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접근이 어려운 외진작품일 경우 트레일러가 제공하는 이야기와 분위기는 작품선택과 기다림에 있어 큰 힘과 위로가 되지만 차고넘치는 홍보가 이뤄지는 통상의 상업영화의 경우 트레일러란 존재는 정말이지 해가되면 해가됐지 득의 가능성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상업으로서의 영화를 완성시키는 요소 중 가장 희박한 예술성이 존재하는 영역이기도하다. 보고 들을 수 있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숙명적으로 단순함과 대중성을 엎고가야한다. 이러한 모든 근거의 종착점은 관습이다. 몇가지 관습적인 틀을 기본으로 2시간 가량의 이야기를 축약해야할 운명. 이런저런 사유로 트레일러의 운명은 꽤나 박하다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칼럼을 읽게됐다. The 10 most unconventional movie trailers of the past decade. 지난 10년간 창의적이며 독특한 면모를 보여주며 통상의 화법을 거스르거나 기발하게 패러디한 트레일러 10편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토록 흥미로운 시선으로 트레일러를 감상한건 처음이었다. 10편의 트레일러를 천천히 살펴봤다. 그간 지나치게 박한 대우를 해왔단 생각이 들었다. 시효를 품고 탄생하는 트레일러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순간들을 목격한것이다. 이벤트로서의 홍보수단, 입과 입을 통해 컨텐츠의 관심도가 상승하는 요즘. 이곳에서 소개하는 비관습적 트레일러의 경우를 보고 독특한 영역구축의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것 같다. 본인의 리스트가 아니기에 다소 의아한 선정도 있다는 것. 그리고 자국의 영화를 대상으로 했기에 시야가 한정적이라는 것. 두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해당분야의 관심과 애정을 높인 후 언젠가 내 스스로 이와 유사한, 그리고 더욱 넓은 시야의 리스트를 작성해봐야 겠다. 그러기 위해선 본편 공개후의 터벅터벅 기억의 뒤안길로 향해가는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 생각보다 흥미로운 영역이다.
위의 문단이 작성된 날은 5월 28일. 어쩌다 떠나게된 짧은 여행으로 인해 한참이 지나서야 포스트가 완성됐다. 그 사이 해외 영화싸이트에선 신선한 트레일러 한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타블로이드>, 과거 세상을 놀래킨 조이스 맥키니의 행각과 그 주변으로 형성된 타블로이드지의 삐뚤어진 태도에 대한 에롤 모리스 감독의 유쾌한 정리. 자신의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 목소리를 명확히내는 영리한 케이스같다. 아무런 정보나 네임밸류없이 오직 트레일러 한편으로 극동의 청년을 사로잡았으니 본 포스팅과 꽤 시의적절하게 맞물려가는 영상이기에 첫 페이지는 <타블로이드>의 유쾌한 도발로 시작하고 싶다.
조이스 맥키니는 한국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생소할 것이다. 만약 본 트레일러를 본 후 <타블로이드>에 관심이 생긴 이가 있다면 본 2008년 기사를 읽어보길 바란다. 총기 집착 납치 약물 수갑, 그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를 양면적인 태도로 욕망하는 몸체와 그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슴없이 돌진하는 선정적인 시선. 머나먼 이곳 한국에서도 분명히 관심을 기울일만한 가치와 동기가 있다. 참고로 <타블로이드>는 2010년 작이며, 여러 영화제에서 공개되며 꽤나 좋은 이야기를 들어온 수작이라고 한다. 92명이 참여한 imdb rate도 8점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 상업영화의 이벤트와 아이디어를 논할시 절대로 건널뛸 수 없는 이름이 있다. JJ 에이브람스. 본 칼럼을 작성한 이도 신작 <Super 8>의 감질맛나고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지만 결코 모른채 할 순 없는 JJ의 설레는 떡밥으로 부터 기획을 시작한 것이었다. 단언컨대 근 10년간 가장 많은 이슈를 몰고온 트레일러일게다. 연출방식의 덕도 있겠지만 본편의 순도와 흐름을 그대로 차용한 트레일러의 현명함이란. 처음 극장에서 공개된 후 수 많은 추측과 논의를 낳았던 놀라운 트레일러.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투어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홍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론 무엇이 있을까. 제리 사인펠트 주연의 다큐멘터리 <코메디언>의 트레일러가 취한 방식은 패러디와 농담이다. 트레일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통상적인 도구와 공식을 조소하며 코미디언의 여정을 쫓게될 본편의 센스를 슬쩍 비춰보이고 있다. 여유롭고 기발하다.
* 동의할 수 없는 선정
웨스 크레이븐의 기발한 스릴러 <나이트 플라이트>의 트레일러가 취한 방식은 꽤나 독특하다. 가장 동떨어진 장르의 클리쉐를 활용해 의외의 반전을 선사한다. 선남선녀의 우연한 만남과 풋내나는 대화들을 선보이며 로맨틱 코메디 장르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싶더니 종반부에 가 본연의 장르색을 들어내며 본편에 대한 호기심과 충격효과를 확실히 전달할 수 있었다.
팜프파탈의 아이디어는 가장 기본적인 틀을 부셔버리며 탄생한다. 축약의 본분을 잊은 채 전체상영분의 완급조절을 통해 모든것을 제시한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비관습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긴장과 섹슈얼리즘, 보는이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기발한 트레일러. 모두 보았으나 다 알순없다.
동시상영관으로의 유쾌한 행진. 그라인드 하우스의 독창성은 장난스런 기획의도에서 파생된 불가분의 이벤트다. B급 쌈마이 정서로 떡칠한 작품들을 한데모아 홍보하는데 있어 유치찬란한 편집과 비웃음을 유발하는 과장된 성우의 존재보다 더 훌륭한 것이 어디있겠는가. Buckle up ! 얼마전 극장에서 보게 된 <그라인드 하우스>는 정말 롤러코스터였다. 단단히 안전띠를 메야할.
스파이크 존즈와 아케이드 파이어의 긴밀한 협업은 여러 형태로 파생됐다. <Scenes from the suburbs>가 아케이드 파이어의 뮤직비디오를 영화화한 작업이라면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트레일러의 경우는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를 뮤직비디오로 축약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뭔 말이 그리도 많은가. 아름다운 영상과 황홀한 음악이 있는데. 정말이지 끝내주는 작품이다.
캐스트 어웨이의 방식은 모든것을 관객의 상상에 맞긴 후 자신있게 극장으로 초대하는거다. <포레스트 검프>의 콤비가 새로운 영화를 찍었다고 하는데, 장르는 분명 조난영화라고 하는데, 어째 영화의 예고편은 본편 서사의 1/20 도 안보여주는 느낌이 든다. 출발선에 서서 손목과 발목을 푸는 지점까지 묘사한 후 극한의 공감은 극장에서 해보자 한다. 수 많은 기대감을 유연하게 컨트롤하는 방식.
본편에서 떨어져나와 독자적인 이야기와 씬을 구축한 느낌이다. 물론 축약의 작업이기에 이야기가 달리 흐를리는 없지만, 2분도 안되는 짤막한 영상속에 특별한 부가설명없이도 긴장과 갈등을 제대로 담아냈다. 짤막한 단편영화의 어느 절정을 떼온듯한 분위기가 불안정한 기차 소음위로 올라타는 순간 기대와 의문은 배가된다. 리틀 칠드런의 독립적인 어느 단면.
8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새롭고 강렬한 설정이다. 킬빌이 선정된 것은 트레일러 본연의 임무, 호기심과 기대치에 대한 매혹적인 현혹 때문인듯 하다. 도저히 닿지 않을듯한 요소들이 정신없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킬빌의 활력넘치는 전율은 아직까지도 비교대상을 찾기가 힘들다. 트레일러의 건강한 현혹. 특히 초반부 쿠엔틴 타린티노의 이름이 대문짝하게 찍히는 순간. 이미 몇몇의 가슴은 고동쳤을거다. 거기다 <재키 브라운>의 후속작이 이런 모습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