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러브드 원스(The Loved Ones) / 2009 장르 : 호러, 드라마 감독 : 숀 번 출연배우 :자비에르 사무엘 , 로빈 맥리비
STORY
고등학교 졸업반인 Brent는 차를 몰고가다 갑작스레 도로위로 뛰어든 형체를 피하기 위해 방향을 틀어 나무와 충돌하게 된다. 그 사고로 인해 조수석에 있던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게 되고, 사고 이후 Brent와 그의 어머니의 삶은 쓸쓸히 무너져간다. 그 후로 Brent는 시끄런 메탈 음악 속에 자신을 가두고, 아무도 없는 어딘가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 그에게도 작은 희망이 있었으니 그건 사랑스런 여자친구 holly이다. 졸업파티 당일 그녀와의 데이트를 약속한 그는 만남이 있기 몇시간전 엄마와의 사소한 다툼으로 인해 잠시 집을 나가 혼자만의 장소를 찾게 된다. 하지만 그 곳에서 졸업무도회 파트너 신청을 거절당한 lola에 의해 정신을 잃고 납치되는데...
Alanshore
아마래도 호주 영화는 낯설지. 영화제를 제하면 만나볼 기회가 없기에 호주영화에 대한 의구심이 들거야. 하지만 호주 장르영화가 그렇게 근본없는 작품들은 아니야. 70-80년대 호주 B급 장르영화인 오즈플로이테이션에 관한 다큐멘터리 <Not Quite Hollywood>를 보면 수 많은 영화인들이 호주 장르영화에 대한 매력과 독창성을 이야기해주는데, <러브드 원스>를 이야기 하면서 그에 대한 족보를 위 다큐멘터리에서 찾아 볼 순 없겠지만 호주의 장르영화가 아주 갑작스럽고 쌩뚱맞게 탄생한 그저그런 모방품은 아니란걸 증명해 주는 작품이 될것 같아서 언급해봤어. 나 역시 호주 장르 영화의 계보나 흐름을 꿰고 있진 못하지만 요 몇년간 접했던 몇몇 호주영화를 보게되면 헐리웃에서 양산되는 식상한 호러무비보단 나름의 개성을 지니고 있는것 같았어. 일단 인구밀도가 낮은 연유 때문인지 호주산 호러무비의 공간은 굉장히 쓸쓸하고 적막한 느낌이 들어. 그런 특징 자체가 소재화 됐던 <울프 크릭>의 경우도 그런데, 이번에 감상한 <러브드 원스>에서도 불가피한 몇몇 장면을 제하면 주요한 등장인물을 뺀 그 주변부를 체우는 주변인이 전혀 보이지 않아. 이러한 호주 영화만의 쓸쓸한 공간성은 호러 무비에 굉장히 잘 어울리기도해. 호러보단 예술영화의 성격이 짙었던 호주영화 <북 오브 레버레이션>의 경우에도 이런 느낌이 강했었고. 개인적으로는 블로그에 트레일러까지 올려가며 꼭 보고 싶단 생각을 홀로 곱씹어 하던 작품이었어. 일반의 호러영화에서 다루는 고립된 가족들의 비밀스런 속사정들은 대부분 기형적인 외적 콤플렉스로 인한 것인데 반해, 이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땐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소녀의 이중적인 내적 광기가 눈에 띄었거든. 살짝 스쳐보기만 해도 굉장히 매혹적인 악역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지.
일단 몇몇가지 아쉬운 점을 이야기 해보자면, <러브드 원스>는 오리지널리티가 굉장히 떨어지는 작품이야. '<캐리>와 <미저리>가 <공포의 계단> 앞에서 만났을 때' 라고 정의하면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정리될 만큼 익숙한 이야기거리들로 체워져 있어. 특히 공간적인 특징은 웨스 크레이븐의 <공포의 계단>을 많이 차용한듯 해. 살인마 가족간의 묘한 근친적 긴장감이나 지하실에 파묻은 비밀스런 과거까지 말야. 그리고 80분이란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피해자의 가족들의 상처를 보여주려 애쓰더라고, 이런 장르에선 집중력있게 일정 장소를 유지해가며 고문의 강도를 높혀만 갈줄 알았는데, 남은 자들의 고통과 상처를 조명하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더라고. 생각해보면 이건 무조건적인 단점이라곤 할 순 없겠지만 러닝타임에 비하면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긴 했어.
그래도 확실히 감상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긴했어. 기본적으론 차용된 컵센들이지만, 절대적 광기를 보여준 Lola, 로빈 맥리비의 연기는 그곳에 <러브드 원스>만의 입체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어. 이 작품에선 절대적 악의 축인 정신나간 부녀에 관한 세세한 설명이 없어. 몇몇 단서만 보여질 뿐 자질구레한 속사정의 플래쉬백도 없지. 그래서 인지 카메라가 피해자의 가족들을 달래는 부분들을 제하고 고문이 행해지는 시퀀스만 생각해보면 그 진행에서 만큼은 굉장히 박력있고 화끈하다 할 수 있지. 도대체 이들이 뭘 위해서 이러는진 설명조차 안돼. 그냥 가만히 이들만의 의식이나 행위들을 보고 있자면 굉장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어. 그리고 캐릭터를 설명해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아버지와 딸의 기이하고 미묘한 관계도 굉장히 낯선 긴장감이 있더라고. 새로울건 없었지만 연출 과정에서 몇몇 도구들을 통해 숀 번 감독의 확실한 개성을 보여준 작품인것 같아. 흔히 영상빨이라며 폄하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꽤나 감각적인 색감이나 편집도 이 정신나간 부녀의 광기를 표현하기에 좋은 수단이었어. 그리고 본 장르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사용되지만 막상 빠지면 아쉬운 복수의 칼날도 나름 멋졌어.
피부를 벗겨내며 몸위에 그림을 그리고 드릴로 머리에 구멍을 내는 행위들은 생각보다 순화된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여타의 작품에 비해서 그 안타까움이 배가 되도라. 아마도 계속해서 비춰진 피해자의 가족들에 관한 감독의 걱정과 위로의 씬들이 쌓여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봤어. 그러고 보니 그런 연출이 꼭 단점만은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