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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보이즈> - 쾌활함에 도취

2010. 11. 20. 22:52 Film Diary/It scene



'유치'라는 단어로 단정짓기 쉬운 일본 코미디영화 속에는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따스한 명랑함이 스며있기에 쉽사리 그 가벼움을 무시할 수가 없다. 한없이 가볍지만 결코 간과할 순 없는 감정의 살랑거림들.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을 보고, 뻔뻔한 거짓부렁들을 듣고 있자면 본능적으로 불평과 불만들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것 같다가도 그네들의 소품같은 일상과 만화같은 긍정성을 보고있자면 희망가득한 따스함들이 금세 쾌활한 신기루로 변해 몸과 마음을 아늑히 감싸준다. 내일 아침이면 마주할 척박한 현실과 너무나도 다름을 꿰뚫고있기에 그다지 위로가 안될것임을 느끼면서도, 그 무한한 긍정성과 희망의 조각만이라도 잃지 말고 맘 깊은곳에 간직해두라는 그네들의 조언이 인생의 해가되진 않을것 같기에 풋내나는 환상정도는 어딘가에 챙겨두는 편이다.

 처음으로 이런 쾌활함에 도취됐었던 과거를 생각해본다. 일본문화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2000년대 초반에 접한 그들의 감성은 약간 놀라웠다. 뭐랄까나. 그간 생각해온 일본의 얼굴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 듣고 떠올려온 일본의 이미지는 나를 위해 남을 먼저 생각하는 거리감이었다. 지금에와서 생각해봐도 별로 다르진 않다. 그들에게 느끼는 이미지는 비슷하다. 단지 이런 저런 영화들을 보다보니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홀로 규정해본 결론이 생겼을뿐이다. 저들은 현실에 못다핀 꽃망울을 사각대는 종이와 꿈결같은 필름위에 만개하려는 것이 아닐까. 사실 일본 문화라곤 몇권의 책과 짧은 교양수업을 통해 훔쳐본게 전부라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것은 그 어느 민족보다 쾌활한 상상을 능숙히 해낸다는 것이고, 난 그게 참 맘에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워터 보이즈>를 참 사랑한다. 처음 접했을때 굉장한 느낌을 받았었다. 순진하리만큼 단순한 이 영화가 선사해준 행복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영화에 대해 깊은 생각은 안해보던 시절, 영화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려준 작품이었다. 도대체 뭘까 이 설레는 행복감은... 8년전 감상이지만 아직도 선하다. 야구치 시노부의 원더랜드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구입 1호 DVD도 <워터 보이즈>였다. 여러 의미에서 처음의 이미지가 강한 작품이다. 현실도 악역도 없는 야구치 시노부의 원더랜드는 그린벨트다. 청정지역에서 호흡하는 2시간의 여행. <스윙걸즈>로 이어진 능청스런 긍정성과 <해피 플라이트>로 이어진 시야의 확장, 모두 맘에든다. 꾸준하게 '현실에선 꿈도 못꿀 환상도'를 그려줬으면한다. 언제라도 그의 원더랜드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다. 저 영상을 다시보니 설렘이 또한번 맘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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