억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아래의 영상은 본문을 관통하는 배경음의 원본이다. 영화의 엔딩을 함부로 올려선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지만 많은 것들을 일러준 순간으로서 이 글과 맥을 함께하는 씬이기에 붙여봤다. 감상여부는 스스로 판단해서. 그런데 정말이지 훌륭한 마무리 아닌가.   




                   



일시정지

2011. 6. 2. 02:30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2011년의 3번째 여행. 블로그는 10여일간 일시정지 입니다. 하루전이지만 아직까지 어디로 갈진 모르겠네요. 어디든 많이 걸어야 겠네요,. 

갑자기 영화가 끼어드네

2011. 4. 28. 01:43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어째어째 하다보니 이렇게 되버렸다는거, 이런 늬앙스가 지금 이 상황에 잘 어울리는것 같다. 정체모를 결심으로 인해 가방하나 둘러메고 일주일간 제주도를 돌고온지 정확히 12일이 지난 오늘, 묘하게 5시간 후면 또 남쪽으로 내려가게 됐다. 호적상 고향, 한번도 두발딛고 걸어본적 없는 부산땅에 가게 됐다. 그곳에서 2,3일 정도 지낸 후 향할 곳은 순천, 그리고 그 다음날이면 최종 목적지인 전주에 가게된다. 정말 아무생각없이 부산과 순천에서 5일 정도 지내려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전주 영화제 가이드북 때문에 출발 10시간을 앞두고 모든걸 새로 계획했다. 그렇게 여행은 4일이 추가되고, 일정한 예산으로 몇일을 더 버텨보기로 했다. 허튼 소리가 아니고 생의 첫 영화제 관람을 앞두고 설레는 맘에 기록을 남겨두는거다. 영화에 대한 마음이 커져 갈 수록 영화제에 대한 환상도 점점 커져만 갔었는데. 학교다 군대다 시험이다. 이런 식이면 장례식까지 핑계를 대며 못갈것 같아 기적같은 우연을 핑계삼아 영화제에 몸을 맡기려 한다. 심심한 인생에 있어 꽤 중요한 순간이기에 휘발전에 새겨본다. 

해운대와 자갈치 그리고 태종대, 이리도 바다냄새 솔솔나는 키워드에서 순식간에 영화로 엎어버리는 순간, 복잡하고 피곤하긴 했지만 조금씩 설렘과 흥분이 차오른다. 2시간 만에 뚝딱 예매해버린 12편의 영화 목록을 보니 요 충동적이고도 무책임한 계획 변경에 결코 후회가 남지 않을듯 하다. 

관광과 휴식의 순간은 생략하고 이번 여행길에서 함께할 영화에 대해 기록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부산땅을 밟았으니 시네마테크 정도는 가봐야하지 않은가. 도착과 함께 부산 시네마테크에 들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시스터스>를 한편 보고 3,4일 이래저래 신선한 공기좀 마시고 사람 구경좀 하다 전주로 건너와 첫 영화로 제제 타카히사 감독의 <헤븐스 스토리>를 보는거다. 러닝타임 278분의 시네토크 까지 붙어있는 시간이다. 삶과 죽음, 그리고 복수와 분노의 끈임없는 연결고리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이 작품은 베를린 넷팩상과 국제비평가 협회상을 받았다니 <사랑의 노출>이 안겨줬던 이상하게 긴 일본영화의 신비로운 명맥을 이어줬으면 한다. 다음날은 3편의 영화 기존의 서사방식을 탈피한 평화로운 실험영화 <제스와 모스>를 감상한 후, 예전부터 극장관람을 꿈꿔오던 흥미로운 다큐 <인사이드 잡>을 보는게다. 그리곤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독특하고도 강단있는 서부극 <믹의 지름길>을 보고 얼른 취침에 들어야만한다. 

3번째 날의 스케쥴은 14시간 가량을 극장에 앉아 영화를 봐야한다. 좋은 영화 4편을 골랐는데 각각의 상영시간이 146분 272분 330분 84분이다. 이런것이 바로 영화제의 고통스런 축복이구나. 걸작이란 소문이 자자한 라울 루이스의 <리스본의 미스터리>를 본 후, 머리도 식히고 눈도 정화할겸 호세 루이스의 아름다운 풍경의 시 <실비아의 도시에서>를 보는거다. 그리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벨라 타르의 마지막 작품인 <토리노의 말>을 감상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불면의 밤으로 향해야한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2010년 최고 화제작 330분이라는 극강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카를로스>를 본 후 극장을 나서면 아침 5시가 된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계획이지만, 나는 이 작품들이 하나같이 너무나도 재미나서 졸음은 커녕 시간감각마저 앗아가리라 예상하고 기대해본다.  

4번째 날은 베르너헤어조크 감독의 신비로운 3D 다큐멘터리 <잊혀진 꿈의 동굴>을 환상적으로 감상한 후, 사랑해 마지않는 영원한 젊은 그대 이명세의 <첫사랑>의 감상과 함께 이명세 감독의 gv를 즐기는게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영화제의 마지막 날에는 장 뤽 고다르의 신작과 시규어 로스의 보컬 욘시의 솔로 콘서트를 감상하는 게다. <필름 소셜리즘>과 <고 라이브>는 영화제 마지막날 가벼운 마음으로 그곳과 작별하기에 적합한 작품들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와서는 그날 오후부터 24시간 가량을 활용해 카쉬전과 유르겐 텔러전 마지막으로 피쳐링 시네마전을 관람한 후 영상자료원으로 가 3시간이 훌쩍넘는 막장 파티 <그라인드 하우스>의 상영과 함께 여행을 마치는 거다. 거기다 여행을 다니며 열차와 벤치에 앉아 읽을 책은 얼마전 헌책방에서 단돈 삼천원에 구입한 시드니 루멧 감독의 말랑말랑한 저서 <영화 만들기>다. 순식간에 만든 틀이지만, 아무 고민없이 사랑스런 취미를 음미할 생각을 하니 참으로 뿌듯하다. 알찬 계획인것 같다. 하루에 한끼를 먹어야 하나. 이 돈으로 어떻게 버티지. 이번 포스트는 지극히 사적인 기록이라 아무런 정리도 확인도 없다. 3,4시간 자고, 평생 두번다시 반복하기 힘든 맘편한 여행 좀 다녀와야 겠다. 여행은 다녀오고, 다시 또 나설 생각을 하니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극장전의 그 놈 처럼 나도 생각을 쫌 많이 해야겠다. 

 
부산-순천 여행을 마치고 전주에 도착해 4일만에 쓰는 글. 다름이 아니라 관람작에 대한 변경, 그 개인적인 끄적임을 위해 몇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관계로 5 월 2 일에는 2 편을 추가해 <카이탄시 스케치> <아이타> <헤븐즈 스토리 + 시네토크>. 둘째날인 5 월 3 일은 <제스와 모스> <믹의 지름길>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자서전> 에다가 <인사이드 잡>을 <골리앗의 여름>으로 변경. <인사이드 잡>은 5월 개봉예정이라니 영화제에서 즐기긴 다소 아쉽고, 상영 후 좋은 평을 얻고 있는 <골리앗의 여름>의 마지막 1자리를 겨우 겨우 예매. 극한의 5 월 4 일은 변경 사항없이 <리스본의 미스터리> <실비아의 도시에서> <토리노의 말> <카를로스> 를 14 시간여 관람. 5 월 5 일은 불면의 밤을 보낸 후 기상 시간에 따라 2시대 영화 한편은 유동적으로 선택하고, 그 이후의 예정작은 <잊혀진 꿈의 동굴 (3 D )> 과 이명세 GV와 함께하는 <첫사랑>, 마지막 날은 고다르의 <필름 소셜리즘>과 <고 라이브>를 그대로 유지. <앙젤리카의 이상한 사례>라는 영화에 심히 끌렸지만, 5월 중 서울아트시네마 상영이 예정되어있기에 욘시의 공연을 그대로 선택. 최종적으로 15편. 시간만 가능하다면 비는 시간에 일반 상영관에서 <소스 코드>도 도전해보고...  

2011 경험에 대한 기록

2011. 4. 17. 23:59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해석에 반대한다 - 수잔 손택 (Borrow)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 - 한창호 (Borrow)
빨간방 - 데이빗 린치 (Borrow)
우리 이웃의 범죄 - 미야베 미유키 (Borrow)
나는 지갑이다 - 미야베 미유키 (Purchase) 
마술은 속삭인다 - 미야베 미유키 (Borrow)
대답은 필요없어 - 미야베 미유키 (Borrow)
평론가 매혈기 - 김영진 (Borrow)
강조해야 할 것 - 수잔 손택 (Borrow)
블랙 스완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Purchase)
무진기행 - 김승옥 (Purchase)
예술이란 무엇인가 - 톨스토이 (Purchase)
문학이란 무엇인가 - 장 폴 사르트르 (Purchase)
웃음과 망각의 책 - 밀란 쿤데라 (Purchase)
더 컴플리트 큐브릭 - 데이빗 휴스 (Purchase)
파리가 영화를 말하다 - 김량 (Purchase)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것이다 - 정성일 (Borrow)
필사의 탐독 - 정성일 (Borrow)
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 - 허문영 (Borrow)
영화비평의 이해 - 팀 비워터 / 토마스 소벅 (Purchase)
영화 만들기 - 시드니 루멧 (Purchase)
구로사와 아키라 - 시네마테크 부산 (Purchase)
만화 채플린 (웃음속의 칼) - 마사루 (Purchase)
이제하의 시네마천국 - 이제하 (Purchase)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 하버트 J. 갠스 (Purchase)
대중영화의 이해 - 그래엄 터너 (Purchase)
필름 컬쳐 5 - (Purchase)
세계 영화 100 - 안병섭 / 주진숙 / 정성일 / 김지석 / 이효인 (Purchase)
환상의 여인 - 윌리엄 아이리시 (Purchase)
호밀밭의 파수꾼(E) - J. D. 셀린저 




보드카 레인 - 3집 발매, 스페이스 공감
해피로봇 레이블 합동 콘서트 - 7 레이블쇼, 스페이스 공감 
(데이브레이크, 칵스, 오지은, 나루, 세렝게티, 노리플라이)




천경자의 혼 
이미지의 틈 전 - 서울시립미술관
김흥수 화백 특별전 
장리석 화백 기념관
다른과 어울림전 - 제주도립미술관
봄날의 동화전 - 제주도립미술관
몰입-Finding Flow 전
이중섭 미술관
아트캐슬전
한국근대미술 넓게보기
오승우 전

                                                                                                                                 오후의 뜰 - 장리석


근황

2010. 11. 26. 13:52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윤종신 - 이별의 온도 (뮤직비디오)

2010. 11. 25. 18:25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이승환씨의 신보에는 반의 반이란 노래가 있었다. 정지찬씨가 쓴 이 노래는 지난 사랑에 대한 희미한 점을 이야기한다. 몸에 베어 씻기지 않는 그 사람에 대한 기억과 어딘가 숨어있을 그와의 추억들. 반의 반은 지난 사랑에 대한 기억과 쓸쓸함은 조금 조금씩 사라질순 있어도 그건 단지 반의 반으로 줄어갈뿐 결코 완전히 소멸하진 않는다는 무서운 이야기였다. '0' 으로 소멸되지 않을 행복의 대가. 

 물론 좋은 노래였지만, 가사를 가만히 듣다보니 이승환씨보단 윤종신씨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이건 그의 주특기니깐. 찌질한 남자의 순정어린 그리움. 월간 윤종신의 꾸준한 행보는 '행보'란 앨범을 만들어냈다. 사실 월간 윤종신의 신곡들은 회상보단 시작이나 현재를 그리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막걸리나와 바래바래를 외치며 유쾌한 만남을, 그리고 이어지는 본능적인 시작과 그대 없이는 못산다는 철저한 현재 진행형의 사랑들. 치과에 누워 그녀를 추억하긴 했어도 이건 짤막한 푸념이었다. 끝에 와서야 찬바람을 느끼며 후회王의 넋두리를 늘어놓았지만 김연우씨의 목소리를 빌린 것이기에 그의 감성을 완전히 느끼긴 힘들었다. 

 행보의 타이틀곡인 '이별의 온도'는 이별에 대한 일상적인 시각을 포착한 '수목원에서'의 정서와 떠나서도 나를 시리게하는 그 사람에 대한 '몬스터'적 쌀쌀함이 들어있다. 정말 윤종신다운 노래와 정서다. 그래서 반갑다. 과정이야 어떻든 대중으로부터 뮤지션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요즘 윤종신씨는 꽤나 행복할 거다. 앨범 활동 시기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까지 했으니 다양한 곳에서 그의 행복한 이별노래들을 자주 듣게될것 같다.
 
 뮤직비디오를 따로 챙겨보진 않지만 유희열씨와 윤상씨가 나왔다기에 검색해봤다. 윤종신,유희열,윤상,장기하,이상순,배두나. 20대에 접어들며 한번쯤은 좋아했던 이들이 모두 나온다. 후방에서 활약하는 이상순씨도 롤러코스터의 음악을 격력히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엹게나마 기억하고 있다. 결론은 참 맘에드는 뮤직비디오라는거다. 사실 처음볼때는 한참을 웃었다. 개개인이 어떤 사람인줄을 너무 잘 아는 입장에서 그들의 진지함은 은근한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다보니 40대가 된 90년대 스타들의 우정에 약간 질투가 났다. 이 사람들 각자는 멋있게 서로는 재밌게 사는것 같다. 음악만으로 이 자리까지 온 90년대 스타들의 20년 후는 어떨까. 아무리 급변하는 시대라지만 이적, 윤상, 유희열, 윤종신 의 음악은 20년, 30년 후에도 고유의 영역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을것 같다. 장난스레 모인 그들의 끈끈한 우정에는 밝은 미래의 희망 빛이 얼핏 비쳤다.    

* 처음 올라온 이별의 온도 뮤비는 눈부신 캐스팅에 비해 음질이 너무나도 안좋아서 음원을 끌어들여 새롭게 동영상을 만들어봤는데 그새 공존에도 좋은 음질의 뮤비가 올라왔다. 오늘도 허무한 하루. 참고로 공존은 윤종신씨 홈페이지 이름이다. 희열과 장훈의 안주거리였던 장난감. 공존.  
   
이별의 온도, 윤종신씨의 짤막한 설명과 함께 라이브도 들어보자.


어쩌면 증발할 글과 잊기 싫은 생각 그리고 음악

2010. 11. 15. 05:00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2010년 11월 몇일의 새벽. 어쩌면 의미도 없이 사라질 글, 혹은 기억못할 과거의 하루를 잡아줄 운율의 기록. 몇시간 전으로 시계를 돌려, 서울 하늘에서 가장 복잡한 공간에 멍하니 버려졌던 기분. 영등포의 복잡한 거리. 하얗고 거대한 건물. 몇년을 기다렸건만 정작 벅찰 수도 없던 청춘의 불안. 핑계만 늘어가는 나태한 청춘. 혼자 아는 진실조차 속이려드는 어리석은 게으름. 이제는 지겨워진 비슷 비슷한 인생낭비의 패턴. 활자와 필름에 자위하는 이상한 위로. 익숙한 새벽 3시, 아니 5시 30분. 쉽게 잊는 불편한 자책. 빛이 걷혀 안보인다 싶음 서서히 다가오는 안도. 반나절이 흘러도 희미하게 남은 어지러움. 타인의 희망과 열정에 억울해질라치면 흘러내리는 것들. 비단 보이는것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도 함께 흐르는 시간. 암호같은 기억의 조각들. 헛구역질.

 짧게나마 기억하는 환한 시작. 덜컹 덜컹 불편한 지하세계. 열정과 진실이 유기된 겉치레. 영등포의 북적거림과 여의도의 쌀쌀함. 짐을 정리하는 매점 아저씨와 풀을 뜯어먹는 토끼 두마리. 하릴없이 피곤해진 몸과 눈. 19.5와 6.0. 바스락거리는 파란 감자와 눅눅한 다리두개. 마냥 부러운 긍정과 한없이 부럽던 점잖은 오기. 그렇게 찾아드는 다시 또 다시. 여긴 기점. 반절을 떼어내는 무통의 결단. 텁텁함. 약간의 잠과 한 모금의 과실. 잊고 불태우는 다른 길. 

 다시한번, 기억조차 못할 과거의 하루를 잡아줄 운율의 기록. 그 취향의 기록. 여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는 격정. 낯선 운율이 내민 하얀 손바닥, 잡고 싶은 하얀 손바닥. 진공의 밤마다 스멀스멀 다리를 타고 오르는 누나의 이야기. 목과 배를 가득체운 자가당착. 그냥 익숙한 새벽 3시로 믿고싶은 5시 30분. 약간의 잠과 한 모금의 과실. 삼일을 못가는 천한 작심과 인정치 않던 재능의 바닥들. 그럼 안녕히. 너도 나도. 전부.









기분 좋은 날, 그리고 안녕히 가시길

2010. 11. 9. 03:08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기분 좋은 날이다. 이런 저런 일들을 하느라 책상앞에 앉은 시간은 3시간 뿐이었지만,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공부따윈 뭐. 어쨌든 개인적으론 참 기쁜날이다. 꿈에 한걸음 다가간 날이기에 참 기쁘다. 어설프게 살아가지만 내게도 꿈이란게 있다. 교도관. 이건 나의 장래희망이다. 어쩌다보니 들어가게된 전공. 지내다보니 정해져 버린 진로. 역할의 중요성을 알고, 운명적인 발걸음을 믿고 있는 한 내 장래희망은 어디까지나 교도관이다. 허나 직업적 '꿈'뿐 아니라 최소한의 낭만적 꿈도 가지고 있다. 언제나 꿈꾸고 언젠간 이룰 꿈, 시나리오 작가다. 직업적인 작가가 되는건 꿈도 꾸지 않는다. 나는 단지 죽기전에 극장에 앉아 내가 쓴 작품을 단 한번이라도 보는 것, 그게 내 꿈이다. 내가 가진 꿈의 조각중 가장 큰 부분이다. 

 어째서 오늘이 기쁜날인가. 다름 아니라 처음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그간 해보면 좋겠다, 해보면 재밌겠다 싶은 이야기들은 많았기에 어딘가에 끄적이며 홀로 즐거워했던 날들은 많았지만 막상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꼭 해야할것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아직까지도 사지 멀쩡한 습작조차 출산하지 못했었다. (길어도 허약한, 알차도 너무 짧은 사생아들) 허나 이번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역시나 사람은 사회와 환경에서 떨어질 수 없나보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과의 이별. 사실 음악만 들어왔지 아티스트에 대해선 자세히 모른다. 솔직히 잘 모르는 이다. 허나 라디오를 통해 우연히 위로를 받았던 기억 정도는 있다. 나를 연애하게 하라. 어느날인가 굉장히 슬프게 들렸던 노래. 그런 그가 떠났다. 사실 난 죽음에 대해 그리 슬퍼하진 않는다. 슬퍼해봤자 도저히 달라질것도 없기에, 어쩌면 이 다음 세상은 더 좋은 곳일지도 모르기에 그냥 슬픔보단 한번쯤 진지하게 추억할 뿐이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문뜩 떠오른게 있었다. 언제나 관심가지던 사후에 관한 이야기. 지극히 상상으로 꾸며질 수 밖에 없는 사후 세계란 무대를 생각하니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언제나 맘속에 무겁게 짊어지던 가족에 대한 미안함. 나를 신경써주는 주변인에 관한 소홀함. 고마운줄 모르고 한없이 우울해 하는 인생살이. 모든 이야기들이 너무나 갑작스레 스쳐갔다. 멍하니 바라봐도 도저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단어장을 접고 노트를 펼쳐 계속해서 쓰기 시작했다. 궁금하고 미안했던 만큼 모든 이야기들은 자연스레 이어졌다. 행복하게 즐길 취미 정도는 있구나 싶어 뿌듯함이 밀려왔다. 수천석의 도서관에서 다들 수능공부와 공무원 대비에 열심히었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가장 행복하리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썻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약간의 상상과 비틀림. 그리고 이어지는 과거의 추억과 주변의 소중함을 통해 느낄 인생의 아름다움.   

 뭐 결국 완고를 한다해도 형편없는 시나리오가 될것이다. 3,4권쯤 시나리오 가이드를 읽고 수십 수백편의 시나리오를 읽었지만 막상 글을 쓸때면 제멋대로 적어간다. 자세한 내용은 창피하고 불안해서 언급하진 못하겠지만,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인생에 대한 고마움을 잊은체  한없이 차가운 마음으로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일상을 무심히 지나치는 어느 20대 청년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기 전 주어진 7일의 시간. 5일의 연장과 2번의 회상. 그렇게 주어진 3번의 여행. 이렇게 대강 말하면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름 탄탄하게 구상중인 이야기가 있다. 아, 좋다. 술술 써져서 더욱 좋다. 

 많은 감독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초고는 얼른 쓰는게 좋다고 한다. 홍상수 감독은 어차피 니들이 써봤자 형편없을 테니 어서 완고부터 하라했다. 그래, 시간을 내서라도 얼른 써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참 기대가 된다. 처음으로 엔딩부터 떠오른 시나리오다. 말썽안부리는 불효자로서, 베풀줄 모르는 사회인으로서, 한번뿐인 인생을 멋지게 체우지 못하는 청춘으로서 많은 반성과 로망을 담은 이야기가 될것 같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과 영화 <애프터 라이프>로 시작되었지만, 항상 꿈꿔왔듯이 <빅피쉬>와 대니보일의 <인질> 그리고 장진의 인간관계에 관한 영향이 짙게 뭍어날 이야기가 ... 되었음 좋겠다. 

 아주 먼 훗날 이 작품을 누군가 보게 된다면, 정말 잠시라도 좋으니 인생을 조금은 더 열심히,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단 소박한 충동을 느끼게 됐으면 좋겠다. 이번엔... 잘 되야할텐데. 영화를 본지 10년. 막연히 시나리오 작가를 꿈꾼지 5년. 25살의 겨울에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쯤은 쓸 수 있을것 같다. 제목에는 꼭 세번과 여행이라는 단어를 집어넣고 싶다. <여행 세번>이나 <세번의 여행은>이나 <마지막 여행은 세번>이나 어찌되었든 꼭 사지멀쩡한 우량아를 낳아봐야지. 좋다. 나를 연애하게 하라. 간만에 들으니 또 슬퍼지네. 좋은 힌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진원씨. 제가 꿈꾸는 사후세계만큼이나 멋진 곳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하고 계시리라 믿어볼게요. 대신 역전만루홈런은 바라지도 않으니 번트라도 할 수 있도록 제게 힘을 주세요. 정말 노래 좋네요.



장기하와 얼굴들, 2집을 기다리며

2010. 11. 7. 12:58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by 모노피스



 장기하와 얼굴들은 인디씬에 흩뿌려진 이런 저런 팀에서 쫌 생겼다는? 의심스런 기준으로 뽑혀나와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목표로 붕가붕가 레코드에 둥지를 튼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반응. 놀랍기만 했던 싸구려 커피 신드룸의 동일선상에서 공개된 그들의 데뷔앨범 <별일 없이산다>는 너무나 소중한 앨범이었다. 옛것의 감성과 달콤씁쓸한 젊음의 가사들, 이것은 비범함과 신선함이었다. 나 역시 이들의 앨범을 엄청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무사히를 간절히 바라던 군시절, 청소시간마다 내무실에 울려퍼지던 그들의 음악은 하루의 즐거움이었다. 그저그런 음악의 존재 가치를 모르겠다던 이들의 노래는 활력이었다. 멱살한번 잡히십시다며 소심히 군생활의 답답함도 호소해 보고,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과의 에피소드를 엿들으며 묘한 사랑 이야기도 생각해보고, 달이 차오른다,가자며 잠자리로 향하던 활력과 기억들. 참으로 재미진 음악인들이다. 

 요즘 라디오와 티비에 간간히 모습을 비추는 그들을 볼때마다 2집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라디오 천국>을 간만에 찾았을때도, 스케치북에서 고정 코너를 그만둘 때도 꽤나 당찬 포부를 이야기 했었다. 그 남자, 왜그러는진 모르겠지만 2집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그럴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끝없이 들려올 실망의 소리들. 트렌드와 이미지로 각인되는 탓에 비상식적으로 확대되버린 그들. 장기하와 얼굴들의 귀환의 자락엔 벌써부터 희미하게 실망감이 뭍어뵌다. 필히 동반되리니. 그들을 못 믿어서 떠들어대는 주책이 아니라 진솔하게 음악성을 평가받을 좋은 기회가 될것 같아서 해보는 거품걷이다 . 어차피 대중들을 향해 나를 받아주오 라며 구애할 필욘없다. 지난 몇년의 해프닝은 일생일대의 기적이었으니. 장기하란 이름에 정체모를 기대심을 품은 사람들은 여기 뭐 아무것도 없잖어 라며 하품을 해댈 수도 있겠지만 그는 분명 (그의 기준에서) 최고의 음악들을 가져올리라 믿고 있다. 지금까지 지켜봐온 장기하란 사람의 감성은 보통것이 아니다. 다름 아니라 이런 불보듯 뻔한 예상을 몇자 적어보는건 사회에 불어닥친 괴상한 돌풍으로 인해 그들의 음악성마저 가벼이 생각하게된 이들이 통상의 기준치 이상으로 많다는 사실에 떠들어본 불평이자 안도정도랄까나.

 너나 할것 없이 생각해 봤음 좋겠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새로운 음악을 듣기전에 한번쯤 해볼법한 생각. 우리들의 괜한 법석은 정말 없었는지... 그리고 장기하씨 역시 느리게 걷자는 맘으로 제 영역에서 한결같이 머물러주길 바랄뿐이다. 빛바랜듯 뵈지만 더없이 싱싱한 그만의 복고적 감성은 중요한 명맥이자 보물이니. 2집은 사회에서 듣느라 CD 플레이어를 사용하진 않겠지만, 음원을 통해 듣더라도 꼭 앨범을 사서 가사집을 뒤적이며 신나게 즐겨보리라 다짐해본다. 얼핏 스치는 그들의 당찬 포부는 분명 음악팬들에게 좋은 선물로 돌아올것 같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중을 향해 자신의 확실한 방향성을 말하러 가는 길에 선 그들의 라이브나 한번 감상해보자. 10월 29일 방송된 스케치북 무대다.   



Banni(반니) - 영화,음악,책. 그 취향의 확장

2010. 10. 20. 03:32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요즘 뭐 봤니? 이거 참 좋은 질문이다. 클릭 한번이면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특정 대상에 대한 사실과 생각은 차고 넘치도록 많지만 도통 정리가 안된것이 사실이었다. 급한대로 필요한 정보는 일시적 검색을 통해 찾아볼 순 있었지만 뭔가가 아쉬웠다. 취향의 확장이나 생각의 공유가 한정적인게 아쉬웠다. 1차적 접근에서 취향의 끈은 쉽사리 끊어졌다. 삶의 다양한 관심사를 이리 저리 펼쳐놓은 블로그의 세상 속에선 지나치게 광범위한 분류 탓에 유용한 취향의 확장이 힘들었다. 무엇보다 개인이 개설한 블로그나 웹페이지는 부담감이 컸다. 한권의 책과 한편의 영화를 언급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도 많을 뿐더러 건성 건성 하는건 되려 불성실한 블로거로 오인받기 쉬웠기에 많은 정보를 공유하기 부담스러웠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었다. 비대한 정보검색 시스템에 감지덕지하며 검색어를 치고 창을 열고 정보와 마주하며 다시 창을 닫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답답함을 해소해줄 만한 취향과 생각의 확장 공간이 생긴것 같다. 요즘 뭐 봤니? 라는 질문을 단순하게 인용한 Banni 란 싸이트다. 작명 만큼이나 간결한 구성과 뚜렷한 목적성이 있는 곳이다. 기본적인 틀은 이러하다. 모든 회원들은 방대한 데이타가 준비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서재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이 개설한 서재는 제목부터 세부적인 설명까지 모두 스스로 꾸밀 수 있다. 단순히 매체의 구분이 아니라 테마를 기본으로 자신의 서재를 꾸며 나갈 수 있는 곳이다. 메인화면을 살펴보자. 


 각자가 꾸민 서재를 기본으로 인기책장/찾아주세요/오늘의 반니/베스트 리뷰/친구찾기 같은 메뉴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취향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서재는 인기책장 코너에 올라 많은 이들에게 노출된다. 라디오 천국의 선곡 부터 영화 속 매력적인 캐릭터, 선물하기 좋은 책 부터 리메이크 반대 코너까지. 문화 전반의 컨텐츠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추천하고 공유할 수 있다. 

Banni 메인화면

 


 다음으로 꽤 맘에 드는 <찾아주세요>란 공간이다. 짤막한 글을 통해 특정 주제를 질문하면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시각을 통해 해당 주제에 맞는 작품들을 추천해 준다. 자유로운 생각의 공유가 꽤나 훈훈하다. 해당 자료가 쉽게 연결되는 이곳은 단순한 포럼이라고 하기엔 발전적인 형태이다. 추천을 통해 회원끼리 새로운 대화의 장도 열린다. 

by 막시무스




 그렇게 다른 회원이 선정해준 작품들은 해당 서재에 차곡 차곡 쌓여서 또다시 새로운 추천 목록을 꾸며준다. 무엇보다 banni가 맘에 들었던건 직관적이고 이쁜 디자인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단순하고 쉬운 형태를 띄고 있는데 특히 서재의 경우는 이미지의 배열이나 디자인이 굉장히 잘 꾸며져 있다.  

by crysyrin



 
 불특정 다수가 모인 공간이기에 생각이나 표현의 형태가 일정하진 않지만 꽤 많은 이들의 서재에는 쏠쏠한 정보가 많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지닌 이들의 서재를 엿볼 수 있는것은 너무나 큰 선물이다.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지닌 사람의 서재를 구독할 수 도 있다. 

by 키티




수용자 입장에서도 유용한 공유의 장이 되겠지만 본인의 관심사와 취향을 간단한 메모와 함께 기록할 수 있기에 공급자 입장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일단 쉬운 구성과 깔끔한 디자인으로 꾸며졌기에 흥미를 가지고 유지해갈 수 있을것이다. 자신만의 주제를 설정한 서재에서 간단한 검색과 짤막한 코멘트 만으로도 꾸밀 수 있다. 



 나역시 <놓치기 쉬운, 허나 놓쳐선 안될 영화>란 주제로 차근 차근 꾸며가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트위터나 미투데이 같은 것을 안하기에 설정하지 않았지만 이 곳의 작성한 글은 트위터나 미투데이와 연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나야 잘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유용한 기능이라고 한다. 내 서재는 이곳이다. 이제 막 시작했지만 꾸준히 해야겠다. http://www.banni.kr/hanslanda



 생각할 수록 괜찮은 곳이다. 아직은 반니란 검색어에 이 곳보단 반 니스텔루이가 더 많이 검색되는 만큼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해서 올려본다. 지나칠 만한 영화와 소외받기 쉬운 음악, 가끔은 눈물나게 훌륭한 책에 대해 이야기 해야겠다.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문화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가상의 서재 하나쯤 가져보는건 어떨지. 

박노해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

2010. 10. 14. 03:31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사진전을 다녀왔다. 스티브 맥커리의 <진실의 순간展> 이후 5개월여 만에 다시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이번 전시회는 독특한 구석이 있었다. 직업 사진작가가 아닌 시인의 눈으로 기록한 순간들이었다. 이번 사진전의 주인공인 박노해씨는 시인이자 평화/노동 운동가이다. 그가 노동자로 일하던 1984년 <노동의 새벽>이란 시집을 통해 얼굴없는 시인, 실천 노동자로 읽혀지고 보여졌다. 그렇게 한국 현대사의 어두웠던 시간 속에서 옳고 바른 길을 걸었던 그는 저항과 고통의 시간들을 겪고 겪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시를 낭독했다.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사형도 구형받고, 무기징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현대사의 수 많은 상처를 안은 채 시간은 흘러갔고, 자유를 얻은지 2년의 시간이 흐른 후인 2000년 부터 세계 여러곳을 홀로 거닐게 된다. 그곳은 빈곤에 고통받고 분쟁으로 상처입은 이들이 자기네 삶을 악착같이 쌓아가는 장이었다.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각각의 고난을 짊어진 네개의 대륙의 그림자를 밟으며 그는 오늘날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낸다. 그는 사진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선진 문명국중 어느 누구 하나 아프리카 대륙의 빚을 지지 아니한 이가 없기에 그들에게서 빼앗아온 넋과 희생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의를 내세운 패권제국이 중동에 뿌린 수많은 눈물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또한 전통문화에는 꾸준한 균열이 생기고 자연은 끊임없이 시련을 내리는 아시아의 이웃 나라들에게서 오래된 미래를 찾아볼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지구의 허파와 등뼈가 자리한 그곳, 체게바라의 피기침 소리가 아직도 선한 그곳, 중남미는 지구와 인류에게 의미있고 소중한 곳이지만 그곳을 지탱하는 이들은 외면과 착취 속에 고통스러워 함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네 대륙을 잇는 박노해씨의 사진들을 보며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고, 잠시나마 삶에 감사하고 반성하며, 나눔의 소중함을 느껴야 할것이다. 적어도 나 자신은 잠시나마 이런 생각들을 깊게 해봤다. 잊고 살만한 중요한 가치를 고민하게 해준 소중한 만남이고 경험이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큰 울림을 얻을 것이다. 이 곳은 단순히 이미지의 피상적 전시 공간이 아니었다. 단순히 사진전이란 단어로 국한하기엔 이곳은 처연한 생기가 있는 곳이었다. 그는 홀로 걸으며 세계 곳곳의 소리를 담아오고, 순간을 적어왔다. 이곳을 가득 체우는 소리들은 그가 대륙을 오가며 담아온 저들의 운율이었다. 그리고 120여 점의 사진마다 진심을 다해 써내려간 그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에게 때로는 아름다운 시로 때론 가슴아픈 비극으로 가슴 깊게 스며든다. 인생을 읽고 문화를 듣고 순간을 본다. 박노해씨의 전시회는 이런 의미에서 다시한번 소중한 만남이고 경험이었다. 난 누군가가 만든 작품을 보며 기계적인 해설을 듣거나 큼지막하게 써놓은 문구를 기억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기억도 못할 뿐더러, 순수하게 작품만 보고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딘가 적혀있던 그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다. '사랑한 만큼 보이는 것'이다. 내가 사진 속의 사람들을 찍는게 아니라 그들이 카메라를 통해 내 가슴에 진실을 쏜 것이다. 그와 비슷한 사진을 찍는 이들은 많다. 가끔은 그런 사진이 불편해 보일때도 있다. 하지만 오만함이 아니라 애정을, 내려봄이 아니라 마주봄을, 이러한 신념의 향기를 가득 머금은 그의 사진들은 경외롭고 아름답다. 그러기에 많이 슬프다.  

 박노해씨는 그곳에 앉아 열심히 관객과 대화하고 정성스레 싸인을 했다. 비록 한마디 대화도 나눠보진 못했지만, 사진을 통해 충분히 그와 대화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회장을 빠져나갈때 직원이 조그마한 쪽지를 건내며 그곳에 메일 주소를 적으면 매주 시를 보내준다고 했다. 기분이 좋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쯤은 그의 작품들과 이런 경험들을 상기할 수 있을것 같다. 노래 한곡이 사진 한점이 세상을 바꿀 순 없겠지만, 적어도 몇몇에겐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마련해 줄 수도 있다. 이런 전시회는 어린 친구들과 함께 가면 더욱 좋을것 같다. 좋은 예술과 좋은 사람이 한 곳에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3000원에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평이한 영화 한편 보다 더 좋은 경험이 될테니 주말 쯤에 이 곳을 한번 찾아보시길. 


관련 정보와 공개된 몇몇 작품을 보고 싶다면 Click here





윤종신의 유언 그리고 그의 정서

2010. 10. 9. 05:15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아주 가까운 사람들은 알겠지만, 난 윤종신의 정서와 노래들을 참 좋아한다. 솔직히 그리 오래된 팬은 아니다. 꾸준히는 아니지만 너무나 갑작스레 그의 정서에 매료된 사람이다. 그땐 아마도 어설픈 경험의 터널을 갓 지났을 무렵일게다. 86년에 태어난 내겐 90년대 초중반을 한없이 빛냈던 그의 멜로디들은 생경했을 뿐만아니라 만날 때도 아니었다. 어린 아이와 윤종신은 인연이 아니니깐. 20대에 들어선 풋내기가 겪을 이런 저런 경험을 통해서야, 보통 남자 혹은 찌질한 남자의 미련을 가슴에 품고서야, 그의 노래가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율과 중독적인 기계음에 침식된 흔한 노랫말들 중에서 유독 그의 가사만이 토씨 하나 하나 빠지지 않고 내 맘속 깊은 곳으로 들어왔다. 허나 그것이 그의 또박 또박한 전달방식 때문만은 아닐게다. 굳이 그의 입을 통하지 않아도 그의 정서는 뼈저린 공감으로 다가오니깐. 

 짧지만 인상적이었던 인생의 몇몇 경험을 통해서야 내 자신을 어느정도 알아가게 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거치고 난 뒤 거울을 들여다 보니, 그 곳엔 윤종신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어느 남자의 미련어린 얼굴이 있었다. 어릴적에는 음악인을 좋아할때 동경의 정서가 우선됐던것 같다. 아티스트의 정서와 이야기에 대한 공감 보단 사람 자체에 대한 동경이나 마이너한 정서에 대한 동경이 컷던것 같다. 하지만 어느순간 부터 음악이란 시가 위로의 약이 됨을 알고난 후 자신에 대해 솔직해야 함을 느꼇다. 음악이 날 위로해줄 땐 나와 같은 고민이 담긴 것이 최고임을 알았다. 윤종신의 음악에는 약간의 설렘과 수 많은 미련이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내딛는 풋내나는 사랑의 첫걸음이, 제 혼자 추억하는 쓸쓸한 행복의 시간들과 미련들이, 그의 앨범엔 가득하다. 참 많이 닮았다. 가만히 듣다 보면 그의 남자들이 하는 시작과 끝은 나와 많이 닮았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윤종신의 음악이 나와 닮아 있었으면 좋겠다. 그도 늙고 나도 늙고, 점점 어른이 되갈 수록 더 공감하고 가끔은 눈물도 흘릴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줬으면 좋겠다. 유희열은 윤종신의11집 발매를 앞두고 이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한국에서 어덜트 컨템퍼러리 장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가 윤종신이라고. 나도 동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그런 가수였으면 좋겠다. 가수중에 아티스트가 몇 없고, 아티스트 중에 공감할 이도 몇 없으니, 그를 계속 응원해야 겠다. 월간 윤종신을 묶어 연말에 앨범을 낼텐데, 무슨 일이있어도 꼭 사야겟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일테니.  

 인간 윤종신이 어떤 사람일진 모르지만, 라디오나 티비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그에 대한 형상은 자신의 음악 만큼이나 정도 많고 따듯한 모습이었다.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음악과 저런 유언을 남긴 이가 나쁜 사람일리는 없을 것같다. 내가 눈물이 많은것도 있지만 저 영상은 정말 눈물난다. 그가 이야기 한것 처럼 그의 멜로디, 이야기, 웃음들... 가능한한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윤종신씨가 이 글을 읽을리는 없겠지만 한마디 하고싶다. 정말 고마워요.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윤종신이란 정서를 이야기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반말로 호칭했지만, 정말 존경해요. 

<가을아침>에 문뜩

2010. 10. 4. 14:36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by  jamesridle

by jamesridle




 가을은 형언하기 힘든 치명적 매력을 지닌 계절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엔 거리로 나가 뚜벅뚜벅 걷기만 해도, 멍하니 벤치에 앉아 오다니는 사람의 구두끝만 바라봐도 묘한 행복감이 몰려와버려서 다른 일에 대한 의욕이 절로 사라져 버리곤 한다. 감정이 너무도 쉽사리 요동치는 내겐 더욱 그러한것 같다. 정말이지 다른 일은 하기 싫어진다. 가만히 음악을 듣고 싶어진다. 음악이나 들어야 겠단 감성이 아니라, 음악만 들어야 할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날들이란 말이다. 가을과 음악. 이보다 더 좋은 친구는 없을것 같다. 가을은 느긋하거나 더딘 음악에 더없이 좋은 동반자 같다. 아무도 없는 밤거리, 라디오를 타고 흐르는 음악을 듣다보면 수도 없이 뭉클하고 벅찬 감정을 마주하곤 한다. 듣는이도 방송을 하는 이도, 가을의 치명적 매력에 홀려 모두가 비슷한 마음으로 선곡을 해대는 탓에, 예민한 아티스트들의 기억과 추억 들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가을에 듣는 음악. 그리고 그와 눈물 역시 떼어내기 힘든 관계인것 같다. 가끔씩 혼자 술을 먹곤한다. 심야의 라디오는 제 감정에 깊숙히 파고들기 좋은 매체이기에, 그 시간에 약간의 술을 먹는 행위는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희미한 옛 추억을 뒤돌아 보기엔 썩 괜찮은 짓이다. 스산한 바람에 몸이 묶인 체로 멍하니 앉아 낙엽마냥 붉어지는 하늘을 바라볼때, 어느 예민한 음악가의 슬픈 노랫말이라도 귀에 들어오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내릴것만 같다. 특히나 가을에 듣는 음악에 술까지 끼어버린다면, 그리고 그 노래가 양희은 혹은 이소라가 부른 것이라면 눈물을 피하긴 힘들 것이다.   

 가을 밤, 약간 취해버린 내 자신을 눈물짓게 하는 음악은 추억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윤종신의 노래속에서 찌질한 주인공들이 애타게 부르짖는, 아마도 아름다웠으리라 기억하고픈 혼자만의 추억이나 덤덤하게 지나친 누군가와의 이별이 갑작스레 자신의 일상을 뒤덮는 조규찬의 따끔한 추억들. 이런 사랑에 관한 짧은 추억들. 이런 음악의 백미는 성숙한 이별이 얼마나 서글플 수 있는지 보여준 김광진의 <편지>인것 같다. 여하튼 이런 감성들은 가을에 쉽사리 눈시울이 붉어질만한 것들이지만, 슬픈 음악의 정서는 우리네 사연과 접점이 발견되면 시간과 공간을 불문하고 비슷한 응어리를 끌어내기에, 가을을 위한 노래는 아닌것 같기도 하다. 두번째 추억. 사랑에 관한 짧은 추억과 함께 가을날 내게 눈물을 뽑아내는 노래들은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러기에 더욱 슬픈 옛것들에 관한 향수와 추억이다. 후회가 낳은 집착일진 몰라도 난 유달리 과거를 그리워하곤 한다. 혼자만 쓰고 혼자만 보는 글들의 대부분 주제는 과거와 현재의 공유에 관한 망상이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내 귓전을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가을의 냄새를 맡다보면 훌쩍 15년 2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하루 하루의 변화가 눈에 뵈는 가을의 중심에서 약간의 소주와 함께 옛동네를 거닐때면 미치도록 슬프다. 아마도 별다른 기억이 없다는게 슬픈것일 게다. 어제도 늦은 밤이 다되어 집을 나섰다. 어제도 라디오를 들으며 옛동네를 찾아봤는데, 마침 라디오에선 재주소년의 어느 멤버가 양희은의 <가을 아침>을 추천하곤 무책임하게 틀어버렸다. 비를 피해 놀이터 정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하염없잉 눈물이 나더라. 참 아름답고 이쁜 가사였지만, 과거에 대한 추억은 그렇게 쉬이도 날 눈물짓게 하는것 같았다. 사족이지만 양희은씨의 음성과 이병우씨의 선율로 완성된 <양희은 1991>은 보물이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대한 잉거 마리의 해석도 아름다웠지만, 양희은씨 만큼은 아닌것 같다. 요즘엔 <가을 아침>을 계속해서 듣고 있는것 같다. 

 시계를 조금만 돌려보면 정말 아름답고 좋은 노래들이 많다. 고작 20대 중반에 들어선 주제이기에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이 저 시절의 음악을 더 많이 들었으면 하고, 그럴만한 가치도 있단걸 이야기기 하고싶다.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말로 표현을 못하겠네.  

교도관 나오키 - 반성의 시간

2010. 10. 2. 19:25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거지. 별다른 생각없이 전직 교도소장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작정 시작한  교도관 생활. 내가 배정받은 곳은 오사카시의 나니오 구치소. 지금, 그러니깐 2012년 나의 유일한  친구인 미츠루의 사형 집행장에서 시작할 이야기는 내가 처음 이곳에 배정받았던 8년전부터 지금까지 겪은 '사형수'와 '인생' 그리고 '사형제도'에 대한 진지한 기록들이다.  
 
 
 집에가는 길에 잠시 들린 대형서점에서 <교도관 나오키>를 우연히 접하곤 당장 집으로 달려가 책을 펼쳐보았다. 낙하산 코스를 밟은 나오키에게로 향한 동료들의 빈정거림과 사형수들의 조롱을 들으면서도 그는 삶의 새로운 이면을 접하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조금씩 교도관의 길을 걷게된다. 작가는 사형제도 존폐론에 관해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본 작품을 만든듯 싶다. 
 
 나 역시 아직까지는 그의 의견에 상당부분 공감하는 바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시간표를 가득메운 수업시간들중 어느 과목의 한 귀퉁이에서 별다른 생각없이 사형제도와 마주하게 된다. 인권과 학설들 사이에서, 난무하는 온갖 정보들 사이에서 타인의 반응을 거울삼는 신념없는 요즘 시대의 우리들은 인간의 목숨에 대해 찬반을 너무나 쉽게 따진다. 그들이 인면수심의 악한들이라 해도 사형제도는 정말 신중을 기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우리의 사형제도에 대한 태도는 참으로 말랑말랑 하다고 생각한다. 나역시 교도관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교도관이 되고자하는 꿈을 품으면서 진지하게 '사형'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하지만, 언제나 명확한 답은 내려지지 않는것 같다. 그런 와중에 접한 <교도관 나오키>는 그 해답을 향해 아주 설득력있는 가정을 제시하고 조언을 해주는것 같다. 나오키와 사형수를 둘러싼 사정과 이야기들을 조금씩 쌓아가며 진실한 답을 찾아 나아가려는 노력이 보인다. 사형존폐의 가치를 두고 중간자적 위치에서서 양자를 살피며 가끔씩 눈물짓는, 참으로 설득력있는 작품이란 생각이들었다.
모두가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인명과 법률이 중첩된 이 복잡하고 중대한 문제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실리나 인권의 잣대만으론 쉽게 답이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그래서도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인생이라는게 조금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20여년동안 아무것도 모른 체 살던 어느 분야에 관해 꼬박 하루를 보내고있는 내 자신을 생각해보면, 누가만들었는지 몰라도 인간과 이 세상은 참으로 흥미로운 존재인것 같다. 내가 교도관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생의 짧은 경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교정과 사형제도에 관한 문제들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있어 가장 비극적인 순간을 인간 스스로 통제하고 싶다면 범죄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 많은 사람들이 애타게 찾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만약 신이 실존한다면 너무나도 공을 들여 인간과 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두고 그 비밀번호를 까먹은 것은 아닐지. 아니면 이 역시 인생의 일부란 건지. 
 
 개인적으로 선생님이라는 직업에는 악감정은 없지만, 존경이라는것도 해본적이 없었다. 그래도 고등학교시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김명숙 선생님에 대해 많은 존경심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만화책도 문학이라던 그 이야기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꽤나 훌륭한 문학작품인 <교도관 나오키>.  만약 사형제도에 대해 관심이 있는 당신이라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슬프고 무겁다.


* 예전 블로그를 정리하다 발견한 4년전 글인데, 교정과 사형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커녕 교도관의 등용문에 발린 사지선다의 피상적인 답안에만 집착하고 있네. 언제 시간날때 이 책이나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진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겠다. 

좋은 사람

2010. 10. 2. 06:11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인터넷 상에서 오해의 덫을 놓는건 참 쉬운 일이다. 더군다나 목표물이 너무나 쉽게 걸리기에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더욱 무서운건 내가 걸리지 않아도 주변인의 눈앞에 놓인 덫과 목표물에 관한 피상적인 기록만 있어도 그것이 너무나 손쉽고 빠르게 여론화되고 기정화된다는 것이다. 사소하긴 하지만 나 역시 오해란걸 받아본적이 있다. 굉장히 우스꽝스럽게도 사실이란건 진실보다 가볍기에 사람들 눈에 쉽게 띄는것 같았다. 표면위로 둥둥뜬 무엇인가를 비웃으며 사냥꾼의 말에 쉽게 동조하는 행위. 여기서 가장 씁쓸한건 그런 그들이 실제 현실세계에선 그런 행동을 할리 없는 이들이란 것이었다. 물론 할 필요도 없을테고 말이다.       

 사실 이번 논란에 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진실 혹은 거짓을 주장하는 많은 이들의 생각과 자료를 따로 찾아 본적도,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꼇었다. 내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웹페이지에서 이와 관련된 뜨거운 이슈거리가 던져졌을때 헤드라인과 리플 정도만 스쳐본것 같다. 그럴 때마다 그 짤막한 글들은 나를 일깨워줬다. 만인에게 열린 이 환상 속 공간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이토록 놀라운 도구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모적이고 위협적으로 변질 시킬 수 있는지, 모니터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해봤던것 같다. 요즘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와 같은 랜선 위 마녀사냥, 허나 다음날 아침이면 모두의 현실 마저 침식시키는 그 뜨거운 논란은 어디에서 부터 나오는 것일까. 인간과 사회와 문명의 모든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힌 그 시발점을 어찌 간략히 설명할 수 있겠냐만, 다양한 사람들이 수많은 이유를 들 순 있을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라 할 순 없는 보편적 인류의 심리에 관한 문제부터 우리의 특수적이고 고질적인 압축성장의 자식들, 비도덕과 미성숙함의 만연까지. 이러한 수 많은 부재와 필연적이고 소소한 현대인의 정신병이 가상의 가면무도회에서 악마의 꽃을 피울 씨를 뿌렸다면 왜 우리는 그곳에 이리도 부지런히 물을 주고 집착에 가까운 정성을 보이는 것일까. 

 아마도 이곳이 신기한 나라여서 그럴 것이다. 이상한 교육 환경 뒤에 기성세대가 숨겨둔 한없이 불안한 사회란 성에 대한 분노가 모두에게 있을것으로 안다. 행복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출발도 전에 자신의 배낭에서 과감히 행복을 버릴것을 권유받는 사회란 것도 안다. 그러니 그 분노를 건전히 풀기도 힘든 곳이란 사실까지 안다. 기형적이기에 어딘가에 분노는 쏟아야 하겠지만 그게 참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근접성 있는 매체의 유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에서 창문 밖에 머리를 내밀고 도저히 참을 수 없다던 그들의 외침은 TV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30여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는 지인 넷이 모이면 대화보단 손바닥만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어져 버렸듯이 가상 세계의 소통과 경유가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우린 그곳에서 특수 집단이 걸어놓은 샌드백을 어둠 뒤에서 손만 내밀어 손쉽게 칠 수 있다. 법의 경계선에 걸리지 않을 주관적 토사물들은 타인을 더럽힐지언정 내게 손해는 끼치지 않기에 참 매력적인 해소의 방법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이끄는 사회적 원인이나 그 분노를 한곳으로 모으는 문명의 발전을 떠나서 가장 중요한게 타인에 대한 인식과 이해일 것이다. 나와 너의 관계에서 그 모두를 우리로 포용하지 못하고 나의 주변부만 우리로 끌어들여 너를 완전한 남으로 만들줄 아는 '정'의 역효과도 생각해봐야 할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그 은밀한 '정'의 범주를 넓힐 관용이 신기한 나라에 필요할 것이다. 모니터 속을 가득 체우고 있는 수 많은 문자와 이미지들은 우리 사회의 발현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신기한 나라의 인터넷에선 충분히 탄생 가능한 문화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속에서 성장해온 우리들은 무조건 누군가를 조롱하고 갚지도 못할 무형의 폭력을 행사해야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우리 모두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쪼금만 더 인생을 아릅답게 즐길 수 있도록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과 건전한 개성을 가지는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한다. 선동꾼들이 창조해낸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움을 장사꾼들에게 창조하게끔 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창의적인 개성 표시와 자신이 미쳐있는 무언가에 발전적인 시간을 보내느라 타인을 끌어내릴 시간조차 없는 즐거운 인생이 됐으면 한다. 다시한번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한다. 우린 수사기관도 아니고 법원도 아니다. 나라에서 할 일을 굳이 성내가며 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인터넷 상에서 갑론을박하는 이야기를 다룬 <MBC 스페셜>을 보면서 분명히 바로잡아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삶의 환경과 인생의 시련이 그대를 키보드에 들러붙어 기생하는 비난가로 몰아가도 한번 뿐인 인생. 괴물은 되지 말아야 않겠는가.     

 아 참. 저 교수의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국민으로서 굉장히 창피한 기억으로 남을것 같다. 마지막으로 에픽하이의 새로운 음악이 언젠가는 나왔으면 한다. 진실과 거짓의 논란을 넘어서 예전부터 에픽하이의 음악을 좋아했으니 말이다.


순간을 믿어요

2010. 9. 21. 22:45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1년여 전쯤에 봤던 영상과 우연히 마주했다. moment, 다양한 이들의 순간의 기록을 담은 영상. 
영상을 보고나니 문뜩 들은 생각이 있었다. 동일한 것에 대한 나의 달라진 태도랄까나. 
확실히 1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나 보다. 생각보다 많은 경험이 있었나 보다.
미래에 대해 조금 더 초조해졌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생겼달까나. 

 이전에는 단지 잔잔하고 평화롭게 다가왔던 영상이 내게 말한다.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라고, 더욱 더 순간에 충실하라고. 
그런것 같다.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지나치게 안이했던것 같다.
순간의 소중함을 모르고...  
삶의 과정에 있어서 큰 목표점만 바라보며 살아온것 같다. 
그다지 충실하진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열심히 산다고 이야기하기 위해 
저 멀리 있는  산을 향해 무엇이라도, 어떻게라도 그냥.. 
성실한듯 게으르게 그렇게 띄엄 띄엄 살아온것 같다.

 순간의 위대함을 배워야겠다. 익히고 익혀서 자연스레 순간에 충실해져야 겠다. 
삶을 잇는 하나 하나의 작은 순간에 행복하고 뿌듯함을 느끼고자 노력해야겠다.
그래야 ...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것 같다. 

 죽을똥 살똥 왔는데, 비록 그곳에 아무것도 없더라도. 
순간을 충실히, 재밌게 체워간다면 추억과 함께 필연적인 우연도 다가오겠지 싶다.
순간을 믿을란다. 순간에 충실한 사람이 되자는 말을 실천하고자 한다. 
점같이 흩어진 삶 속 모든 순간을 사진속에 담아두도록 열심히 살아보고자 한다. 






고마워요

2010. 7. 29. 08:49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7월의 29일로 들어서는 새벽. 어제는 기분좋은 밤이였어. 11시가 넘어서 침대에 누웠다가 근원 없는 쓸쓸함과 답답함에
라디오를 들고 이리 저리 걸었는데 말야. 매일 6시에 기상해야 하는 운명이기에 얼른 기어 들어가야 했지만, 간만에 쫌
늦게 까지 걷고 싶어서 자정이 넘도록 헤맸지. 12시를 알리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89.1. 그루브 아마다의 익숙한 시그널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라디오 천국. 오늘의 오프닝은 '너 혹시 영화속 대사를 따라해 본적 있니?' 였어.
 
 8년 정도 들었나? 라디오를 가까이 한지도 꽤나 오래됐는데 지극히도수동적인 사람이기에  DJ 들의 입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거든. 오프닝을 듣자마자 우스꽝 스러운 옛일이 생각나서 짧은문자를 보내봤어.  처음으로 내가 보낸
문자를 읽어줬어. 내가 너무나도 존경하는 남성 DJ 희열이 읽어줘서 더욱 기분이 좋았어. "5503 님은요...". 별다른 코멘트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지만, 그래도 기분 좋았어. 

 난생 처음 외로움을 겪는듯한 요즘, 어제 그 일은 참 기분 좋았어. 꼭 그게 아니더라도 유희열이란 사람은 제 풀에 주눅든 쓸쓸한
이들을 어루만져주는 묘한 매력이 있는것 같아. 이 남자 진심도 있고 매력도 있고 무엇보다 라디오란 매체와 참 잘 어울리는것 같아.
자기도 그런걸 잘 아는지 라디오에 대한 애정도 많은것 같고. 이제 오늘부로 파업이 마무리되고 정상적인 라디오 천국이 운영된다
는데 요 몇일 DJ 와 재잘거리던 2시간도 꽤나 매력적이였던것 같네. 

 요즘 드는 생각인데, 라디오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어. 참 좋아.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라디오는 없어지지 않을것 같아. 
아마 라디오가 없어지는 날은 이곳에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을 때겠지?       

살아간다는 것 - 인생이란...

2010. 7. 20. 01:35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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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갈증이었는지. 수능시험 후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미친듯이 책만 봤던 적이 있어.'책'산다는 말 한마디면 카드 먼저 내미시는, 독서에 대한 아버지의 남다른 애정 때문이었는지. 재수생활을 하며 자각한 '일평생을 내 자신이 너무나도 수동적으로 이끌려 다니기만 했구나'라는 것에 대한 반성이었는지 비정상적으로 많은 책을 구입했고, 독서실을 등록해서 책을 읽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어댔던것 같아.
 
철학, 인문, 정치, 소설 몇몇 관심가던 분야에서 눈 여겨보던 책들을 원없이 봤어. 그렇게 4,5년이 흐른 요즈음 누군가가 책을 추천해 달라 하면 난 주저없이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을 권하는걸 보니, 그 시절에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작품이 이거였나봐. 몇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중국문화 시간에 우연히 장예모 감독의 <인생>을 보게 됐는데 영화를 한참 보다가 뒤늦게서야 이 영화가 위화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80,90년대의 장예모 작품이 그랬듯이 이 영화도 참 훌륭하더라. 원작의 깊이를 그대로 옮기면서도, 공리와 갈우의 연기 덕분인지 몰입도는 훨씬 좋았던것 같아. 개인과 가정의 운명을 격변의 현대사 속에서 씁쓸하고 애잔하게 바라보는 이 소설과 영화는 정말이지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들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만 한것 같아. 이 후에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도 읽어봤는데, 지금에 와서 별 생각이 안나는거 보니....  

 글을 쓰기위해 자료를 찾다보니 요즘은 <살아간다는 것>이 <인생>이란 제목으로 출판되는것 같던데,
자세한건 다음에 서점에 갈때 알아봐야겠어. 저 제목 좋은데 왜 굳이 영화 제목을 따온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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