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모노피스
장기하와 얼굴들은 인디씬에 흩뿌려진 이런 저런 팀에서 쫌 생겼다는? 의심스런 기준으로 뽑혀
나와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목표로 붕가붕가 레코드에 둥지를 튼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반응. 놀랍기만 했던
싸구려 커피 신드룸의 동일선상에서 공개된 그들의 데뷔앨범 <
별일 없이산다>는 너무나 소중한 앨범이었다. 옛것의 감성과 달콤씁쓸한 젊음의 가사들, 이것은 비범함과 신선함이었다. 나 역시 이들의 앨범을 엄청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무사히를 간절히 바라던 군시절, 청소시간마다 내무실에 울려퍼지던 그들의 음악은 하루의 즐거움이었다. 그저그런 음악의 존재 가치를 모르겠다던 이들의 노래는 활력이었다.
멱살한번 잡히십시다며 소심히 군생활의 답답함도 호소해 보고,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과의 에피소드를 엿들으며 묘한 사랑 이야기도 생각해보고,
달이 차오른다,가자며 잠자리로 향하던 활력과 기억들. 참으로 재미진 음악인들이다.
요즘 라디오와 티비에 간간히 모습을 비추는 그들을 볼때마다 2집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라디오 천국>을 간만에 찾았을때도, 스케치북에서 고정 코너를 그만둘 때도 꽤나 당찬 포부를 이야기 했었다. 그 남자, 왜그러는진 모르겠지만 2집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그럴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끝없이 들려올 실망의 소리들. 트렌드와 이미지로 각인되는 탓에 비상식적으로 확대되버린 그들. 장기하와 얼굴들의 귀환의 자락엔 벌써부터 희미하게 실망감이 뭍어뵌다. 필히 동반되리니. 그들을 못 믿어서 떠들어대는 주책이 아니라 진솔하게 음악성을 평가받을 좋은 기회가 될것 같아서 해보는 거품걷이다 . 어차피 대중들을 향해 나를 받아주오 라며 구애할 필욘없다. 지난 몇년의 해프닝은 일생일대의 기적이었으니. 장기하란 이름에 정체모를 기대심을 품은 사람들은 여기 뭐 아무것도 없잖어 라며 하품을 해댈 수도 있겠지만 그는 분명 (그의 기준에서) 최고의 음악들을 가져올리라 믿고 있다. 지금까지 지켜봐온 장기하란 사람의 감성은 보통것이 아니다. 다름 아니라 이런 불보듯 뻔한 예상을 몇자 적어보는건 사회에 불어닥친 괴상한 돌풍으로 인해 그들의 음악성마저 가벼이 생각하게된 이들이 통상의 기준치 이상으로 많다는 사실에 떠들어본 불평이자 안도정도랄까나.
너나 할것 없이 생각해 봤음 좋겠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새로운 음악을 듣기전에 한번쯤 해볼법한 생각. 우리들의 괜한 법석은 정말 없었는지... 그리고 장기하씨 역시 느리게 걷자는 맘으로 제 영역에서 한결같이 머물러주길 바랄뿐이다. 빛바랜듯 뵈지만 더없이 싱싱한 그만의 복고적 감성은 중요한 명맥이자 보물이니. 2집은 사회에서 듣느라 CD 플레이어를 사용하진 않겠지만, 음원을 통해 듣더라도 꼭 앨범을 사서 가사집을 뒤적이며 신나게 즐겨보리라 다짐해본다. 얼핏 스치는 그들의 당찬 포부는 분명 음악팬들에게 좋은 선물로 돌아올것 같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중을 향해 자신의 확실한 방향성을 말하러 가는 길에 선 그들의 라이브나 한번 감상해보자. 10월 29일 방송된 스케치북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