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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의 러프컷 모음

2011. 1. 16. 19:49 Film Diary/Link



아쉬움 하나. 08년의 어느 여름, 평론가 김영진씨는 필름 2.0의 고정칼럼인 <러프 컷>을 일시정지 시킵니다. 그날의 칼럼인 [작별의 변]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평론을 쓰는 것을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지만 주간 단위로 뭔가 할 말을 찾아내야 하는 이 작업 리듬에 지쳤고 신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잠시 중단하고자 한다. 명시적으로 일주일마다 한 번씩 글을 쓰겠노라고 천명한 고정 칼럼의 명분에 스스로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주에도 글을 쓸 수 있겠지만 정기적으로는 쓰지 않으려고 한다. ' 청천벽력 까지는 아니여도 꽤 많은 영화팬들로 부터 탄식 정도는 받아낼 수 있을 정도의 이별이였습니다. 아쉬운 이별 말이죠. 그만큼 그의 칼럼은 훌륭했으니까요. 

 저의 경우는 이랬습니다. 일반 관객과 씨네필의 중간지대 쯤 위치하는 덜떨어진 영상중독자 혹은 대책없는 이야기 폭식꾼으로서 정성일씨의 논문같은 분석과 어느누군가의 아카데믹한 평론에서는 별다른 필요성이나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 부족한 소양과  빈약한 지적 호기심 때문 일 수도 있겠으나, 업이나 학문이 아닌 단순 제 1 취미로서 영화를 접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글과 접근들은 점점 관심에서 멀어져만 갔습니다. 어느순간 느꼈습니다. 영화 관람의 빈도는 높아가지만 그 폭만 넓어질 뿐 영화를 대하는깊이는 그대로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런 사고의 과정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 금방 수긍이 가지않는 비평들의 철벽도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간단한 평론이 아닌 깊이있는 비평들은 그렇게 멀어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집착은 아니여도 애착 정도는 있었기에 영화와 관련된 글들을 읽고 싶긴 했습니다. 20대 초반의 고민 아닌 고민은 <필름 2.0>의  뒤편 어딘가에 두면을 빼곡한 글들로 감싼 한 칼럼에 의해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김영진씨의 <러프 컷>은 영화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일러주며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의 글은 앞서 경험했던 것들에 비해 현학적인 부분이 적었습니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공간은 작품과 평행적으로 대화하려는 김영진씨의 신념하에서 영화와 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영화를 이야기 할때는 감상의 욕구가 시장을 이야기할때는 관객의 자성이 이어졌습니다. 

 저역시 영화를 보고 난 후 그것에 관한 글을 쓰고싶단 욕구를 이때부터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대상에 대한 애정과 그 사랑이 낳은 날카로운 눈매만 있다면 굳이 어렵고 학문적인 접근이 없더라도, 독자에게 감상의 욕구를 선물하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 믿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김영진씨의 글들은 쉽게 읽히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움과 묵직함이 존재합니다. 뜨거운 씨네필의 차가운 문장들은 굳이 무게에 대한 의식이 반영된 복잡한 수사를 않더라도 차고 넘치는 날카로움과 묵직함을 동반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김영진씨의 글과 조우한 순간과 감사했던 날들의 기억이었습니다. 다시 두번째 아쉬움이 등장합니다. <필름 2.0>이 사라진 것 입니다. 잡지가 없어지는 동시 홈페이지에 등록되어있던 그의 기록들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영화에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영진씨의 글은 한번쯤 읽어볼만한 것인 동시에 그를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저로서도 몇번이고 읽어보고 싶은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러프 컷>의 흔적은 산산히 흩어져 누군가의 블로그 한구석에 방치되어 '펌글'로서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을 뿐이였습니다.  <점프컷>과 <인디라마>같이 씨네 21에서 연재한 글들은 다행히 홈페이지에서 구독이 가능하지만, <러프 컷>의 흔적들은 보존없이 분해된 것입니다. 

 전부터 수 많은 싸이트를 돌아다니며 인상깊게 읽은 <러프 컷>의 칼럼들을 모아왔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씩 모은 글들을 한곳에 올려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름 2.0이 사라진 현 시점에서 <점프컷>이나 <인디라마> 이전의 <러프 컷> 칼럼 혹은 더 이전의 몇몇 글까지를 한곳에 모아둔다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판단하여 블로그를 별도로 개설했습니다. <러프 컷>에 연재한 모든 글은 아니겠지만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몇년 전 누군가가 무심히 복사한 그 글들을 하나 하나, 최대한 많이 모아봤습니다. 이곳의 글들은 <작별의 변> 이전까지의 105개의 칼럼들 그리고  정윤철 감독과 함께한 평론가 김영진씨의 인터뷰, 박찬욱 감독님과 함께한 <친절한 금자씨>대담까지 107개의 포스트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영화 잔혹함 보다 중요한 문제]는 2010년에 쓰여진 글이지만 생각해볼만한 것이기에 함께 올렸습니다. 이 글을 제외하면 film 2.0 카테고리의 글들은 대부분 러프 컷에 연재된 것들입니다. 그리고 film 2.0 카테고리는 3개의 하위분류가 이루어져있는데 1관에는 영화 시장이나 이론에 대한 시선 그리고 2관은 한 작품에 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3관은 감독과 배우 그리고 작가에 관한 추억과 설명입니다. 다소 (시각적으로)읽기 불편한 포스트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좋은 글들이니 시간이 되실때 한번씩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쓰여진 칼럼들은 씨네21 홈페이지에 가시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작년에 <평론가 매혈기>라는 김영진씨의 책을 읽었습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이란 이름이 처음으로 주어로서 떠오른 저서인데,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명을 위해 피를 파는 내용의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에서 제목을 따온 이 책은 피를 팔아 깨긋한 글을 쌓겠단 그의 의지와 애정을 보여주는 좋은 책이였습니다. 역시나 올해 읽어본 정성일씨의 <필사의 탐독>은 참 어렵더군요


Link - 김영진의 러프 컷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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