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건 없지만 사진이나 현대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조금있어. 특히 젊은 작가들의 독창적이고 비틀린 상상력들은
왠지 모를 설레임을 안겨줘서 참 좋더라고. 비록 내가 직접적으로 창작하는 경우는 없지만 내 삶에 있어서 그들의
작품은 꽤나 큰 영감을 주는 것 같아. 예술적으로 적용할 작업거리가 없다해도 평소 내가 하는 사고에도 큰 영향을
주고, 수용자로서 예술과의 만남을 가질 때도 이런 자극들이 안목을 넓혀주는 긍정적 효과를 선사하는 것 같아.
지난 학기 사진에 관심이 생겼을때, 도서관을 뒤지다가 꽤나 괜찮은 책을 한권 발견했었어. 위에 보이는 <예술사진의
현재>라는 책인데,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80여명의 작품을 인물, 풍경, 내러티브, 오브제, 패션, 다큐멘트, 도시 등
7개의 장으로 나눠서 개괄하고 있어. 한장 한장 넘기면서 인상적인 작품들을 꽤나 많이 접했었는데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는게 참 아쉽네. 앞으로는 뭔가 접하면 바로 바로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야 겠어.
딱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이 있어서, 이 작품명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어. <어떻게 예의에 어긋날 수 있는가>라는
어윈 웜의 2003년작인데, 현대 도시의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속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무덤덤히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야. 타인의 스프에 침을 뱉고, 식사중인 여성의 옷 속에 얼굴을 파묻고, 길을 가는 남성의 지퍼를 내려
손과 머리를 집어넣는 이 사진들. 상상조차 힘든 무례한 행동들이 재밌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강렬한 인상
을 남겨주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