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호보 위드 어 샷건 (Hobo with a shotgun) - 썩어빠진 사회를 날려라

2010. 11. 8. 12:24 Film Diary/Preview

(본 게시물의 영상들은 다소 폭력적이고 때때론 상식 밖의 이미지들이 계속해서 펼쳐지오니 마음이 약하시거나 지나치게 고상하신 분들은 플레이 버튼을 누르지 마세요)

 

 자, 짜릿한 상상을 한번 해보자. 박찬욱 감독과 류승완 감독의 이름을 한 영화에 올리는 거다. 씨네필의 추억과 장르영화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복고적 감성의 싱싱한 장르물 2편을 각자 연출해 동시상영 한다치자. 이거 참 짜릿한 상상아닌가.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싶어 영화와 영화 사이에 페이크 트레일러 4편을 장난스레 끼워넣어보자. 어차피 이건 씨네필들의 장난 아닌 장난이니깐. 김지운 감독과 나홍진감독 안병기 감독에게 2분 가량의 가상 트레일러를 제작케하고 마지막으론 만주 웨스턴의 추억을 더듬어 현대적 감각으로 재확장시킨 액션물의 페이크 트레일러를 류승완 감독 본인에게 맡겨보자. 이 페이크 트레일러들은 본편 만큼이나, 아니 어쩜 영화 이상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게다. 그런데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장 주목받은 류승완의 페이크 트레일러를 외유내강에서 장편화한다 해보자.  장난스레 만들었던 류승범과 임원희의 만주 웨스턴물이 확장되 <다찌마와 리>의 극장판이 됐다고 생각해보자. 2분짜리 영상이 100분으로 늘어나는 마술아닌 마술. 무지하게 짜릿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제 정말 마지막 상상이다. 기성 감독의 씨네필적 추억에서 벗어나 현재 진행형, 평범한 영화팬에게 시선을 돌려보는 상상이다. 박찬욱 감독과 류승완 감독은 영화의 장난끼를 추억하고 소통해보고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페이크 트레일러 콘테스트를 열었다고 가정해보자. 국내의 수많은 영화팬들이 캠코더를 들고 저마다의 추억과 감성으로 유치찬란한 잔혹물 혹은 괴상한 액션영화를 찍어댈 것이다. 콘테스트라면 분명 우승자도 있을테다. 이부분이 정말 소름돋는 상상이다. 장난스레 페이크 트레일러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아마추어의 작품을 충무로에서 영화화 하겠다는 거다. 아니 판권만 사가는게 아니고 원작자에게 연출까지 맡긴다니, 평범한 영화팬에겐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야말로 꿈같은 일일게다. 




기분좋은 짧은 상상을 마쳤다. 물론 10년 후에도 국내에선 이뤄질 수 없는 기획이다. 그래도 이 세상이 재미있는건 박찬욱을 타란티노로 류승완을 로드리게즈로 김지운을 롭좀비로 나홍진을 에드가 라이트로 안병기를 일라이 로스로 바꿔놓고, <다찌마와 리>를 <마셰티>로 바꿔 생각해보면 이건 완벽한 현실이 된다. 마지막으로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어느 아마추어란에 제이슨 에이즈너란 생소한 이름을 대입해보자. 자, 이건 단 1%의 환상도 없는 순수한 사실이다. 확장과 소통이 쉴새없이 오가는 영화적 환상이지만 거장이 되가는 악동들의 장난이 낳은 신작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라인드 하우스 페이크 트레일러 공모부문에서 <Hobo with a shotgun>이란 이름의 어설펐지만 화끈하긴했던 2분 가량의 우승작은 정식 개봉을 앞두고 진짜 2분짜리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제이슨 에이즈너의 간략한 필모그래피와 신작 정보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라인드 하우스>의 첫번째 상상이었던 <마셰티>에 대한 언급을 빼놓는건 예의가 아닐 것이다. 장편을 감상한 시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점점 벌어지기만 하는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의 격차다. 개인적으로도 <데스 프루프>와 <플래닛 테러>가 동시에 공개됐을때, 오 위대한 타란티노 라는 감탄이 플래닛 테러 자체를 삼켜버렸던 기억이 난다. 꽤 시간이 흘러 되돌아 본다면 전자는 갈데까지 내달리는 화끈한 장르영화의 놀라운 기록으로 후자는 로즈 맥고완의 하체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마셰티> 역시 도입부와 몇몇 액션 시퀀스에서 펼쳐진 순간의 섬광을 제한다면 아쉬운 부분이 굉장히 컷다. 뭐랄까나 로드리게즈란 양반이 보여주는 황량한 무대와 고독한 주인공의 액션극은 데뷔 이래로 한결같은 느낌이다. 흥미를 끌지만 감탄이 없는게다. 거기다 절친 타란티노가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를 명작으로 끌어올린 시점에서 공개된 <마셰티>의 영화적 감흥은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뭐, 그냥 아쉬움과 응원의 마음을 담아 해본 소리다. 난 여전히 그의 신작을 기다리며 <신씨티 2>를 극장에서 감상할 순간만을 꿈꾸고 있으니... 





 이젠 <그라인드 하우스>의 두번째 상상이자 본 포스팅의 최종 목적지인 <Hobo with a shotgun>으로 돌아와보자. (바로 위에 있는 작품이 그가 2007년에 공모했던 영상이다) 모든 이야기는 제이슨 에이즈너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으로 시작된다. 앞에서 언급한 그의 짤막한 공모작은 우승의 영광과 함께 제한적으로 캐나다 극장내에서 <그라인드 하우스> 사이에 삽입됐었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흘러 그의 이름이 기억에서 잊혀질때쯤 <Treevenge>라는 제목의 섬뜩한 단편 호러 한편을 들고 반갑게 돌아온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역습이라는 이미지로 기억하는 이 작품은 인간을 위해 매해 겨울마다 고통을 받던 나무들이 인간을 향해 뽑아들은 복수의 칼날이다. 1,2년 전 쯤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후반부에 몰아치는 섬뜩한 슬래쉬무비의 감성이 남다르게 느껴졌었다. 아직 다듬어져야할 부분이 많은 신예이기에 참신함으로 기억되곤 하지만 <Treevenge>는 단순히 웃어 넘길 재기보단 장르적 흥미가 더 컷던, 충분히 주목할만한 작품이었다. 이 시점에서 부터 장편 <Hobo with a shotgun>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시작한다. 
아래 <Treevenge>의 전체 영상을 올려놓았다. IMDB에서도 300명 이상의 투표자들이 7점 이상을 줬을만큼 신뢰할만한 단편이니 기회가 된다면 감상해보기를. 



    




 연출자는 유지해도 주연배우까지 끌고올순 없는법, 이번 장편영화에선 롯거 하우거가 썩어빠진 사회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단편의 주연을 맡았던 이는 장편에서 경찰역으로 출연한다고 하니, 이또한 눈여겨 볼만할 사항이다. 일단 장편 <Hobo with a shotgun>의 트레일러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다소 촌티나고 구태의연한 오프닝으로 시작을 열지만, 뒤로 갈 수록 장르적 쾌감으로 무장한듯한 이미지들을 토해낸다. 페이크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화끈한 설정과 <Treevenge>에서 보여준 피의 축제를 잘 끼워맞춰보면 이는 분명 러닝타임 동안만은 신나게, 때때론 짜릿한 충격을 받으며 즐길만한 오락거리가 될것임을예상할 수 있을 게다. 단순히 예고편만으로도 일정부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전례없는 기획방식으로 인해 <마셰티>와 <Hobo with a shotgun>에는 실제가 환상을 그대로 모방하는 흥미거리가 있다. 공중에 떠서 적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는 마셰티의 모습이나 적의 부인과 딸을 납치해 계곡에서 나체로 전화를 받는 모습들을 본편에서 다시 만날때는 기묘한 반가움과 장난스러움이 교차한다. <Hobo with a shotgun>에서도 아동 성도착 산타크로스를 향해 샷건을 날리는 모습이 본편에서도 그대로 재현되 오마주 아닌 오마주, 그야말로 팬들을 위한 화끈한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건 페이크 트레일러를 기반으로 제작된 장편만의 특질이 아닐지. 이젠 마무리다. 장편의 트레일러와 함께 몇몇 부가 영상들을 소개한다. 





 썩어빠진 사회를 향해 들이민 총구란 주제에 맞게 재미난 비하인드씬 영상 몇개가 공개됐다.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로 연출한 짤막한 영상들을 보면 영화의 무대가 되는 사회가 어떻게 생겨먹은 곳일지 예상하게 해준다.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여유롭게 인터뷰하며 괜찮을거라는 뻔뻔함과 회견장에 나와 욕만 짓걸이는 행태는 샷건의 통쾌한 발포음을 더욱 시원하게 만들어줄것 같다. 예상을 해보자면 흔해빠진, 그저 그런 영화로 인식되기 시작할 것이다. 막상 영화를 봐도 내용면이나 연출면에서 놀라운 발견은 하기 힘들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참신한 제작 경로와 일정 수준 이상의 장르적 이해도를 보여준 신예의 등장에 기대하고 주목하는 의미에서 소개해봤다. 어쩌면 일반관객에겐 무시를 장르팬에겐 조롱을 당할 소지도 쫌 보이긴 하지만, 뭐 내 취향엔 맞을것 같아서 기대해본다. 뭐 어때 나만 즐거우면 그만이지. 여하튼 예고편 하나 가지고도 이렇게 긴 글을 쓸 수 있다는게, 영화란 취미는 정말이지 인생을 소모하기에 참 좋은 도구같다. 







'Film Diary > P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대작] 라이프 인 어 데이 Life in a day - 멋진 하루  (6) 2011.05.12
[기대작] SUBMARINE  (12) 2011.03.07
브라보 재즈 라이프 - 헌사와 애정  (0) 2010.11.15
베리드(Buried) - 상상력이 만든 절대악몽  (10) 2010.11.10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 이것은 정화  (7) 2010.11.07
Sound of noise - trailer  (0) 2010.09.28
BURIED  (0) 2010.09.17
캐터필러  (0) 2010.08.28
Black Swan  (0) 2010.08.25
[Trailer] INSIDE JOB  (0) 2010.08.25

지게차 운전수 클라우스 (Staplerfahrer Klaus) - 독일 스플래터

2010. 1. 8. 16:08 Film Diary/Review




 2000년. 그러니깐 지금으로 부터 무려 10년 전에 나온 독일 스플래터 단편영화 하나를 봤어. 아무래도 단편이라는 제약 아래서 장르적인 재미까지 뽑아내려면 아이디어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이 중심에 놓은 아이디어는 안전교육 영상 이라는 컨셉하에서 시종일관 밝고 건전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피와 신체절단의 난장을 벌여가는것인데.  
 
10년이라는 격차가 있기에 지금은 다소 낡고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꽤나 좋은 평가를 받았을것 같네.  사실 나는 다운 받아서 봤는데, 상영시간이 10분 미만이길래 한번 찾아보니 여기저기 영상들이 널려있구나. 마침 자막 있는거 올리게 됐으니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남는다면 봐바. 솔직히 말해서, 2010년에 이 영화를 보며 재미와 가치를 찾기란 ... 음. 글쎄. 


 차라리 이쪽 방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한번 봐바. 일전에 <그라인드 하우스> 개봉 당시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페이크 트레일러 공모를 햇을때 호보 위드 어 샷건 이라는 촌빨 날리는 작품으로 우승을 한 사람들이 만든 스플래쉬 단편 트리벤지야.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아무런 이유없이 인간들에게 비참하게 잘려나가는 나무들이 인간을 향해 복수하는 내용인데 꽤나 흥미롭거든. <지게차 운전수 클라우스>보다야 흥미로울거야.

 

 이건 위에서 언급된 호보 위드 어 샷건. <그라인드 하우스> 하면 페이크 트레일러가 유명하잖앙. 그래서 일반인 공모도 이벤트로 했었나봐. 

Recent Comments

Recent Trackbacks

Copyright © ss All Rights Reserved | JB All In One Version 0.1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