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에 대해 특별한 애정도 없는데다 애니메이션은 체질적으로 잘 맞질 않기에, 지금까지 몇편 보질 못했어. 일본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픽사의 작품들도 거의 안본걸 보면 애니메이션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닌것 같아. 여하튼 나의 얼마 안되는 애니메이션 감상 목록 중에서 유독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95년작 <귀를 기울이면>이야.
솔직히 말하면 Coutry Road, 이 한곡의 노래를 제하면 기억나는게 없어. 중학생때 봤으니 기억이 안날만도 하지. 당시 같은 반 아이가 추천해줘서 봤었는데 그 아이의 이름도 내용도 잘 기억나진 않지만 난 이상할 정도로 이 작품 이 좋더라.
답답할때면 햇살좋은 오후, 동네의 어느 벤치에 앉아 이상적인 장소와 시간들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낼 때가 있어. 그럴때면 푸른 바다를 접하고 있는 어느 시골 마을의 한적한 여름날이 떠오르거든. 뜨겁게 내리 쬐는 햇살과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모습.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느낌이 참 기분좋아. 그리고 <귀를 기울이면>이 항상 생각나. 그럴 때마다.
어떻게 보면 개별적이고 딱딱한 이미지의 국민성은 일본이란 나라에서 가장 강하게 풍겨오는데, 이따금씩 일본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 어느 문화권에서도 표현해내지 못한 따듯한 추억과 살냄새가 강하게 풍겨오기도 하는것 같아. 부재가 빚어낸 그들의 환상인 걸까. 유독 따듯하게 기억되는 작품중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것들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