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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Influenza) - 폭력, 그 참을 수없는 전염성

2009. 7. 18. 19:57 Film Diary/Review



한.중.일 삼국의 감독들이 각각 한편씩 연출을 맡았던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2004에서 '봉준호'감독님이 한국대표로 연출하셨던 30분 가량의 단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화면들을 우리사회 곳곳에 설치된 'CCTV'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모습을 띈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공공장소나 개인 가정집, 그 어느 곳에서 'CCTV'를 접하더라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요즘, 이곳 저곳에 설치된 CCTV에 담긴 특정 '개인'의 모습만을 따로 한곳에 모아본다면, 그것이 바로 그 '개인'의 연대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영화이다. 

CCTV의 특성상 한 장면을 무조건 한 테이크로 가야하기 때문에 이 작품은 연대기적 흐름으로 구성된 10테이크 가량의 인생'축약집'이라 볼 수있다. 2001년 고속도로 회로 카메라에 찍힌 31살의 백수 '조혁래'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HARD WORK. 열심히 일을 해보려는 백수 '조혁래'의 모습과... 좌절을 비춰준다. 그 후 조혁래가 걸인이 되기까지의 과정들을 초반에 보여주며  앞으로 차차 늘어갈 '폭력'의 전염성을 암시하는 장면들을 곳곳에 숨겨놓고 있다. 
 
  

장시간의 테이크로 이루어진 '조혁래'의 인생속에서 언제나 그를 둘러싼 주변부에는 '폭력'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주인공'의 주위를 멤돌던 폭력과 범죄의 칼자루는 인생막장에 다다른 그에게 넘어가게 되고, [인플루에자]라는 제목처럼 그 폭력성은 마치 전염되듯이 빠른 속도로 '점점 잔인하게' 변해간다. 그가 저지르는 첫번째 범죄의 모습은 마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주는듯 우스꽝 스러운 '행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 수록 그가 범하는 폭력성은 겉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게 되고, 수법은 점점 잔인하게 변해간다. 관객들은 가벼운 '웃음'과 함께 지켜보던 인간 '조혁래'의 인생이 차차 피빛으로 이글어지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들은 단지 'CCTV'의 눈을 통해서, 그 과정들을 '조용히' 지켜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봉감독이 선택한 'CCTV'라는 매체는 더욱 빛을 발한다. 언제나 한결같이 어딘가를 무미건조하게 '촬영'중인 카메라의 모습은 차갑고 냉정하며, 심지어 서운하다 싶을 정도로 무감각하게 비춰진다. 작품의 섬뜩함을 배가 시켜주는 요소라 할 수있겠다.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 감시 카메라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이 작품은 '폭력'의 전염성과 진화의 과정들을 적절한 매체속에 담아낸 섬뜩하고, 기발한 작품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 하고 후반부로 갈 수록 지나치게 극적으로 변해가는 '장면'들은 페이크 다큐로서의 매력을 감하시키는 듯한 아쉬움이 있다. 윤제문씨와 고수희씨의 서늘한 연기가  '섬찟한' 매력으로 다가온 작품 이였다. 봉준호표 영화답게, 한없이 어두우면서도 순간 순간 씁쓸한 '웃음'이 공존하고 있는 작품이였다.



 

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 - 미칠듯이 더럽고 재미난 롤러코스터

2009. 7. 18. 18:58 Film Diary/Review



우선 저는 이 영화에 두 손가락 모두 치켜 올렸습니다. 단 1초의 지겨움도 없이 상영시간 내내 관객의 머릿속을 깨긋하게 비워버린 샘 레이미 감독의 귀환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극장에 앉아서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가 펼쳐지는 순간까지도 샘 레이미 감독의 B급 감수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Drag me to hell>의 제작 소식이 들려오던 먼 옛날부터 이 작품을 기다려오던 팬들 중 한명이였지만 샘 레이미 감독의 최근 모습들은 (유년기 시절부터 열렬한 스파이더맨의 팬임을 증명하듯 '샘 레이미 = 스파이더맨 연출자' 라는) 블럭버스터 감독으로서의 이미지가 짙어졌기에 80년대에 <이블데드>를 탄생시킨 그의 마이너한 감수성이 현재까지도 유효할지에 대한 약간의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사이에 <심플플랜>이나 <다크맨> 같은 훌륭한 작품들도 연출해냈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설득할 만한 샘 레이미의 감수성이 충분히 남아있느냐에 대한 의구심 정도였지요. 저의 이러한 병신같은 괜한 의심은 노파의 등장과 함께 서서히 녹아내렸고, 앨리슨 로만과 로나 라버의 지하 주차장 시퀀스에 가서는 모든 근심을 덜은 체 신나게 영화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앨리슨 로만이 분한 크리스틴 브라운의 옆자리에 앉아 이 더럽고 웃기며 긴장감 넘치기 까지한 롤러코스터를 1시간 이상 타며 행복에 겨운 비웃음과 감사의 콧방귀를 한껏 뀔 수 있었습니다.
 

외관상으로는 통상의Horror film 과 비슷한 모습으로 홍보 된것 같지만, 그간 전세계 공포영화 시장에 영향을 미친 사다코의 망령이 깃든 '한' 많은 동양적 감수성의 복수극이나 <13일의 금요일>등의 단순한 고어영화와는 확연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15세 관람가 이기에 유혈낭자함이나 스플래터 필름들에서 볼 수 있었던 자극적이고 과격한 이미지를 기대할 순 없지만, 정교한 CG와 특수분장을 바탕으로 소름끼치는 시각적 자극을 줌으로써 매니아들에게는 흥분감을, 동시에 샘 레이미 감독 특유의 유머감각을 적절히 혼합하여 대중들 역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만한 훌륭한 스플래터 필름의 감성을 전해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주'라는 키워드 아래 오컬트 적인 공포도 맛볼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 된다는 것도 상당히 고마운 사실입니다. 역한 이미지와 속도감있는 액션들이 혼합된 본 영화에 감각적이고 속도감 있는 편집을 통해 정신없이 모든 장면들은 '점프' 와 '점프'를 거듭하며 긴장감으로 가득 체워 집니다. 불필요한 잔가지들을 확실히 배제한 체 진행되어 자질구레한 '비밀'따위가 끼어들 틈 따위는 없죠.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서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해 주기 위해 수 없이 많은 장치들이 관객을 위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청각과 시각을 자극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장면들을 제대로 즐기려면 꼭 극장에서 봤으면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소모되는 캐릭터없이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환상적인 연기까지 선보여주니 <Drag me to hell>은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환상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언급했던 <Drag me to hell>을 가득메운 더럽고 정교한 CG와 특수분장은 이 작품의 최고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리새끼 한마리 부터 시작하여 여주인공을 둘러싼 모든 사물과 상황들은 '저주'깃든 악령으로서 훌륭한 조역을 해냅니다. 그 과정에서 사용된 눈부신 특수효과들은 단순히 B급 스플래터 영화 감독으로서는 해낼 수 없는 세계적인 블럭버스터 스리즈의 연출가인 그이기에 이룩할 수 있었던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이너 정서의 단촐한 스토리를 지닌 이 작품은 마치 별볼일 없어 보이는 얼개와 외향을 지닌듯 행동하지만, 그 속을 체우는 다양함과 정교함은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캐릭터 자체로서 이 영화를 대변할 만한 '노파'의 존재는 지속적으로 작품에 활력을 넣어주는 동시에 단순한 특수효과의 영향을 벗어난 수준의 소름으로서 평생 잊지 못할 장면들을 연출해 줍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기 힘든 장면은 그 연기자들에게도 큰 부담으로서 다가올 것입니다. 이자벨 아자니가 <포제션>을 찍은 후에 상당히 힘들어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죠. 물론 그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이 작품을 보다보면 크리스틴 브라운으로 분한 앨리슨 로만의 열연이 눈에 띕니다. 그간 몇편의 작품을 통해 조연으로서 얼굴을 알려온 그녀이기에 타이틀롤로서 이렇게 큰 작품을 맡은것은 처음입니다. <Drag me to hell>은 정통 공포영화라 부르기에는 수 많은 장르가 혼합된 형태를 보여주지만, 기본적으로는 Horror를 전제로서 하는 작품입니다. 공포장르에 있어 이야기의 몰입은 관객들이 공포를 실감케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면 앨리슨 로만은 관객들을 스토리의 핵으로 인도해주는 매개체로서 훌륭한 연기를 선보여 줍니다.  자신을 사랑할줄 아는 평범한 여인의 모습에서 서서히 저주의 실체에 다가갈 수록 공포에 몸을 떠는 그녀의 연기는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 공동묘지 씬에 가서는 잊기 힘든 박력있는 모습을 선보이며 상당한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전작 <빅피쉬>에서는 이완 맥그리거의 시간흐름을 멈추게 한 여성으로서 눈부신 아름다움을, <매치스틱맨>에서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샘 록웰등의 배우들과 함께 함에도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았던 훌륭한 연기력을 선보여준 그녀. < Drag me to hell >에서는 호러 영화의 히로인으로서 선명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준것 같습니다. 최고였습니다. 여주인공의 남자친구로 등장한 저스틴 롱의 연기 또한 극 전반에 안정감을 더하며 극 중간 중간에 중요한 키워드를 쥔 존재로서 믿음직한 조력자로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정체불명의 '노파'로 분한 로나 라버의 존재는 이 영화 그 자체로서 기억될 것입니다. 기분나쁜 틀니와 시도 때도 없이 온몸에서 내 뿜는 끈적한 액체의 분출. 마치 좀비 영화를 보는듯한 현란한 움직임까지. 최고의 조연이자 영원히 기억될만한 공포영화의 '소제'로서 충분한 공포를 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로나 라버는 주로 TV 스리즈를 통해서 활동 해온 배우인지라 이번 작품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되었습니다. 그러기에 그 낯섬이 공포감을 배가 시켜준것 같습니다. 역시 공포영화를 지탱하는 고전적인 몇가지 조건들은 영원히 유효할것 같습니다. 이런 장르에는 역시 낯선 이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처음으로 대면하는 이의 기대감 없는 모호한 이미지가 몰입에 도움을 주는듯 싶네요. 김홍성 감독의 <세이 예스>에서 호연을 펼친 박중훈씨의 연기가 다른 의미의 낯섬으로서 다가왔던 것처럼 말이죠. 

샘 레이미 감독 역시 훌륭한 연출자들의 유년기 시절과 비슷하게 어린시절부터 카메라 메고 뛰어놀던 소년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친구들을 만나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하여 그의 나이 22세때 전설의 고전 <Evil dead>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많은 대중들에게 <스파이더맨>의 연출자로 기억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파이더맨 4>의 등장을 기다리겠지만, <드랙 미 투 헬>에 푹 빠져버린 저는 <Evil dead 4> 의 귀환을 더 손 꼽아 기다리게 될것 같습니다. 영화의 다양성을 충분히 경험치 못한 분들이나 영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분들은 약간 거리감이나 불편함을 충분히 느낄것입니다. 허나 기존의 샘 레이미 감독의 팬들이나 영화의 다양성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극장에서 이 작품을 감상하셨으면 합니다. 물론 반신반의 하는 분들도 한번 쯤 극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20년 후에는 이 작품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것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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