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의 삽화와 제목만으로도 어떤 의도의 저서인지 알 수 있을거야. 반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과
구로사와 아키라의 <꿈>을 나란히 놓고 영화의 상상력은 어떻게 미술을 훔쳤냐며 자문하고 있어.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야. 고작 한 세기를 겨우 넘긴, 제 7의 예술인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미술에게 영향 받고
그것을 인용해왔는지 분석한 책이야.
로셀리니, 알모도바르, 에릭 로메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히치콕, 에밀 쿠스투리차, 로만 폴란스키, 샘 레이미
이재용, 김기덕 ... 수 많은 감독들의 명작속에 담긴 미술에 대한 오마주와 인용에 대해 장면, 장면마다 짚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해준것 같아. 씨네 21에서 <영화와 그림>으로 연재된 글을 모은 것이라는데 참 괜찮은 기획 이었던
것 같아.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한 저자가 지나치게 내러티브에만 치중된 우리네 영화 분석 태도에 대한 우려로
형식적 영화 읽기의 미술적 접근을 한 것인데, 결론적으로는 정말 좋은 시도였고 긍정적인 영향도 받은 것 같아.
평소 미술이나 회화에 관심만 뒀을 뿐 깊은 조예는 없는 본인이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어 나간것 같아.
스탠리 큐브릭은 어떤 방식으로 톰 웨셀먼을 인용했고. 모딜리아니의 여인들은 비스콘티의 강박관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모도바르의 팝아트 사랑은 어떻게 표현됐는지. 영화에 대해 보통 이상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
만약 이 책에서 다룬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색다른 영화 해석에 흥미를 느끼게 될 거야. 만약 외국에 나가서
이 작품들을 감상하고 온 이들이라면 더욱 특별한 느낌일것 같아.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가 여타의 다른 예술들을
인용하고, 그들에게 의지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든것들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영화만의 종합예술적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
다다이즘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배트맨의 조커가 선보였던 고전에 대한 도발적인 행위를 언급했어.
아래의 클립에 그 장면을 담아놨는데, 르누아르, 드가, 렘브란트의 작품에 낙서를 해대고 난도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번 생각해보자고. 전통을 비웃었던 다다이스트들의 정신을 말야. 생각해보니 박찬욱 감독님도
배트맨 리뷰를 통해서 조커의 이 행위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언급했던것 같네.