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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 나오키 - 반성의 시간

2010. 10. 2. 19:25 [Special feature]/Wonderful Life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거지. 별다른 생각없이 전직 교도소장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작정 시작한  교도관 생활. 내가 배정받은 곳은 오사카시의 나니오 구치소. 지금, 그러니깐 2012년 나의 유일한  친구인 미츠루의 사형 집행장에서 시작할 이야기는 내가 처음 이곳에 배정받았던 8년전부터 지금까지 겪은 '사형수'와 '인생' 그리고 '사형제도'에 대한 진지한 기록들이다.  
 
 
 집에가는 길에 잠시 들린 대형서점에서 <교도관 나오키>를 우연히 접하곤 당장 집으로 달려가 책을 펼쳐보았다. 낙하산 코스를 밟은 나오키에게로 향한 동료들의 빈정거림과 사형수들의 조롱을 들으면서도 그는 삶의 새로운 이면을 접하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조금씩 교도관의 길을 걷게된다. 작가는 사형제도 존폐론에 관해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본 작품을 만든듯 싶다. 
 
 나 역시 아직까지는 그의 의견에 상당부분 공감하는 바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시간표를 가득메운 수업시간들중 어느 과목의 한 귀퉁이에서 별다른 생각없이 사형제도와 마주하게 된다. 인권과 학설들 사이에서, 난무하는 온갖 정보들 사이에서 타인의 반응을 거울삼는 신념없는 요즘 시대의 우리들은 인간의 목숨에 대해 찬반을 너무나 쉽게 따진다. 그들이 인면수심의 악한들이라 해도 사형제도는 정말 신중을 기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우리의 사형제도에 대한 태도는 참으로 말랑말랑 하다고 생각한다. 나역시 교도관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교도관이 되고자하는 꿈을 품으면서 진지하게 '사형'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하지만, 언제나 명확한 답은 내려지지 않는것 같다. 그런 와중에 접한 <교도관 나오키>는 그 해답을 향해 아주 설득력있는 가정을 제시하고 조언을 해주는것 같다. 나오키와 사형수를 둘러싼 사정과 이야기들을 조금씩 쌓아가며 진실한 답을 찾아 나아가려는 노력이 보인다. 사형존폐의 가치를 두고 중간자적 위치에서서 양자를 살피며 가끔씩 눈물짓는, 참으로 설득력있는 작품이란 생각이들었다.
모두가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인명과 법률이 중첩된 이 복잡하고 중대한 문제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실리나 인권의 잣대만으론 쉽게 답이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그래서도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인생이라는게 조금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20여년동안 아무것도 모른 체 살던 어느 분야에 관해 꼬박 하루를 보내고있는 내 자신을 생각해보면, 누가만들었는지 몰라도 인간과 이 세상은 참으로 흥미로운 존재인것 같다. 내가 교도관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생의 짧은 경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교정과 사형제도에 관한 문제들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있어 가장 비극적인 순간을 인간 스스로 통제하고 싶다면 범죄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 많은 사람들이 애타게 찾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만약 신이 실존한다면 너무나도 공을 들여 인간과 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두고 그 비밀번호를 까먹은 것은 아닐지. 아니면 이 역시 인생의 일부란 건지. 
 
 개인적으로 선생님이라는 직업에는 악감정은 없지만, 존경이라는것도 해본적이 없었다. 그래도 고등학교시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김명숙 선생님에 대해 많은 존경심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만화책도 문학이라던 그 이야기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꽤나 훌륭한 문학작품인 <교도관 나오키>.  만약 사형제도에 대해 관심이 있는 당신이라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슬프고 무겁다.


* 예전 블로그를 정리하다 발견한 4년전 글인데, 교정과 사형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커녕 교도관의 등용문에 발린 사지선다의 피상적인 답안에만 집착하고 있네. 언제 시간날때 이 책이나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진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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