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4. 05:46 Film Diary/Review
<Happy Flight>, 이것은 무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 한명인 야구치 시노부 감독님의 신작이다. 신작이라고 하기엔 우리나라에 너무 늦게 들어왔지만, 예전부터 보고 싶어서 죽을 뻔한 작품이였다. 근데 영화를 봤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내다가 이제서야 리뷰를 올리는 것을보니, 아무래도 아쉬웠나 보다. 이런 류의 즐거움이 아니였는데, 내가 기대했던 건.
내가 영화를 얼마 못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토록 항공사와 항공기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다뤘던 작품은 본적이 없었다. 현미경 수준이 아니라 망원경을 대고 들여다 본 <Happy Flight>의 풍경들은 일부 관객들에게 'ANA 항공사' 의 홍보 영살물이 아니냐는 오해와 핀잔까지 끌어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졸작은 절대 아니다. 그의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 <Water Boys>와 <Swing Girls>를 통해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도가 튼 양반이라는 것은 확실히 증명해내지 않았는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평온한 손길을 통해서 은은하게 퍼지는 행복 바이러스는 유효하다. 다만 변화가 있다면,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큰 판을 만들어 내려는 욕심이 보였다는 것이다. 미타니 코우키 감독의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나 <우쵸우텐 호텔>의 군상들이 빗어낸 절묘한 희극과 어느정도의 접점이 보였단 말이다. 물론 그의 변화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각본과 연출을 겸하는 그가 다시한번 소년과 소녀들의 동화같은 순간들을 그려낸다면 감독의 열혈팬인 본인 마저도 '이거 너무 우려드시는거 아닌가'라는 나지막한 불만을 토해낼 만한 순간의 변화라 반갑다. (물론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이기에 야구치 시노부 감독님의 전적인 책임은 아니지만) 인물과 인물 사이의 긴장감의 부재로 인해 희극적 순간의 극대화를 통한 결정타가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균형있게 극을 전개시키는 모습을 보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
<Happy Flight>를 보고나면 시치미 뚝 떼고 즐거운척 하는 야구치 시노부의 캐릭터들 때문에 너무나 부러워져서 얄미워지기 까지 하지만 그들을 보고 있을때 만큼은 한없이 행복해지니 이정도 쯤이야 눈감아 줘야지 않겠는가. 그들의 행복한 비행에 동참하는 일은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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