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린다 린다 린다(linda linda linda) - 지나쳐버린 시절, 경험치 못한 향수

2010. 10. 2. 20:25 Film Diary/Review




 <스윙걸즈> <린다 린다 린다>. 뭐가 더 재밌나요?  비슷한 시기에 선보여진 이 두편의 일본 영화들은 자주 비교의 대상이 되곤 한다. 두 작품을 모두 접한 사람이라면 저런 물음에 대한 속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여학생'들이 '밴드(스윙걸즈는 빅밴드)'를 결성한다는 사소한? 공통점 이외에는 도저히 닮은 구석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스윙걸즈>를 연출한 야구치 시노부의 영화들은 관객들의 즐거움을 위해 시종일관 희극적이고 만화적인 에피소드들을 나열한다. 감독은 다소 유치하지만, 흥겨운 목소리로 [지금부터 영화가 끝날때까지는 잠시 '현실'을 잊고  수영부원과 합주부원이 선보이는 즐겁고도 행복한 '비'현실을 즐기기를] 권한다.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며 꿈같은 '청소년'기의 행복한 추억들을 꺼내 보인다. 그러다 영화가 후반부에 다다르면 우리의 주인공들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위기'상황을 맞이한다. 하지만, 신내림이라도 받은듯한 주인공과 일행들은 완벽에 가까운 호흡과 실력을 선보이며, 동화같은 가상세계속에서의 완벽한 성과를 이루어낸다.
 
 이런 단순하고 말도안되는 이야기에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것은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세계에 대한 관객의 수긍과 동경 때문이라 본다.  경험한적 없는 '향수' 에 빠져 동화속의 주인공들을 선망하는 관객들은 자신들도 한번쯤 저런 '청소년'기를 보내봤으면 하는 상상에서 이 작품의 엉성한 이야기들도 충분히 감싸안아 준다. 이 착한 영화들은 청소년 시절의 '젊음'과 '패기'를 깔끔하게 가공시켜 만들어낸 모두를 위한 동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동화속의 주인공들을 선망하는 우리들의 과거는 인정하긴 싫어도 충분히 우울하고 형편없기에 더더욱 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반면 <스윙걸즈>와는 반대로 어제의 우리들이 경험했던 우울하고 담담한 현실속 이야기들을 집어낸 영화가 <린다 린다 린다>라고 생각한다. '축제'와 '밴드'가 등장하는 영화 치고는 꽤나 칙칙한 오프닝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비디오카메라 속에 담긴 소녀의 모습은 꽤나 평범하고, 그녀의 태도 역시 꽤나 '사무'적으로 보인다. 흥겹지 않은 축제의 서막을 알리며, 린다 린다 린다는 시작된다. 일반의 현실을 다룬 영화라고 해서, 극의 스토리를 기발하게 풀어가거나 현란한 기술적 기교도 부리지 않는다. 일반의 이야기를 지극히도 일반적으로 풀어가는 작품이다. 

 이런 평범한 연출에 일본 특유의 나른함까지 더해지며, 어쩌면 기대하던 것과 너무 다른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속적으로 담담한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에서 일상의 '학생'들의 모습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열정'과 '패기'를 넘어서는 젊은 날의 교감과 일상을 표현해내며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곳은 현실이기에, '열심'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보다는 '열심'히 마음맞는 녀석들끼리 히히덕 거리는 것이 더욱 즐거운 곳이기에  조금씩 녀석들의 3일간의 추억은 ' 관객과의 교감'을 이끌어 낸다. 중간 중간 영화속에 등장하는 이성을 향한 '고백'이나  친구간의 사소하고 미묘한 '갈등'은 이러한 것들을 한층 배가 시켜준다. 

항상 바라보던 교정의 지루한 풍경들과  언제나 마주치는 사람들 속에서 벌어지는 '축제'는 그렇게 신나는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이들이 하려는 공연은 <워터 보이즈>처럼 떠들썩 하지도 않고 <스윙 걸즈>처럼 거창하지도 않다. 단지, 특별한 이유나 목표는 없어도 자신이 해오던 음악을 공연장에서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별다른 '열정'이 보이지 않는 그들의 연습실이나 공연전날에도 연습에 태만한 이들의 모습은 점점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계속적으로 '잠'을 청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잡아준다.  '나태'하게 책상에 업드려 '잠'을 청하는 이들의 행동거지는 진정한 '학창시절'의 별볼일 없는 우리들의 과거를 이야기 해준다. 그러는 동안 평범한 내 자신은 조금씩 영화에 대해 '특별함'을 느껴 나간다.


자신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던 관객들은 영화 종반부에 그들앞에 등장하는 작은 기적을 바라보며 조금씩 흥분을 느끼게 된다. 아주 사소하고 우연한 기적이다. 기적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작은 일이지만 이들의 지리한 3일간의 생활에 교감하며, 소녀들의 일상에 공감해오던 우리들은 그 작은 기적 앞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단지, 대여섯 명의 박수소리를 들으며 이뤄질지 알았던 그들의 공연은 우연한 기회로 꽤나 많은 이들앞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고, 흥겨운 선율을 들으며  열광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흥분은 자그마한 감동으로 우리의 가슴속에 담겨진다. 영화가 끝날때 까지 계속되는 이들의 무대는  지리한 우리의 일상속에 뿌려진 시원하고 촉촉한 비와 같다. 주인공들은 비에 젓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외친다. 린다 린다 린다  젊은날의 담담한 추억들을 위하여.... 

 비현실적인 세계속에서 잠시동안의 환상을 즐길 수 있었던 < 스윙걸즈 >의 매력도 훌륭하지만, 평범한 우리들의 현실속에 잦아든 조금한 '희망'의 외침을 지닌 < 린다 린다 린다 > 가 훨씬 매력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린다 린다 린다>속에는 너무나 빛나는 보석 두개가 있었는데, 그것은 블루하츠의 흥겨운 노래들과 연기자 배두나의 매력이였다. 

Recent Comments

Recent Trackbacks

Copyright © ss All Rights Reserved | JB All In One Version 0.1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