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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비 - 그 열정에 도취

2011. 1. 15. 08:08 Film Diary/Review


솔직히말해서 다큐멘터리적 완성도에 있어 정흠문 감독님의 <나는 나비>는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하나의 단점이지만 차치하고 건너뛰기엔 너무나 주요한, 골격에 관한 헛점이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나는 나비>는 한국 밴드로서는 최초로 워프트 투어에 오른 YB와 미국을 찾는 YB를 기어코 만나보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로드트립에 오른 써니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구성하는 두개의 물줄기는 아무런 화학작용이나 충돌도 없이 건조한 수평선으로서 소모되고 만다.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YB의 팬으로서 기나긴 로드트립에 오른 써니의 사정은 사족이였다. 심지어 그쪽의 과정은 작위적인 느낌마저 들어 다큐멘터리적 본성을 훼손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나의 지적과 아쉬움은 여기까지다. 작품성의 무게중심이 무너져내릴만한 헛점이 분명하지만 그 속에 펼쳐진 YB의 열정과 패기에 도취된 일인으로서 더이상의 태클은 제 감정에 대한 배신이 될것같아 그만하고 싶다. 8000원에 목멘 사람처럼 징징거리는 불만은 거두고 내가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이 작품은 보기드문 온도의 소중한 다큐라는 것이다. 기존의 락 다큐가 주목하는 것은 그들의 다사다난했던 과거의 이력과 현재의 화려한 무대의 교차나 찬사이다. 그런 류의 이야기는 주인공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포착해 추적해간다. 하지만 이 작품은 초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의 새로운 시작에 동행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밴드의 업적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열정의 다짐을 따라간다. 기존의 비등점이 무대위에서 펼쳐지는 히트송의 후렴구라면 <나는 나비>의 비등점은 애벌레의 허물벗이다. 

눈물이 다 날것같은 걸작이 있는가하면 부럽고 억울한 맘에 눈물을 기어코 훔쳐가는 이야기들이 있다. YB의 힘겨운 미국원정기, 다큐멘터리 <나는 나비>는 내게서 꽤나 많은 눈물을 거둬간 작품으로 기억될것 같다. 물론 후자의 방식으로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밴드중 하나인 YB의 새로운 도전은 볼품없는 외형으로 연속되지만 감사함으로 귀결되는 그들의 여행길은 눈물나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20,30분 가량의 시간적 제약. 구석퉁이에 무심히 세워진 공간적 제약. 영화의 중반부쯤 윤도현은 메인 스테이지를 가르키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도 한국에선 저정도는 하는데...' 이런 넋두리 아닌 넋두리 뒤에 <나는 나비>의 진정한 가치가 베어나온다. 실제로 그들은 자국의 슈퍼밴드이다. 하지만 밴드의 본질을 느끼고 자신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 대륙의 투어에 오른 것이다.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는 이 무모한 모험길은 관객과 YB 모두에게 묵직한 감흥을 선사한다. YB에겐 감사와 결속을 관객에겐 우물쭈물과 핑계의 반성을 말이다.
 
미대륙에 떨궈져 새로운 시작을 마주하는 <나는 나비>는 태생적으로 화려함과 극한을 거세한 작품이다. 앞서 언급한것 처럼 다른 온도를 지닌 락 다큐이다. 음악영화로서의 쾌감이나 로드무비의 다큐적 서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즐겁게 땀흘리는 도전과 자기극복의 기록들은 틀에박힌 감탄 대신 감정적 반성과 동경을 수반시킨다. 단 두명의 관객앞에서 죽어라 연주하고 소리치는 그들의 모습을 연상해보라. 상상하기도 힘든 이 그림이 바로 <나는 나비>의 분위기와 가치이다. 이 핑계 저 핑계대며 우물쭈물하던 소심한 청춘으로서 이 아저씨들의 신나는 도전과 자기극복은 정말이지 눈물나게 고맙고 부러웠다. 아마 100여분의 시간이 흐른 후 당신은 <나는 나비>의 팬이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신은 100분 후에 YB의 팬이 될것이다. 이건 확신한다. 진짜 멋있는 사람들이다. 정말로 좋은 열정이다. 그러하기에 텅빈 상영관이 더욱 쓸쓸했다. 

멋들어진 미대륙의 풍경위로 흐르는 YB의 음악들은 보너스다. 아주 달달한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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