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갈증이었는지. 수능시험 후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미친듯이 책만 봤던 적이 있어.'책'산다는 말 한마디면 카드 먼저 내미시는, 독서에 대한 아버지의 남다른 애정 때문이었는지. 재수생활을 하며 자각한 '일평생을 내 자신이 너무나도 수동적으로 이끌려 다니기만 했구나'라는 것에 대한 반성이었는지 비정상적으로 많은 책을 구입했고, 독서실을 등록해서 책을 읽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어댔던것 같아.
철학, 인문, 정치, 소설 몇몇 관심가던 분야에서 눈 여겨보던 책들을 원없이 봤어. 그렇게 4,5년이 흐른 요즈음 누군가가 책을 추천해 달라 하면 난 주저없이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을 권하는걸 보니, 그 시절에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작품이 이거였나봐. 몇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중국문화 시간에 우연히 장예모 감독의 <인생>을 보게 됐는데 영화를 한참 보다가 뒤늦게서야 이 영화가 위화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80,90년대의 장예모 작품이 그랬듯이 이 영화도 참 훌륭하더라. 원작의 깊이를 그대로 옮기면서도, 공리와 갈우의 연기 덕분인지 몰입도는 훨씬 좋았던것 같아. 개인과 가정의 운명을 격변의 현대사 속에서 씁쓸하고 애잔하게 바라보는 이 소설과 영화는 정말이지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들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만 한것 같아. 이 후에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도 읽어봤는데, 지금에 와서 별 생각이 안나는거 보니....
글을 쓰기위해 자료를 찾다보니 요즘은 <살아간다는 것>이 <인생>이란 제목으로 출판되는것 같던데,
자세한건 다음에 서점에 갈때 알아봐야겠어. 저 제목 좋은데 왜 굳이 영화 제목을 따온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