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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2010. 10. 2. 06:11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인터넷 상에서 오해의 덫을 놓는건 참 쉬운 일이다. 더군다나 목표물이 너무나 쉽게 걸리기에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더욱 무서운건 내가 걸리지 않아도 주변인의 눈앞에 놓인 덫과 목표물에 관한 피상적인 기록만 있어도 그것이 너무나 손쉽고 빠르게 여론화되고 기정화된다는 것이다. 사소하긴 하지만 나 역시 오해란걸 받아본적이 있다. 굉장히 우스꽝스럽게도 사실이란건 진실보다 가볍기에 사람들 눈에 쉽게 띄는것 같았다. 표면위로 둥둥뜬 무엇인가를 비웃으며 사냥꾼의 말에 쉽게 동조하는 행위. 여기서 가장 씁쓸한건 그런 그들이 실제 현실세계에선 그런 행동을 할리 없는 이들이란 것이었다. 물론 할 필요도 없을테고 말이다.       

 사실 이번 논란에 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진실 혹은 거짓을 주장하는 많은 이들의 생각과 자료를 따로 찾아 본적도,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꼇었다. 내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웹페이지에서 이와 관련된 뜨거운 이슈거리가 던져졌을때 헤드라인과 리플 정도만 스쳐본것 같다. 그럴 때마다 그 짤막한 글들은 나를 일깨워줬다. 만인에게 열린 이 환상 속 공간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이토록 놀라운 도구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모적이고 위협적으로 변질 시킬 수 있는지, 모니터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해봤던것 같다. 요즘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와 같은 랜선 위 마녀사냥, 허나 다음날 아침이면 모두의 현실 마저 침식시키는 그 뜨거운 논란은 어디에서 부터 나오는 것일까. 인간과 사회와 문명의 모든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힌 그 시발점을 어찌 간략히 설명할 수 있겠냐만, 다양한 사람들이 수많은 이유를 들 순 있을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라 할 순 없는 보편적 인류의 심리에 관한 문제부터 우리의 특수적이고 고질적인 압축성장의 자식들, 비도덕과 미성숙함의 만연까지. 이러한 수 많은 부재와 필연적이고 소소한 현대인의 정신병이 가상의 가면무도회에서 악마의 꽃을 피울 씨를 뿌렸다면 왜 우리는 그곳에 이리도 부지런히 물을 주고 집착에 가까운 정성을 보이는 것일까. 

 아마도 이곳이 신기한 나라여서 그럴 것이다. 이상한 교육 환경 뒤에 기성세대가 숨겨둔 한없이 불안한 사회란 성에 대한 분노가 모두에게 있을것으로 안다. 행복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출발도 전에 자신의 배낭에서 과감히 행복을 버릴것을 권유받는 사회란 것도 안다. 그러니 그 분노를 건전히 풀기도 힘든 곳이란 사실까지 안다. 기형적이기에 어딘가에 분노는 쏟아야 하겠지만 그게 참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근접성 있는 매체의 유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에서 창문 밖에 머리를 내밀고 도저히 참을 수 없다던 그들의 외침은 TV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30여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는 지인 넷이 모이면 대화보단 손바닥만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어져 버렸듯이 가상 세계의 소통과 경유가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우린 그곳에서 특수 집단이 걸어놓은 샌드백을 어둠 뒤에서 손만 내밀어 손쉽게 칠 수 있다. 법의 경계선에 걸리지 않을 주관적 토사물들은 타인을 더럽힐지언정 내게 손해는 끼치지 않기에 참 매력적인 해소의 방법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이끄는 사회적 원인이나 그 분노를 한곳으로 모으는 문명의 발전을 떠나서 가장 중요한게 타인에 대한 인식과 이해일 것이다. 나와 너의 관계에서 그 모두를 우리로 포용하지 못하고 나의 주변부만 우리로 끌어들여 너를 완전한 남으로 만들줄 아는 '정'의 역효과도 생각해봐야 할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그 은밀한 '정'의 범주를 넓힐 관용이 신기한 나라에 필요할 것이다. 모니터 속을 가득 체우고 있는 수 많은 문자와 이미지들은 우리 사회의 발현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신기한 나라의 인터넷에선 충분히 탄생 가능한 문화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속에서 성장해온 우리들은 무조건 누군가를 조롱하고 갚지도 못할 무형의 폭력을 행사해야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우리 모두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쪼금만 더 인생을 아릅답게 즐길 수 있도록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과 건전한 개성을 가지는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한다. 선동꾼들이 창조해낸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움을 장사꾼들에게 창조하게끔 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창의적인 개성 표시와 자신이 미쳐있는 무언가에 발전적인 시간을 보내느라 타인을 끌어내릴 시간조차 없는 즐거운 인생이 됐으면 한다. 다시한번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한다. 우린 수사기관도 아니고 법원도 아니다. 나라에서 할 일을 굳이 성내가며 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인터넷 상에서 갑론을박하는 이야기를 다룬 <MBC 스페셜>을 보면서 분명히 바로잡아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삶의 환경과 인생의 시련이 그대를 키보드에 들러붙어 기생하는 비난가로 몰아가도 한번 뿐인 인생. 괴물은 되지 말아야 않겠는가.     

 아 참. 저 교수의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국민으로서 굉장히 창피한 기억으로 남을것 같다. 마지막으로 에픽하이의 새로운 음악이 언젠가는 나왔으면 한다. 진실과 거짓의 논란을 넘어서 예전부터 에픽하이의 음악을 좋아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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