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기다리고 발견하는 일에 있어서 만큼은 감독과 배우의 명성에 기대지 않는 타입이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시장이 알아서 믿음직스런 제품들을 주선해 줄것이며, 무엇보다 모두가 목메고 있는 프로젝트에 마중나가는 일만큼 뻔하고 권태로운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연유로 거장과 명배우들의 개봉대기작들을 눈앞에서 치우다보니 반짝 반짝 빛나는 영화 한편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작품명은 <Submarine>. 지난번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소식을 접한 영화다.
근거없는 기대감이었지만 한장의 스틸이 품고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바로 아래에 위치한 저 이미지. 생판 처음보는 배우들이 손을 맞잡고 정면을 응시하는 스틸 한장에서 강렬한 끌림을 느꼇다. 결과적으론 트레일러도 찾아보고 영화제 이후 올라온 숱한 호평을 접한 후에 이렇게 포스팅을 하는 거지만 만약 작품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면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 추천사를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나만의 비밀스런 감상리스트에는 분명 이름을 올렸을것이다. 한컷의 매혹만으로 말이다.
트레일러를 함께 올릴 것이기에, 내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삼가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작품들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을 쫓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최소한의 상황은 이렇다. 15세 소년 Oliver tate, 이 녀석은 지금 두가지 문제앞에 당면해 있다. 첫째는 역시나 여자문제다. 다가오는 생일 전까지 총각딱지를 떼고 싶어한다. 그리고 마침 그녀석 앞에는 어김없이 묘한 소녀가 한명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또한가지 문제는 집구석에 붙어있다. 엄마가 댄스강사에게 눈이 멀어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나가려 한다. 아, 15세 소년이 직면한 이 사소하고도 거창한 질문들. 영화는 이런 상황들을 재빠르고 재치있는 연출로서 풀어나간다고 한다.
영화제를 찾은 이들이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추천할 때면 웨스 앤더슨의 이름을 함께 언급했다고 한다. <Submarine>은 영국판 <Rush more>라는 거부가 불가한 치명적인 비유. 많은 이들이 이에 어느정도의 긍정은 보였다고 한다. 물론 작품을 접하기 전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지만, 남의 입을 빌려보자면 <Rush more>에 대한 비유는 어느정도만 일리가 있었다고 한다. 영화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이도 있지만 꽤 많은 이들은 종반부에 들어서며 어두운 심연으로 꺽여 들어가는 분위기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꽤 있다고 한다.
감독과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자 한다. 일단 저 익숙한 얼굴의 영국청년이 <Submarine>을 각색하고 연출한 리차드 아요아데이다. 그는 영국시트콤 <IT crowd>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다. 귀여운 찌질이 Moss 역을 맡았던 청년의 작품이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악틱 몽키즈나 뱀파이어 위켄드 등의 뮤직비디오도 연출한 이력이 있다고 한다. 신기할따름 일뿐 별다른 생각은 없다. 영화로서는 이 작품이 데뷔이니 일단 평가는 나중에 해야겠다. 그리고 Joe dunthome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도 카메오로써 자리를 함께 했다고 한다. 2008년에 발간된 소설인데 이번 개봉에 맞춰 영화의 커버를 배경으로 새로 출간된 책도 있는것 같으니 나중에 영화가 마음에 들면 꼭 사둘 생각이다.
스틸 다음으로 나를 매혹시킨건 이 멋들어진 트레일러다. 스틸에서 예상한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줬다. 소년의 평범한듯 어긋난 일상의 이야기. 영국의 짙은 배경들. 개성있는 캐릭터들. 이거 꽤나 기대된다. 개봉은 영국기준으로 3월 18일이다. 영화제에서 상영됐을뿐 아직 자국 미개봉작이다. 한국에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집구석에서라도 얼른 보고싶다. 어쩌면 이미 내게 큰 기쁨을 준 작품일 수도 있다. 기다리고 찾아보고 설레는 마음만으로도 꽤 만족스럽다. 영화까지 재미있다면, 생각만으로도 짜릿하다.
트레일러에 사용된 음악은 Jacques Brel 의 57년 앨범에 있는 <Quand on n'a que l'amour>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