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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영화의 발견 201101

2011. 4. 18. 23:49 Film Diary/Classic movies

생각해보면 전파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영화 프로그램은 꽤 많은 편이다.  그러하기에 수적인 측면에선 별다른 불만은 없다.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부류의 방송들이 창의적 기획과 팬들과의 소통에 있어 여전히 답보상태에 빠져있단게 아쉬울 뿐이다. 방송의 컨텐츠와 실용성에 있어 얼마만큼의 노력이 투자되며 이 기획들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수용자들에게 올바른 길잡이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영화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가이드가 몇이나 될지 생각해보면, 우열을 가리기전에 우리는 다섯손가락을 채 굽히지 못할 것이다. TV속 영화소개 프로그램들은 날이 갈 수록 영화팬들을 밀어낸다. 오히려 그들의 타겟은 영화에 취미 이하의 흥미를 보이는, 그렇다고 영화를 증오하지도 않는 대다수의 관객들인것 같다. 다행히 라디오란 매체는 그 속성만큼이나 속깊은 마음으로 영화팬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곳, 일상의 어긋난 취향이 교합되는 공간으로서의 매력이 존재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위에 언급한 문제제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영화음악이란 주제를 걸고 감상적인 위안과 피상적인 정보를 주고받을 뿐이지, 깊이와 열정에 있어선 아쉬움이 남는게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지난 1월 6일 부터 이주연의 영화음악(MBC fm 4u 91.9)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 김홍준 교수의 <고전영화의 발견>은 보석처럼 빛나는 기획이라 생각한다. 통칭 이영음으로 표현되는 이 새벽 영화음악 방송은 영화의 거죽만 둘러쓴 여타의 심심한 프로들에 비해 꽤 알찬 기획을 선보이며 기다림의 노고를 보상해주고 있다. <서편제>의 조감독 출신이자 <장미빛 인생>의 감독, 영화계 이곳 저곳에서 각종 위원장과 프로그래머를 역임한 이이자 현재 한예종의 교수인 김홍준. 앞에 언급한 수 많은 수식어보다 더욱 중요한건 바로,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영화광. 이거다. 김홍준 교수는 매주 목요일 새벽이면 자신의 지식과 애정을 가득담아 <고전영화의 발견>의 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곳에서 매주 1편의 영화를 성의있게 소개하며, 감독의 최소한의 족적과 본 작품에 대한 최대한의 정보를 30분 속에 녹여내려 한다. 고전이란 영화의 진화를 가능케 한 영화사의 전범이자 어쩌면 상업으로만 남을 수 있던 영화란 매체를 예술의 영역으로 힘겹게 끌어들인 역사의 흔적이다. 이런 거대한 작품들을 30분의 순간에 온전히 담는단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는 듣는이로 하여금 감사한 마음이 일렁일만한 수준의 정성으로서 그 한계 메우려한다.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자리가 아니기에 김교수는 사전적 통상적 범위를 넘어 흥미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준에서 영화의 목록을 채워가고 있다. 초창기부터 심하면 90년대 까지의 영화를 고전으로 규정하고 이곳에서 소개하겠다는 약속은 고전영화의 소중함과 관람의 필요성을 설득시키기 위한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소수를 위한 탐구보단 다수에게 고전의 가치를 알리자하는 본 프로그램의 취지와 노력은 적당한 선에서 알찬 정보를 안겨주고 있다. 다소 지나치게 유명한 작품 위주로 목록이 채워져가는 경향도 있지만, 지독한 영화광의 차고 넘치는 이야기를 듣고있자면 이미 영화를 본 이들이라도 마치 DVD 의 서플을 귀로 감상하고 있는듯한 묘한 2차적 즐거움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본 카테고리를 통해 매주 방송되고 있는 <고전영화의 발견>을 월 단위로 묶어 포스팅을 할 생각이다. 라디오란 매체의 접근성과 더욱 열악한 다시듣기의 불편함이 맘에 걸려 말로만 추천하기 보단 직접 눈앞에 가져다줄 생각이다. 적당한 경계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고전영화의 발견>을 통해 발견혹은 회상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2001년 씨네 21 <김홍준 - 정성일 대담> 을 통해 김홍준 교수는 현존 최고의 감독을 묻는 질문에 존 포드, 오스 야스지로, 루이스 브뉘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로베르 브레송 중 한 사람이라도 살아있다면  주저없이 꼽겠지만 거장들의 세기가 저문 마당에 그 답은 쉽게 나올 수 없을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가 생각하는 고전영화는 어떤 의미일지,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20110106 MODERN TIMES 



 



20110113 ONCE UPON A TIME IN AMERICA - THE WEST







20110120 BEAUTY AND THE BEAST








20110127 BARRY LYNDON







본 영상은 <고전영화의 발견> 3번째 시간에 추천한 장 콕토 감독의 1946년작 <미녀와 야수> 의 한 장면입니다. 화면이 가장 아름답게 담긴 흑백영화 중 한편이라는 명성이 괜한 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따로 간직하고픈 장면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자막을 붙여 함께 올려봅니다.   



김홍준 교수님께서는 이영음 게시판을 통해 청취자들의 질문과 후기에 친절하게 답변을 달아주시고 계십니다.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영화를 보고난 후 생긴 궁금증이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곳 <고전영화의 발견> 게시판에 의견을 남기시면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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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DB VOD - 고전을 안방으로

2010. 11. 13. 04:45 Film Diary/Link


 일전에 시네마 파라다이스라며 한국영상자료원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상암동 한구석에 위치한 씨네필들의 안락한 천국. 오늘 친구에게서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타르코프스키의 <잠입자>를 보러 간다는 친구. 현재 SF 걸작선이 진행중이란다. 찾아보니내일은 하루 종일 <백 투더 퓨쳐> 전편을 연달아 상영해준다고하니, 아 정말이지 좋은 곳을, 좋은 것들을 마치 몰랐다는 듯이 무심히 살아왔구나. 생각해보니, 좋다 좋다 입으로만 떠들었지 막상 발걸음을 옮긴 기억은 몇번 없었다. 축복받은 필름의 대지라지만 막상 시간을 내 상암동까지 찾아가는 일이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었다. 서울하늘 아래서도 이리 연약한 마음이 드는데 지방에 사는 이들은 어떠하리. 갑작스레 날아온 친구의 문자가 전부터 미뤄오던 포스팅을 자극했다. 오늘은 KMDB 내의 VOD 서비스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스크린의 감흥엔 미치지 못하지만, 영상자료원 기획전에 비해 국가적 한정성도 있다지만 KMDB의 VOD 서비스는 상암동에 직접 가지 않아도 한국영화의 역사를 방구석에서 즐길 수 있는 또다른 시네마 천국이다. 이런 저런 국가의 작품들을 정신없이 주워먹다보니 IMDB를 자주 찾게되는게 사실이지만, 상대적 빈도는 IMDB보다 낮다해도 체류시간과 애정만은 KMDB 쪽이 훨씬 높다. VOD 서비스가 끊어준 한국고전행 급행 티켓! 간헐적이라도 절대 발길을 끊을 수 없는 이 곳. 매혹적인 영화 창고. KMDB VOD 서비스 되시겠다.      

 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 탄생할 수 많은 작품들은 우리의 시간을 집어삼킬 작정이라도 한듯 현란한 기술과 신선한 이야기로 추파를 던져온다. 그럼에도 왜 고전인가. 개인적으론 호기심으로 시작됐다. 영화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레 계보와 원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운명적으로 마주하게되는 고전의 벽. 영화 잡지에 실린 어느 감독의 인터뷰를 봐도, 어느 씨네필 블로거의 리뷰를 봐도 그 속에는 자연스레 스며든 고전과 거장들에 대한 인용과 존경이 넘쳐난다. 허나 제 아무리 쉽게 이야기 해보려한들 일면식조차 없는 이들, 특히 젊은 영화팬들에게 고전이란 사뭇 당황스럽고 어려운 이야기다. 호기심으로부터 파생된 발걸음, 허나 금세 걸려버린 낯선 문턱.


 이런 동기와 한계에 마주했을때 나를 맞아주는 친절한 고전 가이드, KMDB VOD 서비스다. 이곳엔 DVD는 커녕 맘먹고 불법을 저질러보려해도 쉽게 접할 수 없는 고전들이 가득하다. 시간이 흘렀기에 무조건 낡았으리라 지레짐작하는 일은 어리석은 착각. 명불허전을 향한 순례, 시대를 앞선 감성의 재발견. 이런 저런 (서글픈)환경적 영향으로 인해 영미/유럽의 고전과 동일선상에 놓고 따져본다면 전체적 질이 떨어지는것도 사실이며, 명작의 비율 역시 미미하긴 하지만 시대와 시간을 거스르는 마법같은 기록들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피어나니,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며 언제나 감독과 팬들의 가슴 한켠을 장식해온 고전의 향취를 경험해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게다. 

 기획전 / 고전영화 / 독립영화 / 애니메이션 / 다큐멘터리 / 예고편 등으로 이뤄져있지만, 실질적으로 유용한 섹션은 기획전과 고전영화 섹션이다. 독립영화와 애니메이션 섹션은 다소 부족한 자료구성을 이유로 다큐멘터리는 사뭇 아카데믹한 테마를 이유로 앞에 두 섹션을 중점으로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고전영화 섹션은 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한편당 5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이면 좋은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만약 낯선 경험에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 불안하고 못미덥다면, 매달마다 열리는 기획전을 이용해보는것도 좋을것이다. 기획전을 통해 소개되는 10여편의 작품들은 무료로 제공된다 !! 나역시 매달 초면 KMDB에 접속해 다양한 테마로 꾸며진 알찬 기획전을 살펴보게 된다. 이번달엔 <세가지 키워드로 만나보는 음악여행>이 진행중이다. <청춘 쌍곡선>부터 <남자는 괴로워>까지. 음악이란 공통점으로 묶인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색다른 테마 하에 시대를 아우르는 구성. 오 ~ 정말로 멋진 곳이다. 매달 진행되는 기획전에서 소개된 작품만이라도 감상했으면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과거로의 여행이다. 

 얼마전 이곳에서 이명세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를 감상할 수 있었다. 역시나 독특한 그만의 영상세계. 17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이미지들은 전혀 늙지 않았다. 한국영화의 상징이 된 안성기씨, 멋진 사람이자 훌륭한 배우가 돼가는 김혜수씨, 정치인이 된 최종원씨, 안방극장을 빛내고 있는 박상민씨, 얼마전 연극무대에서 만난 송영창씨. 그들의 과거를 지켜보는 일도 색다른 기쁨이었다. 사족이지만 <남자는 괴로워>는 참 매혹적인 작품이다. 당시엔 혹평을 받았다지만 <M> 만큼이나 꿈결같고, <인정사정 볼것없다> 만큼이나 살아 숨셨다. 개인의 위상과 존재는 힘없이 나락으로 추락함에도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적 관습과 거대한 소수의 만행으로 평생을 오명과 타박의 대상으로 살아가야할 20, 혹은 21세기의 한국 넥타이들의 축쳐진 어깨를 위한 나른한 달몽이 아니었는지. 화질과 음질이 현저히 뒤쳐지는게 사실이지만, VHS를 컴퓨터에 '덜커덕'하니 밀어넣고 감상하는 느낌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Link - KMDB V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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